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나흘 연휴도 짧아”… 고향 정 안고 다시 일상으로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사회일반
[전남일보]“나흘 연휴도 짧아”… 고향 정 안고 다시 일상으로
●귀경길 송정역·터미널 가보니
설날 온 가족 전남 여행 힐링
차례 지내고 다양한 추억쌓기
‘첫 월급 선물’ 가족에 전달도
  • 입력 : 2024. 02.12(월) 18:06
  • 강주비·정상아 기자
설 연휴 마지막날인 12일 광주송정역에서 가족들이 용산행KTX를 탑승한 자녀들에게 손을 흔들며 보이며 아쉬움을 달래고 있다. 나건호 기자
“아들이랑 딸네랑 1박2일로 여수 여행 갔다가 이제 광주로 왔어요. 오랜만에 손주들 봐서 기분 좋았죠.”

설 연휴 마지막 날인 12일 광주송정역에서 만난 김모(78)씨는 가족 여행의 여운에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김씨는 “코로나 때부터 제사를 안지내기 시작했다. 번잡스럽기도 하고 자식들도 귀찮아 한다”며 “작년부터 가족끼리 여행을 다녔는데 다들 좋아한다. 짧은 연휴였지만 오랜만에 손주들도 보고 좋은 시간 보냈다”며 웃었다.

이날 오전 송정역은 고향으로 돌아온 막바지 귀경길 인파로 북적였다. 열차가 플랫폼에 도착할 때마다 양손에 짐 가방을 가득 든 귀경객들이 쏟아져 나왔다. 고운 색깔의 보자기로 싼 명절 음식과 각종 선물을 한아름 챙긴 귀경객들은 각자의 행선지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고향인 부산에서 명절을 보내고 광주로 다시 왔다는 안소현(40)씨는 “부모님께서 ‘손녀가 보고 싶다’고 항상 이야기 하시는데 자주 찾지 못해 미안했다”며 “오랜만에 집안일도 도와주고 마음 편히 쉬고 왔다. 일상으로 복귀할 생각을 하니 씁쓸하다”고 말했다.

승강장에는 자식과 손주들을 배웅 나온 부모들도 많았다. 자녀들은 “건강히 지내고 있으라”며 쓴 웃음을 짓고 부모의 어깨를 토닥였다. 어린 손주와 할머니는 작별 인사를 나누다 아쉬움에 눈물을 보였다. 귀경객들은 열차가 떠나기 직전까지 창문 너머로 “잘가” “추석 때 보자”라며 연신 손을 흔들기도 했다.

12일 광주 서구 종합버스터미널에서 귀성객들이 일상으로 복귀하기 위해 서울·인천·여수·목포 등 주요 도시 향하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정상아 기자
같은 시간 광주 서구 종합버스터미널(유스퀘어)도 귀경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서울·인천·여수·목포 등 주요 도시 승차홈은 버스가 들어설 때마다 긴 줄이 이어졌다.

대학생 윤모(22)씨는 “따뜻한 집밥을 먹고 돌아와 마음이 든든하다”며 “혼자 타지 생활을 하다 보니 부모님 품이 그리웠는데 집에 가서 ‘힐링’하고 왔다. 대학에 가면서 뿔뿔이 흩어진 친구들과도 오랜만에 다 같이 모여 즐거운 연휴를 보냈다”고 말했다.

광양에서 왔다는 정훈(28)씨는 부모님이 챙겨준 음식과 선물세트를 한가득 들고 있었다. 정씨는 “바쁘다 보니 명절 말고는 고향에 갈 기회가 많지 않아 부모님을 오랜만에 뵀다”며 “이제 막 취직해서 첫 월급을 받아 선물을 이것저것 구매했는데 되레 부모님께 선물을 더 많이 받아 왔다”고 말했다.

일상으로 복귀를 준비하는 시민들은 휴식·여행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이번 명절을 보냈다고 회상했다.

직장이 있는 서울로 올라가는 유민희(33)씨는 “본가에서 휴식을 취하고 왔다. 광주 음식이 너무 그리웠는데 부모님과 ‘맛집’ 탐방을 하면서 보냈다”며 “오랜만에 고향 친구들도 만나고 푹 쉬다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가족과 국내 여행을 갔다 왔다는 주서연(32)씨는 “연휴가 길지 않아 해외는 못 가고 부모님을 모시고 부산으로 여행을 다녀왔다”며 “부모님도 집에서 힘들게 차례를 지내는 것보다 명절에 여행을 떠나는 게 더 좋다고 하신다. 다음 명절 때도 여행으로 가족끼리 추억을 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통적인 설’을 보낸 이들도 있었다.

박경천(60)씨는 “아들이 작년에 결혼해서 올해 처음으로 며느리와 함께 명절을 맞았다. 서로 어떻게 지내는지 이야기도 나누고 새해 덕담도 주고받았다”며 “제사도 지냈는데, 새 식구(며느리)를 보고 아버지도 좋아하셨을 거다. 전이나 잡채, 나물 등 음식도 잔뜩 해 아들 내외에게 싸줬다. 오랜만에 집이 시끌벅적해 좋았다”며 웃어 보였다.

설 명절 연휴기간 밥상에서는 온 가족이 둘러앉아 다양한 이야기가 오갔다.

김모씨(40)는 “선거철이다가오니 어른들끼리 ‘누가 잘하고 있다’, ‘어디가 이번 총선에서 이겨야 한다’ 등의 정치 얘기를 많이 나눴다”며 “차례상 사과값이 비싸졌다는 얘기부터 취업, 결혼, 경제문제까지 다양한 얘기를 이어갔다”고 말했다.

건설업 종사자인 이모씨는 “건설 관련 업무에 종사하고 있는데 최근 건설, 건축분야의 경기가 안좋아 올해 어찌 될 것인지를 얘기했다”며 “큰 변화가 없는 한 불경기가 이어질 거 같아 걱정된다”고 말했다.
강주비·정상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