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사설>광주 문화잡지 ‘문화마실’폐간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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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사설>광주 문화잡지 ‘문화마실’폐간 부끄럽다
종이매체 필요한 곳 항상 존재
  • 입력 : 2024. 02.07(수) 17:22
광주문화재단이 발행하는 월간 문화잡지 ‘문화마실’이 결국 폐간됐다는 소식이다. 광주시로부터 받는 연간 예산 6000만 원이 삭감됐기 때문이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 온라인을 통한 뉴스가 대세가 된 지금, 오프라인 미디어의 대표인 잡지의 폐간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1년 6000만 원의 예산이 없어 13년동안 발간돼 온 잡지를 폐간한 것은 동의하기 어렵다. 온라인 매체로 전환하겠다면서 여지껏 방향마저 잡지 못한 것도 안타깝다.

문화마실은 지난 2011년 2월 첫 1호를 시작으로 13년 동안 발행됐다. 초반에는 전시·공연·행사 등의 일정을 정리하는 정보지 수준이었지만 점차 문화계 이슈와 리뷰를 선보이면서 지역의 대표 문화 잡지로 자리 잡았다. 광주·전남의 주요 갤러리와 카페, 공공기관 등 100여곳에 배포되면서 여행객의 문화 길잡이 역할도 해냈다. 커버스토리 형태로 구성한 지역 예술인 소개 코너는 잡지 표지를 소개 작가 대표작으로 장식하면서 신진작가의 등용문이 되기도 했다.

지역의 문화를 담아낸 잡지의 가치는 크다. ‘문화마실’은 지금까지 156호를 이어오면서 평범하지만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지역의 문화와 사람들의 이야기를 깊게 다루며 광주문화의 스펙트럼을 넓혀왔다. 산재한 지역의 다양한 문화를 소개하고 기록한 것도 큰 성과다. 광주비엔날레부터 디자인비엔날레와 각종 축제가 성공적으로 치러질 수 있도록 조연도 마다하지 않았다. 인터넷으로 대체할 수 없는 무형의 가치도 감안해야 한다.

인쇄된 정보가 필요한 곳은 항상 존재한다. 종이로 인쇄된 아날로그적 감성을 디지털로 완벽히 대체할 수도 없다. 광주시는 광주의 문화뿐아니라 시민과 관광객에게 등대로 자리매김한 ‘문화마실’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꿔야 한다. 올해 광주시의 전체 예산이 6조 9042억 원에 이르는 상황에서 연간 6000만 원의 예산이 없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인쇄된 종이매체에 대한 의식부재와 일방적 경시는 문화도시 광주를 부끄럽게 만들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