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 세상읽기·최총명>‘책 한 권만 읽은 자’에 두번 속지 않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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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 세상읽기·최총명>‘책 한 권만 읽은 자’에 두번 속지 않기
최총명 상담학박사·허그맘허그인심리상담센터 광주무등점 원장
  • 입력 : 2024. 02.21(수) 14:54
최총명 원장
더닝-크루거 효과(Dunning·Kruger effect)는 능력이 없는 사람이 잘못된 결론에 다다르게 되지만 애초에 능력이 없기 때문에 자신이 잘못된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는지 알 수 없게 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심리학에서는 인지편향이나 지능과 관련되어 이 개념을 설명할 수도 있다. 능력이 없는 사람은 자신이 잘하고 있는 것으로 인식하여 스스로 우월감을 가지게 되며 능력이 좋은 사람은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이 너무 많아서 오히려 자기 자신을 과소평가하게 된다. 삼국지에도 ‘식자우환(識字憂患)’이라는 말이 나오고 찰스 다윈은 “무지는 지식보다 더 확신을 가지게 한다”고 했다. 더닝과 크루거는 러셀의 “이 시대의 아픔 중 하나는 자신감이 있는 사람은 무지한데, 상상력과 이해력이 있는 사람은 의심하고 주저한다는 것” 이라는 문장도 자신들의 이론을 설명하기 위하여 인용했다. 더닝-크루거 효과의 개념을 읽어보면서 독자분들은 누가 떠오르는가. 필자는 요즘 정치관련 뉴스를 보면 위 이론이 딱 맞아 떨어진다는 느낌이 들었다.

정치인들은 직업적으로 정치프로다. 프로란 그 행동을 일반인들 보다 세밀하게 관찰하고 세련되게 느끼고 행동하게 되며, 이것이 그들의 전문가적인 역량이다. 이렇다 보니 정치인들은 정치 영역에서 만큼은 일반인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볼 수 있어야 하고, 일반인들이 생각할 수 없는 것을 생각할 수 있어야 하며 어려운 상황에서도 그것을 해결해내는 능력이 꼭 있어야만 한다(골프여제 박세리 선수가 LPGA 첫 우승 당시 벙커에 빠진 공을 양말을 벗고 들어가서 공을 올린 것이 떠오르지 않는가. 그 장면이 진정한 프로의 모습이 아닐까).

다시 정치판으로 돌아와서 프로의 개념과 더닝-크루거 효과를 대입해보자. 본격 총선시즌이 되면서 정치인들은 어떻게 하면 자신들을 어필하고 더 좋은 것을 국민들에게 제시하며 마음을 살까를 연구하게 될 것인데 뉴스를 볼 때마다 ‘어쩜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하고 자기들끼리 하고 싶은 것만 하려고 할까’라는 생각이 든다. 국민들이 현재 어떤 상황인지 통찰력을 가지고 조감도 그리듯이 프로처럼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자신의 이익만을 따지거나 달콤한 말로 꾀려는 듯한 행태만이 관찰된다. 누군가가 직언을 하게 되면 ‘자신을 공격했다’고 생각하거나 ‘내가 제시한 것을 네가 이해하지 못해서 그런다’고 치부하며 듣지 않으려고 한다. 더닝-크루거 효과의 요소 중 ‘강경한 입장, 편향됨, 미숙함’이 특징인데 딱 맞아 떨어지지 않는가.

아시안컵 축구 경기를 보면서 국민들은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세계적으로 훌륭하다고 평가받는 젊은 선수들 여러 명이 뛰었음에도 감독의 프로답지 못함으로 4강에서 ‘광탈한’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국내 언론에서는(물론 영국발 기사가 먼저였고 한국에서는 나중에 변명하는 듯한 공식보도가 있었고) ‘젊은 선수들의 일탈’로 해석하려고 했지만 그 본질은 ‘지도자의 능력부재, 전문성 부족, 통제력 없음’이었다. 결국 축구 감독은 더 이상 하지 않는 것으로 일이 마무리 되고 있는 모양새나 문제는 비하인드 스토리에서 우리가 교훈을 얻어야 하는 게 남아 있다. 젊은선수들이 싸우면 감독이 나서 정리를 하고 기강을 잡고 경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코칭 스탭들 역시 일사분란하게 움직였어야 한다.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우리 팀 역량 증진을 위해 분석 및 보강하려고 팀웍을 발휘하여야 했다. 하지만 감독과 코칭 스탭은 어땠는가. 감독은 국가대표 감독임에도 미국과 유럽에서 대부분 생활을 하고 잠시 한국에 ‘머무는’ 일정을 보여줬고 스탭 역시 투잡(tow-job)을 하고 있었다. 아무리 좋은 선수들이 많더라도 지도자를 잘못 만나면, 지도자가 프로답지 못하고, 자신이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 모르면 이렇게 된다는 것을 이번에 축구경기 결과를 통하여 바로 알게 됐다.

자. 이제 총선이다. 국민들은 국민을 잘 분석하고 최대 역량을 발휘할 수 있고, 어려움을 잘 극복하게 안내하며 국민들이 편하게 살 수 있도록 해주는 전문적인 감독을 뽑을지 그저 자신의 안위와 편안함을 위해 ‘겨우 시키는 최소한의 일’만 하는 감독을 뽑을지 잘 생각해봐야 한다. 이미 우리는 그 처참한 경기의 결과를 치뤄 본적이 있지 아니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