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개강 특수 사라진 대학가 상권… 공실률도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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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전남일보]개강 특수 사라진 대학가 상권… 공실률도 최고
마스크 벗어도 상권침체 여전
고물가에 학생식당 수요 몰려
“천원아침 먹고 점심 생략해요”
전대상권 공실률 전년비 18.1%p↑
  • 입력 : 2024. 03.05(화) 17:10
  • 나다운·박찬·윤준명 수습기자
지난 4일 광주 광산구 호남대학교가 개강한 가운데 후문에서 학생들이 임대 상가 앞을 지나가고 있다. 나다운 수습기자
“학생들이 많이 찾는 개강 날짜만을 손꼽아 기다렸는데 큰 효과가 없었어요. 불황이 얼마나 깊은 지 체감하고 있네요.”

지난 4일 광주 북구 전남대학교 후문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미희(56)씨의 한숨이 깊다.

김씨는 6년째 전남대 후문 인근에서 80석 규모 국밥집을 운영하고 있다. 코로나 19 여파로 한동한 장사를 중단했던 그는 개강특수를 노리고 최근 다시 장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개강 첫날 점심께 찾은 식당은 한산했다. 20여개 테이블 중 식사중인 4팀을 제외하고 비어 있었다. 학생들이 몰리는 시간대임에도 개점 휴업과 같은 모습이었다.

김씨는 코로나19가 끝나고 방학기간을 지나 개강 특수를 기대 했지만 이젠 기대를 접어야 할 것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하루 손님 70명은 와야 적자를 면하는데 점심 장사가 끝나가는 시간까지 20여명만 찾았을 뿐이다.

같은 날 조선대학교 인근 식당도 사정은 마찬가지. 백반집을 운영하는 이모(66)씨 매출은 오후 5시까지 20만원 남짓이었다. 저녁 시간대에 30만원을 더 벌지 못하면 적자인 상황이다.

이씨는 “한때 점심시간이면 학생손님들로 줄서서 식사를 할 정도로 인산인해를 이뤘다”며 “코로나 19 여파로 손님이 줄었는데 물가까지 올라 학생들 소비심리가 위축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부분 학생식당이나 편의점을 찾는거 같다. 가격이 저렴하니보니 그럴 수밖에 없는 것같다”며 “개강하면 학과나 동아리 회식 손님이 많아 ‘개강 특수’를 누렸는데 이젠 그 기대도 할 수 없게 됐다. 전반적인 상권 상황이 좋지 않아 폐업 상태로 있는 곳도 많다”고 했다.

이날 대학 개강으로 모처럼 캠퍼스가 활기를 띠었지만 상권은 여전히 침체된 모습이었다. 공공요금과 식자재값 인상으로 음식점별로 고정비 지출이 늘어난 상황에서 고물가 여파로 학생들의 발길마저 끊겼기 때문이다.

학생들 발길이 뜸하자 문닫는 가게도속출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전남대 후문 중대형 상가(3층 이상 또는 연면적 330㎡초과) 공실률은 48.7%다. 공실률은 비어있는 사무실 비율을 말하며 통상 50%가 넘어가면 시장 기능을 상실했다고 본다.

전남대 공실률 전분기 대비 3.2%p가 올랐고 전년동기대비 18.1%p가 상승했다.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치다. 코로나19 기간 대학가 식당들이 줄폐업 한 이후 공실로 남아 있는 셈이다.

조선대 인근에서 배달전문매장을 운영하는 이영환(55)씨는 “높은 금리와 경제 불황, 물가 상승, 경쟁 심화가 근본적 매출 하락의 원인이다. 주변 상가가 폐업하는 등 대학가 상권이 과거에 비해 많이 위축된 것을 체감한다”며 “정부와 지자체가 금리 인하와 물가 안정에 힘써야 한다”고 했다.

학생들은 치솟는 물가에 저렴한 편의점이나 학생식당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아침식사를 1000원에 판매하는 ‘천원의 아침밥’은 행사 첫날부터 학생들이 몰려왔다. 전남대 학생식당에서 만난 최모(23)씨는 학교에서 저렴한 가격에 아침을 먹고 점심을 건너 뛴다고 했다.

최씨는 “학교에서 1000원만 내면 아침밥을 먹을 수 있다. 든든하게 먹고 저녁을 집에 가서 먹으면 큰 지출 없이 하루를 보낼 수 있다”며 “식당에 가면 최소 1만원은 써야되는데 학생 입장에서 점심값 지출이 부담이다”고 말했다.

조선대 생명화학공학과 김민준(24)씨는 “아르바이트와 용돈으로 생활비를 충당하고 있는데 식비가 한달 30만원이 든다”며 “주머니 사정이 넉넉치 않은 학생들이 많은 만큼 저렴한 가격의 선택지가 많았으면 한다.학교와 상인들이 제휴해 학생들의 부담을 덜어줄 방안도 고민했으면 한다”고 했다.

전남대 학생 안세종(20)씨는 “대학가 주변에서 식사를 하지만 비싼 가격이 부담스럽다”며 “학교를 나가서 밥을 먹으면 가격이 비싼 편이어서 안 먹거나 집에 가서 먹기도 한다”고 말했다.
나다운·박찬·윤준명 수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