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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전남일보]서석대>사랑 회복
이용환 논설실장
  • 입력 : 2024. 02.15(목) 17:12
이용환 논설실장
“네 아기는 모든 인류와 온 세상이 기다려온 기적이야.” 지난 2006년 개봉된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칠드런 오브 맨’은 불임으로 인해 멸종 위기에 처한 인류의 미래를 그린 영화다. 서기 2027년. 지구는 더 이상 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는 ‘불임’의 세계가 됐다. 세상에서 가장 어린 소년의 나이는 18살. 그마저도 목숨을 잃으면서 지구는 더 이상 인간이 태어날 수 없는 행성으로 전락했다. 생기 없는 세상에서 남은 마지막 희망은 ‘편안한 죽음’. TV에 버젓이 등장하는 자살약 광고가 일상이 된 현실에서 과연 기적은 일어날 수 있을까.

영화에서 인류가 멸종위기까지 내몰린 가장 중요한 이유는 저출산과 고령화였다. 어느 순간 지구촌에 찾아온 저출산은 자연스레 고령화로 이어졌고, 정부의 통제마저 벗어났다. 폭동과 테러가 일상이 된 지구촌. 복지시스템이 무너지면서 정부가 할 수 있는 일도 취약계층에 스스로 목숨을 끊도록 권고하거나, 부족한 인구를 채우기 위한 이민 뿐이었다. 불과 20여 년 전, 개봉 당시 과학 속 상상에 머물던 풍경이었지만 영화의 배경이 3년 밖에 남지 않은 지금, 우리 현실과 꼭 닮은 그 모습이 놀랍다.

당장 지난 2003년 초저출산율 국가의 문을 열어 젖힌 우리나라는 2020년 전체 출산율 0.84명으로 세계 합계출산율 최저치를 매년 경신하고 있다. 영화 속 ‘아이 없는 세상’을 향해 폭주 기관차처럼 달려가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여기에 통계청은 오는 2025년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하고, 2028년부터는 총인구가 감소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놨다. 그야말로 영화에서나 나올 듯한 세상, 누구도 경험해 보지 못한 세상이다.

심각한 저출산·고령화 추세에 맞춰 전남도가 올해부터 전남에서 태어난 출생아에게 0~17세까지 매월 20만 원씩 조건없이 지급하겠다는 방안을 내놨다. 한 술 더떠 부영그룹은 자녀 1명당 1억 원의 출산장려금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도 기업의 출산지원 활성화를 위해 세제 혜택을 검토한다고 한다. 그렇다고 돈만으로 저출산의 위기를 넘을 수는 없는 일이다. 알폰소 감독이 영화에서 말하고 싶었던 것은 선한 의지가 만들어낸 사랑의 힘이었다. 이미 현실로 다가온 아이없는 세상, 출산율을 높이려는 정부나 자치단체의 지원도 필요하지만 우리에게 더 중요하고 시급한 것은 아이의 울음소리에서 희망을 찾으려는 국민 모두의 사랑이 아닐까. 이용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