[전남일보]그림일까 사진일까…경계 넘어선 ‘로망스’ 초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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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반
[전남일보]그림일까 사진일까…경계 넘어선 ‘로망스’ 초대전
박현진 3월24일 롯데갤러리전
사진 색을 빼는 컬러 작업 눈길
과거 순간에 ‘상상의 세계’ 펼쳐
  • 입력 : 2024. 01.29(월) 17:09
  •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
박현진 작 Spain-222. 광주 롯데갤러리 제공
그림일까 사진일까.

사진에서 회화적 장면을 포착하는 박현진 작가가 광주에서 개인전을 연다. 광주 롯데갤러리는 오는 3월 24일까지 박현진 작가의 초대전 ‘ROMANCE(로망스)’를 개최한다. 새해 첫 전시로 기획된 이번 전시는 국내·외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작가 박현진의 작품을 처음으로 광주에서 선보이는 자리이다.

박현진 작가는 사진 매체를 통해 포착된 장면을 감성적이며 개념적 색채로 풍경과 사물을 재구성한, 다중적 의미를 가진 작품들로 잘 알려져 있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의 상상과 감성이 짙은 작품들을 선보인다. 녹록치 않는 삶 속에서 예술을 통해 희망하고 ‘로망’하기 바라는 맘을 작품에 담아냈다.

박 작가의 작품은 주로 디지털 카메라를 통해 포착된 이미지나 순간들을 담아낸 결과물이다. 결과물은 단순해 보이지만 작품의 제작과정은 여러 작업과정을 거쳐 복잡하다. 작가는 일단 촬영된 사진의 색을 빼서 흑백으로 만든 후 색감 테스트를 진행한다. 잉크젯 프린터로 최종 작업을 만들어내는 과정은 어쩌면 사진보다 판화같은 방식에 가까운 과정으로도 보인다.

박현진 작 red#1. 광주 롯데갤러리 제공
이미 지나버려 확실하지 않은 과거의 순간이 깃든 사진에 색을 제거하고 나면 흑백의 풍경이 남고 그 위에 다시 기억의 색을 덧댄다. 이미 과거가 되어버린 사진에 명사와 형용사, 동사 대신 감각의 색을 입혀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작품 표면에 여러 겹으로 겹쳐지는 미세한 컬러의 입자들이 만들어내는 결과, 색채는 자연의 겹에 상응하는 것으로 봐도 무방할 정도로 자연스럽고 아름답다. 색 입자의 추상적 효과가 극대화된 작가의 작품들은 평면과 색채 실험의 회화처럼 느껴지기까지 한다.

사진과 회화 그 어딘가와, 개념과 구상의 중간쯤에 자리한 듯 보이는 그의 작품들은 사진이라는 매체를 넘어서 형식과 의미 양쪽에서 다양한 여지를 남긴다. 사진이 주제 중심의 전통적 회화를 모더니즘으로 전환하는 큰 자극제가 되었던 미술사의 예를 떠올려보면, 사진과 회화의 구분을 넘어선 어떤 수렴점을 작가는 만들어낸다.

본 대로가 아니라 느낀 대로 색을 칠하는 ‘회화’와 같은 그의 작업에서 사진은 실재하는 사실의 풍경을 담아내는 매체가 아니라 다분히 개념적인 예술이 된다. 이번 전시 제목을 사실보다 상상의 의미를 염두에 둔 단어 ‘로망스’라고 지은 이유다

박 작가는 “관객들이 각각의 마음속에 그려지는 ‘로망’의 색채나 이국의 풍경 혹은, 내면의 심상 같은 것들을 펼치게 되는 상상의 공간을 열어 두길, 그런 로망이 관람객들에 위로와 즐거움을 줬으면 한다”며 “관람하는 여러분들이 신년의 꿈과 희망을 그려 보기 바란다”고 밝혔다.

박현진 작가는 성균관대학교 공과대학 재학 시절이던 1989년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 베르사이유 예술대학을 졸업했다. 현재 파리 소나무 아뜰리에 작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국내·외에서 다수의 개인전과 단체전에 참여했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