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전면시행 앞둔 늘봄학교 현장 ‘아직은 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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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교육청
[전남일보]전면시행 앞둔 늘봄학교 현장 ‘아직은 혼란’
●광주 남구 빛여울초 가보니
일과 후 2시간 운영… 하교 후 학원
늘봄 전 시행 돌봄·방과후도 운영
학부모 “맞벌이부부엔 적합” 공감
교실 없어 일반학급 전환해 사용
시교육청 “과도기 단계… 안착 노력”
  • 입력 : 2024. 03.11(월) 18:02
  • 글·사진=김혜인 기자·박찬 수습기자
늘봄학교 시행 일주일 째 되는 11일 광주 남구 임암동의 빛여울초등학교에서 늘봄학교 프로그램으로 한자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김혜인 기자
광주시교육청이 현 정부 돌봄정책인 늘봄학교를 일부 학교에서 시행하고 있지만 시·공간적 여건 등으로 혼란스럽다는 평가가 나온다.

늘봄학교는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 정규수업 외 시간에 방과 후 프로그램과 돌봄을 제공받는 제도로, 올해 2학기부터 전국의 모든 초등학교 1학년은 늘봄학교를 이용할 수 있다. 하반기 전면시행을 앞두고 광주에서는 총 32곳의 학교에서 시범적으로 늘봄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늘봄학교 시행 일주일 째 되는 11일, 광주 남구 임암동에 위치한 빛여울초등학교는 2개의 늘봄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이날 수업을 마친 자녀를 데리러 온 학부모들은 늘봄학교의 취지에 대다수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전업주부라고 밝힌 박모(40)씨는 “학교 끝나는 시간에 맞춰 아이를 직접 데리고 올 수 있어 늘봄학교 신청을 안 했다”며 “맞벌이 부부에겐 꼭 필요한 정책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1학년 딸아이의 늘봄수업을 신청했다는 주영호(42)씨는 “부부가 모두 직장을 다니는 경우 아이를 종일 돌보는 게 어려운데 믿을 수 있는 공간에 정해진 시간까지 아이를 맡길 수 있다는 게 늘봄학교의 장점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늘봄학교가 정규수업 이후 2시간만 운영되고 있어 돌봄공백 해소의 실효성에 의문이 들고 있다.

이날 빛여울초 늘봄학교에서 진행하던 한자수업은 오후 1시10분부터 시작해 10분 쉬는시간을 가진 후 2시40분 끝났다.

수업이 끝나자마자 일부 아이들은 정문 앞에서 기다리는 부모님이나 할머니의 손을 잡고 집을 가는가 하면 또 다른 아이들은 학원 가방을 메고 노란 학원차량에 올라타기도 했다.

늘봄학교 취지가 학원뺑뺑이 등 돌봄공백에 대한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정책임에도 여전히 학부모와 학생들은 학원에 의존하는 모습이다.

늘봄학교 개념이나 시스템이 헷갈려 학부모들의 혼란을 가중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빛여울초는 늘봄 교실 외 3개 돌봄교실과 19개 방과 후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기존에 운영되던 돌봄과 방과 후 프로그램은 오후 5시까지 운영하기 때문에 학부모 입장에서는 무엇이 늘봄이고 방과 후 프로그램과는 별도인지 헷갈린다는 반응이었다.

돌봄교실을 신청한 임유란(40)씨는 “늘봄학교 시스템이 명확하지 않아 헷갈린다. 돌봄교실을 신청해 참가 중이라 늘봄학교와 중복참여가 안돼 신청조차 못했다”고 말했다.

임씨는 “아이를 돌보기 위해 육아휴직까지 했는데 늘봄학교 같은 정책이 더 빨리 시행됐다면 육아휴직을 내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다만 프로그램 구성이 아쉽다. 아이가 재미를 느낄만한 교육인지 모르겠고 전면시행 후 긴 시간 학교에 있어야 하는데 2학기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이 준비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늘봄학교에 대한 일선 학교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학생 수가 많은 학교의 경우 늘봄교실을 운영할 공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김태희 빛여울초 교무부장은 “학생 수가 많다보니 학교에 유휴공간이 없어 사정상 일반학급 교실을 늘봄교실로 쓰고 있다”며 “늘봄학교 정책이 확대될 예정인데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해 학교차원에서도 고민이 많다”고 설명했다.

광주시교육청 관계자는 “현재 늘봄학교의 과도기 단계인 상황”이라며 “운영시간도 확대할 계획이고 인력과 공간확보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반기에 전 학교가 차질 없이 운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글·사진=김혜인 기자·박찬 수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