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같은 영어방송인데 부산은 ‘확대’ 광주는 ‘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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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
[전남일보]같은 영어방송인데 부산은 ‘확대’ 광주는 ‘폐지’?
광주시, 지원예산 삭감·운영난
“활용도 고민중”…폐지 수순 관측
부산 ‘영어하기 편한 도시’ 대조
“전략적 활용방안 심사숙고를”
  • 입력 : 2024. 02.20(화) 18:23
  • 노병하 기자 byeongha.no@jnilbo.com
최근 광주시가 광주영어방송 지원 예산을 축소하면서 폐지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광주영어방송국 전경.
전국 3개 지역에서만 전파를 타는 ‘영어방송’의 위상이 지역별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서울에서는 정치적 이유로, 광주에서는 예산 문제로 각각 축소와 폐지가 거론되는 반면, 부산에서는 오히려 예산을 확대 편성해 ‘영어하기 편한 도시’ 만들기에 나섰다. 특히 부산은 영어방송을 외국인 기업 유치와 국제도시 성장에 영어방송을 적극 활용하는 모양새다.

20일 광주시에 따르면 최근 광주영어방송(GFN) 폐지가 논의되고 있다.

광주시의 공식 입장은 ‘활용도를 고민중’이라는 것이지만, 예산 축소 편성부터 불거진 폐지 논란은 강기정 시장이 직접 “주파수 활용이 관건”이라는 표현을 사용함에 따라 거취가 불투명해진 상태다.

실제 광주시는 올해 영어방송 지원 예산으로 지난해보다 2억 줄어든 18억원을 책정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영어방송 폐지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었고, 광주시 관계자는 “광주영어방송은 매년 시 지원예산과 자체 광고수익 등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지원예산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운영난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많은 이들은 영어방송 ‘폐지’ 방침에 수긍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예산 삭감의 경우 광주영어방송 뿐만 광주시 출연기관 전체가 최대 30%까지 삭감됐기 때문이다. 아울러 비영리 법인인 광주영어방송을 상대로 운영난을 언급하는 것도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활동이 부진한 것도 아니다. 광주영어방송은 매년 무료로 콘서트, 공연 등을 실시하고 있으며 다문화소년소녀합창단을 14년간 운영하면서도 일체의 비용을 받고 있지 않다. 홈페이지에는 영어회화 프로그램을 무료로 올려 광주시민 누구나 활용할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되려 “광주시가 부산을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말한다.

현재 전국의 영어방송국은 서울, 부산, 광주 3곳이다. 이중 서울은 교통방송에 소속돼 있는데, 정치적인 이유로 방송국 자체가 존폐 위기에 처해있다.

반면 부산은 지역 방송의 효과를 100% 활용 중이다. 부산시는 올해 초 ‘글로벌 허브도시 특별법’을 통해 국제 비즈니스 자유도시로의 변화를 모색하며 ‘열린 국제도시’ 환경 조성을 위해 언어 장벽 허물기에 나섰다.

지난 6일에는 부산 수영구 밀락더마켓에서 ‘영어하기 편한 도시 비전 선포식’도 개최했다. 사업 내역을 보면 △영유아 영어교육 운영 △초·중·고 영어교육 확대 △부산형 영어교육프로그램 개발 △전문 미디어를 활용한 영어교육 일상화 등이다.

여기에는 영어방송이 적극 활용된다. 부산시는 영어를 쉽고 재밌게 배울 수 있도록 교육과 예능을 결합한 부산영어방송의 퇴근길 라디오 신규 영어프로그램 ‘올스타 잉글리쉬’ 제작발표회도 주도했다.

부산시 관계자에 따르면 “영어방송은 부산에 자리 잡을 외국인 기업들에게 지역 네비게이션이 될 것”이라면서 “다문화 가정 지원에서 비지니스 확대로까지 활용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광주도 부산에 뒤떨어지지 않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광주영어방송 관계자는 “부산의 외국인 기업 대상 라디오 활용은 광주도 문제없이 해낼 수 있는 사업”이라며 “광주도 충분한 노하우와 16명의 인력, 40여명의 상주 프리랜서들이 광주시정의 다양한 상황에 맞춰 지원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지역대학 미디어 관련학과 교수는 “활발한 활동을 하는 광주영어방송을 운영난을 이유로 폐지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면서 “지난 3년간 광주시에 외국인 기업 유치가 2개에 불과했는데 외국에 광주를 소개하는 영어미디어가 없는 상황에서 굳이 영어방송을 없애는 저의가 궁금하다”고 말했다.

해당 교수는 “없애기 보다 활용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으면 된다”면서 “광주경제자유구역청 등과 손을 잡고 비지니스 분야를 키우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병하 기자 byeongha.n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