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존엄사’ 연명치료 거부 서약 ↑… 이행기관 ‘태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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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전남일보]‘존엄사’ 연명치료 거부 서약 ↑… 이행기관 ‘태부족’
임종 대비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지난해 광주2만6천·전남1만5천
이행은 6년간 300건 겨우 넘어
승인 권한 윤리위 설치 8~12%
“환자 결정권존중 제도 확대를”
  • 입력 : 2024. 02.18(일) 17:38
  • 강주비 기자 jubi.kang@jnilbo.com
‘존엄사’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커지면서 임종 과정에서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는 사전 서약이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이행할 수 있는 병원은 극소수에 불과해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15일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에 따르면 광주·전남 지역의 사전연명의료의향서(연명의향서) 등록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연명의향서란 연명의료중단 결정 및 호스피스에 관한 의사를 밝히는 서류다. 지난 2018년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에 제정에 따라 시행됐다. 19세 이상이라면 누구나 작성할 수 있으며, 언제든 의사를 변경하거나 철회할 수 있다.

지난해 8월 기준 광주 17곳·전남 48곳의 의료·공공기관 등에서 연명의향서 등록이 가능하다.

제도가 시행된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누적 등록 건수는 광주 5만2669건건·전남 7만1164건에 달한다.

연도별로는 △2018년 광주 1162건·전남 1253건 △2019년 광주 7625건·전남 7185건 △2020년 광주 5616건·전남 6932건 △2021년 광주 1만545건·전남 1만3538건 △2022년 광주 1만2132건·전남 1만6136건 △2023년 광주 1만5589건건·전남 2만6120건 등으로 지난해 전년 대비 30~60%가량 크게 증가했다.

전국적으로도 지난해 말 200만건을 돌파하는 등 연명의향서에 대한 관심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 관계자는 “생소한 제도라 시행 초기에는 거부감을 가지는 경우도 있었으나, 최근에는 ‘웰다잉’, ‘존엄사’ 등에 대한 사회적 담론이 활발하게 형성되면서 제도에 대한 인식도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광주·전남 지역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등록 건수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연명의향서를 통해 연명의료 중단 등을 결정한 사례는 드물다. 광주·전남의 경우 6년 동안 각 386건·316건에 불과하다.

제도를 이행할 수 있는 병원이 제한적이라는 게 원인으로 지목된다. 연명의향서를 승인할 수 있는 곳은 윤리위원회가 설치된 병원뿐인데, 인건비 등 비용 부담 때문에 대부분 병원에는 윤리위가 없는 실정이다.

윤리위 설치 기관은 광주 21곳·전남 16곳으로 전체 병원(광주 165곳·전남 191곳)의 12%·8%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전 서약을 해도 효력을 발휘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적어 제도 실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환자 선택을 존중하기 위한 제도의 취지가 구현될 수 있도록 윤리위원회 설치 확대를 촉구했다.

홍영순 대한웰다잉협회 광주전남지부 사무국장은 “복지관 등에 관련 강의를 다니다 보면 70~80대 지역 어르신 분들도 해당 제도를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강의 이후엔 대부분 연명의향서 작성까지 한다. 이 같은 분위기는 통계에서 보듯 지난해부터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며 “현재 연명의향서를 작성해도 환자 결정권보다 윤리위 미설치 등 병원 상황이 우선되고 있다. 윤리위 설치 확대를 비롯해 의료진 역시 해당 제도에 대해 명확히 이해하고 환자의 결정권을 존중해주는 분위기 조성이 필수적이다. 임종실 등 별도 공간을 마련해 진정한 ‘웰다잉’이 실현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논의와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주비 기자 jubi.ka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