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하정웅미술관 디아스포라전 ‘두드리는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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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반
[전남일보]하정웅미술관 디아스포라전 ‘두드리는 기억’
재일교포2세 김석출 작가 초대
일제강점기·이주·조국분단 경험
유관순 열사, 5·18 등 작품소재
  • 입력 : 2024. 02.27(화) 17:45
  •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
재일교포 2세로 일본에서 활발하게 활동해온 김석출 작가가 광주 서구 하정웅미술관에서 개인전 ‘두드리는 기억’을 연다. 도선인 기자
“어디에 살고 있는지 보다 어떻게 사는지가 더 중요한 한국인.”

재일교포 2세로 일본에서 활발하게 활동해온 김석출 작가가 광주 서구 하정웅미술관(광주시립미술관 분관)에서 디아스포라작가전 ‘두드리는 기억’을 27일부터 5월 26일까지 연다. 하정웅미술관은 재일교포 출신 컬렉터 하정웅 명예관장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디아스포라작가전을 열고 있다. 해외에 거주하며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작가를 초대하여 그 성과를 조명하고, 예술을 통한 역사와 문화 교류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고자 마련된 전시이다. 올해는 하정웅컬렉션 작가로서 일본 오사카에서 활동하고 있는 재일작가 김석출을 선정했다. 이번 전시는 국내에서 개최되는 김석출의 첫 개인전이자 전 생애를 아우르는 첫 회고전이다.

김석출(1949년 일본 기후현 출생)은 오사카시립미술관 부설 미술연구소에서 수학(1966~1968)한 후 민족의식에 기반한 현실참여 경향의 작품활동을 전개 해오고 있다. 그는 일제강점기 시기 부모가 일본의 징용공으로 차출되면서 디아스포라의 삶을 살게 됐다. 김 작가는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남북분단 등 역사의 소용돌이에서 억압과 차별을 경험하며 마음 속에 ‘나는 누구인가’하는 물음이 맴돌았다. 하지만 이내 독립운동가 유관순과 5·18민주화운동 등을 화폭에 옮기면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가 더 중요한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쌓아갔다. 전시 개최를 위해 광주에 방문한 김 작가는 “내 진짜 고향 한국에서 첫 개인전을 열게 돼 감개무량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석출 작 1980.5.18.광주.
이번 전시는 5·18민주화운동을 주제로 한 하정웅컬렉션 ‘5월 광주’ 시리즈 34점과 일본에서 운송해 온 재일(在日)의 인권과 민족교육 문제 등을 다룬 초기작품, 3·1운동 열사 ‘유관순 연작, 조국의 통일에 대한 염원을 담은 최근작에 이르기까지 작품 105점과 아카이브자료 100여점을 통해 김석출의 예술세계 전체를 조망한다. 전시는 시대 흐름별로 김석출의 작품의 주제를 ‘재일디아스포라, 김석출의 생애’, ‘미술에 입문과 재일의 인권’, ‘광주의 기억’, ‘되돌아보는 유관순’, ‘과거와 현재를 잇다’ 등으로 구성돼 있다.

1966년부터 작업을 시작한 김석출은 청년기에는 디아스포라로서 겪는 차별과 재일의 인권, 민족교육, 북송선 문제, 베트남 전쟁과 조국의 정치 상황 등 사회적 이슈를 주로 다뤘다. 이후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소식을 접한 뒤 예술가로서의 사명감에 대해 각성하며, 20여 년간 ‘5월 광주’ 시리즈를 제작하기도 했다.

1980년 정치적·이념적 경계를 넘어 재일작가들을 포괄한 단체 ‘고려미술회’(1980~1998)를 김재형과 함께 창립했으며 1985년 ‘고려미술회 연구소’ 설립 등을 통해 재일작가 육성에 힘썼다. 당시 재일작가라는 이유로 전시장을 구하기조차 어려운 차별적인 분위기 속에서 작품 발표 기회를 제공하고 재일작가를 육성하는 장을 마련했다.

2000년대 들어 3·1운동 열사 ‘유관순’ 연작이나 재일디아스포라의 고뇌와 분단조국의 통일과 화합을 기원하는 작품 등을 제작했다.

1980년 5월 보도된 일본신문 스크랩 자료.
이번 전시에서 주목할 만한 아카이브 자료는 1980년 5월 보도된 일본신문 스크랩 자료들이다. 당시 일본 매스컴을 통해 확인한 광주 소식은 김석출에게 예술가로서 역할과 사명감을 각성하게 했다. 국내 언론통제 상황과 달리 당시 일본에서는 TV나 신문 보도를 통해 매일매일의 상황이 즉각 보도됐는데 이때 자료들을 아카이브 전시로 선보인다. 일본인 저널리스트 카와세 슌지 씨가 5·18민주화운동 소식을 담은 일본 신문기사 150여 건을 일본 오사카 국회도서관에서 수집했다고 한다. 신문사는 마이니치신문, 아사히신문, 요미우리신문,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이다. 일본 신문 기사를 통해 매일 매일의 생생한 보도 내용과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일본 내 광주민주화운동을 바라보는 시각이 어떻게 변화해 갔는지 등을 살필 수 있다.

전시를 기획한 김희랑 하정웅미술관장은 “부모에서부터 시작된 디아스포라의 삶과 민족의식에 기반을 둔 김석출 예술세계는 늘 조국의 안위와 평화를 기원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며 “김석출은 재일(在日)로서 삶과 작가로서 삶이 녹록하지 않았지만 늘 시대의 불의와 부조리를 주시하고 예술서 역할을 인식하며 소명을 다해 왔다”고 말했다.

김준기 광주시립미술관 관장은 “일본 간사이 지역 재일미술을 대표하는 김석출 60년 예술세계 전반을 조망하는 전시이며 일본에 거주하면서도 20년 이상 5·18광주민주화운동을 주제로 다뤘다는 점에서 광주에서의 전시가 의미가 깊다”며 “삼일절을 앞두고 김석출의 ‘유관순’ 시리즈를 선보일 수 있어 독립운동 역사를 되새기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개막식은 29일 오후4시 하정웅미술관에서 개최되, 전시는 5월26일까지 진행된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