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사설>연명치료 중단 사전 서약, 취지 살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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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사설>연명치료 중단 사전 서약, 취지 살려야
제도 보완 필요한 ‘존엄한 죽음’
  • 입력 : 2024. 02.19(월) 17:26
임종 과정에서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는 사전 서약이 급증하고 있지만 이를 이행할 수 있는 병원이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존엄한 죽음은 인간의 마지막 권리다. 비참한 죽음을 피할 수 있다면 이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국제적인 추세이기도 하다. 환자 선택을 존중하겠다는 제도의 취지를 살릴 수 있는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한 때다.

연명의향서는 의미 없는 의료를 하지 않겠다는 개인의 약속이다. 19세 이상이면 누구나 할 수 있으며, 언제든 의사를 변경하거나 철회할 수 있다. 등록도 지난해 8월 기준, 광주 17곳·전남 48곳의 의료·공공기관 등에서 가능하다. 특히 ‘웰다잉’과 ‘존엄사’ 등에 대한 사회적 담론이 활발하게 형성되면서 광주·전남지역 연명의향서 누적 등록건수는 광주 5만 2669건건, 전남 7만 1164건에 이른다. 전국적으로도 지난해 말 200만 건을 돌파했다.

하지만 연명의향서를 통해 연명의료 중단 등을 결정한 사례는 드물다. 당장 광주·전남의 경우 최근 6년 동안 각각 386건과 316건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제도를 이행할 수 있는 병원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연명의향서를 승인할 수 있는 곳은 윤리위원회가 설치된 병원뿐인데, 인건비 등 비용 부담 때문에 대부분 병원에 윤리위가 없는 실정이다. 광주·전남에도 윤리위가 설치된 병원은 전체의 12%·8%에 불과하다. 사전 서약을 해도 효력을 발휘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적어 제도 실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존엄한 죽음을 인정하자는 추세는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참을 수 없는 고통을 동반하고, 회복마저 불가능한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연명치료는 환자와 가족 모두에게 고통이다. 의미 없는 치료에 따른 엄청난 사회적 비용도 감수해야 한다. 정부는 환자의 선택을 존중한다는 연명의향서의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제도 보완에 적극 나서야 한다. 정치권의 인식변화도 필요하다. 100세 시대를 앞둔 지금, 죽음을 선택할 권리는 누구에게나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