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사설>'잘 만든' 공공조형물 하나 없는 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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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사설>'잘 만든' 공공조형물 하나 없는 광주
시청 앞 ‘기원’ 철거·이전 검토
  • 입력 : 2024. 02.18(일) 17:26
광주시청 앞에 설치된 이탈리아 건축가이자 디자이너인 알렉산드로 멘디니의 작품 ‘기원’(PRAYER)이 철거 또는 이전될 전망이다. 조형물은 제1회 광주 디자인비엔날레를 기념하기 위해 2005년 10월 시청 앞 광장에 설치됐다.

7개의 모빌 식 조형물로 구성된 높이 16.5m, 직경 18m에 이르는 대형 작품으로 계절마다 외부 디자인을 달리한다. 광주에 첫선을 보일 당시 ‘빛의 도시’ 광주를 형상화해 큰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예산부족을 이유로 계절마다 다른 색깔을 입도록 디자인한 예술가의 의도를 무시하고, 도시의 대표 조형물로 알리는 전략도 없어 사실상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2022년 6월 당선인 신분이었던 강기정 시장이 이용섭 광주시장과 회동한 자리에서 ‘기원’의 존치여부를 언급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결국 민선 8기 들어 조형물 ‘기원’은 철거·이전 절차를 밟게됐다. 광주시는 설치 변경에 작가 측 동의도 필요하다고 보고 유족과 협의도 이어갈 예정이다.

시청사 내 공공조형물과 관련한 논란은 늘 끊이지 않았다. 광주시청 1층 로비 벽면에 설치된 ‘무등산 광섬유’ 작품도 마찬가지다. 지난 2003년 광주시청사 개청 기념으로 설치된 이 작품의 크기는 가로 38m, 세로 7.4m로 야간에는 섬유 사이로 빛이 반짝거린다. 작품 구매 비용은 2억 5000만원이었다. 하지만 조명이 켜지지 않은 채 전체적으로 칙칙한 모습으로 방치되면서 광주를 대표하는 공적 공간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모습에 작품 철거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컸다.

예술작품은 철거나 이전이 쉽지않다. ‘기원’이나 ‘무등산 광섬유’는 워낙 대형작품인데다 이전 장소도 마땅치 않다. 작가와 논의 없인 철거도 어렵다. 광주시청사는 공공의 장소이고, 광주시의 얼굴이다. 이 곳을 방문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이 작품들을 볼 때 광주의 이미지를 어떻게 생각할까. ‘잘 만든’ 공공조형물은 광주시의 품격이며, 도시 이미지를 높이는 자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