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3연속 꼴찌 굴욕’ 페퍼저축은행, 이번 시즌은 논란만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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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일반
[전남일보]‘3연속 꼴찌 굴욕’ 페퍼저축은행, 이번 시즌은 논란만 안았다
●2023-2024 V-리그 결산
세 시즌 연속 5승 이하 그쳐
창단 4년만 네 번째 감독 맞아
경기 내·외적 잡음도 폭발
재창단 각오로 재출발해야
  • 입력 : 2024. 03.19(화) 16:11
  • 한규빈 기자 gyubin.han@jnilbo.com
페퍼저축은행 AI 페퍼스 선수단이 지난 8일 광주 페퍼스타디움(염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와 도드람 2023-2024 V-리그 여자부 6라운드 4차전에서 시즌 4승 째를 거둔 뒤 기뻐하고 있다. 한국배구연맹 제공
여자프로배구 막내 구단 페퍼저축은행 AI 페퍼스의 세 번째 시즌이 또 초라하게 끝났다. 페퍼저축은행은 여자부 역대 최다인 23연패에 빠지는 등 부진을 거듭한 끝에 5승 31패(승점 17)로 세 번째 ‘꼴찌’ 굴욕을 당했다.

페퍼저축은행은 올 시즌 창단 후 최다인 승점 17점을 획득했지만 승수는 공격적인 투자를 하기 전인 지난 시즌 5승과 변함 없었다. 오히려 선수단부터 코칭스태프, 프런트, 모기업까지 각종 논란을 낳으며 ‘천덕꾸러기’로 전락해버렸다.

●야심 찼지만 꼬일만큼 꼬인 비시즌

두 시즌 연속 최하위에 머무르며 전력 약점을 노출한 페퍼저축은행은 2022-2023시즌을 마친 뒤 자유 계약(FA) 시장에서 가장 공격적인 투자에 나섰다. 외부 FA로 박정아(전 한국도로공사)와 채선아(전 KGC인삼공사)를 영입했고 내부 FA 오지영과 이한비를 붙잡는 등 총 46억8500만원을 투자하며 큰 손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B등급으로 보상금만 내주면 됐던 채선아와 달리 A등급으로 보상 선수와 보상금을 함께 내줘야 했던 박정아에 대한 보호 선수 명단을 꾸리는 과정에서 당시 주전 세터였던 이고은을 제외하는 실수를 범했다.

결국 페퍼저축은행은 보상 선수로 지명된 이고은을 트레이드로 재영입하기 위해 최가은과 함께 올 시즌 신인 드래프트 1순위 지명권을 내줬고, 한국도로공사는 최대어 김세빈을 품으며 더 큰 출혈을 안았다.

평균 연령이 가장 어린 팀이던 페퍼저축은행은 지난 2022-2023시즌 막바지 NCAA(전미대학체육협회)에서 육성 전문가로 평가받은 아헨 킴 감독을 선임하기로 하고 시즌 종료 직후 지휘봉을 맡겼으나 4개월 만에 가족사를 이유로 돌연 사퇴했다.

아헨 킴 감독은 미국으로 돌아간 직후 아메리칸대 사령탑으로 부임하며 논란을 낳았고 페퍼저축은행은 일주일 만에 데이터 배구에 강점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조 트린지 감독을 선임하며 공백 최소화를 시도했다.

●홈 개막전 승리, 출발만 순탄

페퍼저축은행은 올 시즌 두 경기 만에 첫 승리를 챙기며 기대감을 키웠다. 지난해 10월19일 홈 개막전에서 한국도로공사를 상대로 풀세트 접전 끝에 재역전승을 거두며 역대 가장 빠른 첫 승을 신고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페퍼저축은행은 2라운드 첫 경기였던 GS칼텍스전에서 다시 풀세트까지 가 재역전승을 거뒀지만 직후였던 11월15일 한국도로공사전부터 지난달 20일 흥국생명까지 역대 V-리그 여자부 최다인 23연패에 빠졌다.

페퍼저축은행은 지난달 23일 한국도로공사를 상대로 정확히 100일 만에 연패 탈출을 이뤄냈지만 이 경기 직후 페퍼저축은행은 성적 부진과 선수단 관리 실패 등의 책임으로 조 트린지 감독을 경질하고 이경수 수석 코치에게 감독 대행을 맡겼다.

이경수 수석 코치는 김형실 제1대 감독과 아헨 킴 제2대 감독, 조 트린지 제3대 감독까지 세 명의 사령탑이 교체되는 동안 매번 감독 대행을 맡으며 뒷수습에 매진해야 했다. 그나마 이 감독 대행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 2승과 승점 7점을 챙기면서 창단 첫 연승과 역대 최다 승점 기록을 세운 것이 위안거리였다.

●부상·괴롭힘까지 끊이지 않은 잡음

페퍼저축은행은 두 명의 유망 자원을 부상으로 잃었다. 지난 시즌 전체 1순위로 지명했던 염어르헝이 2라운드 중반까지 매 경기 1세트 씩을 소화하며 발전 가능성을 보였으나 갑작스럽게 무릎 부상으로 시즌 아웃됐고 박은서 역시 고질적인 발목 부상을 극복하지 못하며 5라운드 중반부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시즌 초반 이민서와 문슬기가 차례로 돌연 임의 해지 선수로 공시돼 팀을 떠나는 일도 있었다. 이민서의 경우 팀을 떠난 뒤 오지영의 괴롭힘 의혹을 제기하며 KOVO 상벌위원회가 열렸다.

오지영은 2차 회의 끝에 1년 자격 정지 징계를 받았고, 페퍼저축은행은 즉시 계약을 해지하고 수련 선수였던 이채은을 정식 선수로 등록하는 등 후속 조치에 나섰으나 현재 징계 처분 효력 정지 가처분과 계약 해지 무효 확인 소송 등 법정 싸움으로 번진 상황이다.

이렇게 창단 세 번째 시즌을 마친 페퍼저축은행이 각종 논란에만 휩싸이면서 지역에서는 배구단을 두고 천덕꾸러기라는 의식이 만연하고 있다. 페퍼저축은행은 올 시즌을 앞두고 숙소와 훈련장 등을 이전하고 광주에 완전히 정착했으나 지역 팬들에 걱정거리만 안기는 모양새다.
한규빈 기자 gyubin.han@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