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전공의 파업 소식에 “미리 진료 받자” 병원 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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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전남일보]전공의 파업 소식에 “미리 진료 받자” 병원 북적
조선대·전남대 병원 전공의
‘개인사유’ 개별사직서 제출
수술일정 차질 생길까 걱정
불안한 환자…“아픈게 죄냐”
  • 입력 : 2024. 02.19(월) 17:59
  • 송민섭 기자 minsub.song@jnilbo.com
19일 오전 10시 광주 동구 조선대병원 내분비내과 대기실에서 환자들이 진료를 기다리고 있는 가운데 진료시간이 지연 알림 문구가 모니터로 전송되고 있다. 송민섭 기자.
“평소보다 30분은 더 기다린거 같아요. 큰 수술이라도 잡히면 불안해서 어떡해요.”

전공의 파업이 시작된 19일 오전 10시 광주 동구 조선대병원. 파란 수술복 위에 흰 가운을 걸친 젊은 의사들은 차트를 보며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전공의들이 아직 전면적인 업무 중단에까지 나선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평소와 다름없이 진료가 이뤄지고 있었다.

다만, 의료대란 걱정에 진료를 못받을까봐 평소보다 병원을 찾는 사람은 배로 늘었다.

본관 외래 대기실과 검사실 앞은 아침 일찍부터 환자와 보호자들로 붐볐고 대기 환자수는 금세 10명이 넘어갔다. 대기번호는 오전 10시부터 800번대를 넘어섰고 각 과의 진료실에 마련된 대기석은 빈틈없이 가득 찼다.

이 병원 류마티스 내과에서 만난 김혜진(29)씨는 최근 받은 건강검진에서 류마티스 의심 증세가 보여 정밀검사를 받으러 왔다.

거품뇨에 손가락 관절통증까지 있어 지난주에 일반내과에서 피검사를 받았다는 김씨는 “지난주에는 30분 기다리고 진료를 받았는데, 오늘은 1시간 30분째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대병원은 전공의 142명 중 7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내과 전문의들로 ‘개인 사유’를 들어 사퇴 의사를 밝혔지만 아직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사직서 제출에 따른 의료 공백은 없지만 의료 대란 불안감으로 환자들이 늘어났다는게 병원 관계자 설명이다.

혈액 추가검사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고 조선대병원을 찾은 김길재(68)씨도 걱정을 내비쳤다. 그는 “큰 걱정은 안하는데 혹시 수술을 하면 일정이 걱정이다. 조금 불안하지만 병원에서 알아서 잘 해주지 않겠나”라며 “평소에도 진료보러 자주 오는데 오늘 유독 밀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공의 파업이 시작된 19일 광주 동구 조선대병원 류마티스 내과에서 환자들이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 송민섭 기자.
전남대병원 접수처도 평소와 다름없이 환자와 보호자들로 붐비는 모습이었다.

여수에서 8개월 된 아이의 정기검진을 위해 이 병원을 찾은 김지연(33)씨는 “파업하면 갈 곳이 없는 환자들에게 너무 가혹할 거 같다”며 “안 그래도 3~6개월을 기다리다가 오는 진료 순번이다. 진료가 미뤄지며 그 순번조차도 더 미뤄지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 아이의 상태 체크가 늦어져 무슨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불안해했다.

전남대병원 내 전공의 320명은 개별 사직 형태로 단체행동에 나설 지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197명이 사직 의사를 표명하고 개별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

광주기독병원도 39명의 전공의 중 일부가 사직서를 제출했다. 전남 동부권에서 가장 큰 의료기관인 순천 성가롤로병원도 전남대병원에서 파견된 레지던트 7명, 인턴 6명 등 13명 전원이 사직 의사를 밝혔다.

병원 측은 중증 환자 위주의 진료 등 전공의 집단 사직에 따른 대응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날 오전부터 전국 221개 전체 수련병원 전공의를 대상으로 진료유지명령을 발령하고 현장 점검에 나섰다.

모든 가능성에 대비, 응급실 24시간 체계 유지와 경증환자 분산 이송 등 비상진료체계 운영에 돌입하기로 했다.

한편 수도권 5대 병원으로 이른바 ‘빅5 병원’으로 불리는 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의 전공의들은 이날부터 사직서를 제출하고 오는 20일부터 근무를 중단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송민섭 기자 minsub.so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