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50대 이후 정기 헌혈…나이 제한 못한다니 아쉬워”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사회일반
[전남일보]“50대 이후 정기 헌혈…나이 제한 못한다니 아쉬워”
●'헌혈정년' 최민규 명예교수
15년 동안 213회 헌혈에 동참
헌혈의집 충장로센터 졸업식
“연령 조정되면 계속 하고싶어”
  • 입력 : 2024. 02.20(화) 18:29
  • 정상아 기자 sanga.jeong@jnilbo.com
20일 광주 헌혈의집 충장로센터에서 헌혈 정년을 맞은 최민규 원광대 의과대학 명예교수(왼쪽)의 헌혈 졸업식이 진행됐다. 대한적십자사 광주전남혈액원 제공
“마음 같아서는 헌혈을 더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나이 제한 때문에 마지막이라고 하니 아쉽네요.”

20일 광주 동구 헌혈의집 충장로센터에서는 최민규(69)씨를 위한 특별한 졸업식이 진행됐다. 인생에 단 한 번밖에 없는 ‘헌혈 졸업식’이다.

20년 동안 정기 헌혈을 해 온 최씨는 이날 공식 기록 213번째 헌혈을 마지막으로 ‘헌혈 정년’을 맞았다. 헌혈 제한 나이인 70세가 됐기 때문이다.

최씨의 첫 헌혈은 1970년대 초반에 시작됐다. 당시 군 복무 중이던 그는 한 번 헌혈에 참여한 경험을 끝으로 한동안 잊고 살았다.

이후 대학에서 해부학을 가르쳤던 최씨는 2009년 혈액 관련 강의를 담당하면서 헌혈의 중요성과 봉사정신을 강조하기 위해 학부생들과 함께 헌혈에 참여했다.

최씨는 “50대라는 늦은 나이에 헌혈을 시작했지만 꾸준히 하다 보니 습관으로 자리 잡았다”며 “함께 헌혈에 동참한 제자들도 지금까지 지속해서 헌혈을 하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어 “헌혈에 한 번 참여하면 이후 스스로 헌혈의집을 방문해 나눔을 이어가는 사람들이 많다”며 “어렸을 때부터 헌혈에 대한 교육을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씨는 의과대학교수로서 헌혈에 적극 참여하는 동시에 헌혈 문화 확산에 끼친 공로를 인정받아 대한적십자사 헌혈유공장 명예대장(헌혈 200회), 대한적십자사 회장 표창 등을 수상한 바 있다.

15년간 꾸준히 헌혈을 이어오던 최민규씨는 213번째 마지막 헌혈을 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정상아 기자
36년 동안 원광대학교 의과대학 명예교수(해부학 교실)로 정년퇴직을 하고 나서도 헌혈을 이어갔다.

그렇게 최씨는 15년간 213회라는 헌혈 기록을 달성했다.

그는 50대 이후 헌혈 참여를 위해 등산과 마라톤 등 주기적인 운동과 절주를 실천하며 건강을 관리했다.

최씨는 “헌혈을 하면 혈액검사를 통해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고 목표도 새우는 등 근면하게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15년간 이어오던 헌혈 봉사를 마무리한다는 점에 아쉬운 마음을 내비쳤다. 현행법상 헌혈 가능 연령은 만 16~69세로 제한되고 있어서다.

최씨는 “아직도 팔팔한데 헌혈 가능 연령이 조정되면 계속해서 헌혈에 동참하고 싶다”며 “연령 제한이 아닌 건강 상태에 따라 자율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원활한 헌혈 수급을 위해 10~20대 헌혈자에게 의존하지 말고 전 연령층이 헌혈에 동참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씨는 “주변에 이미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헌혈 참여를 꺼리는 사람이 많다”며 “50대에 본격 헌혈을 시작한 내 이야기가 헌혈 참여를 망설이는 사람들에 용기를 줄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20일 대한적십자사 광주전남혈액원에 따르면 이날 기준 광주·전남지역 혈액 보유량은 4.8일분으로 적정 보유량인 5일분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김동수 광주전남혈액원장은 “헌혈 문화 확산을 위해 봉사를 이어온 최민규 헌혈자에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며 “지역민들 모두 적극적인 생명나눔을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정상아 기자 sanga.jeo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