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벗어날 탈’ 포스터. |
지난달 개봉한 ‘벗어날 탈 脫’은 죽기 전에 깨달음을 얻고자 하는 ‘영목’과 작품을 위해 영감을 기다리는 ‘지우’ 앞에 드러난 미스테리한 번뇌의 순간을 담고 있다. 영화는 두 인물의 번뇌와 고뇌를 강렬한 색감과 미장센으로 표현하고 있다. 독립영화의 기둥 같은 임호준 배우와 신비로운 분위기의 위지원 배우 연기는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몰입감을 전하며 비주얼 서스펜스의 진수를 선사한다.
영화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포스터. |
내달 개봉하는 ‘키메라’는 땅속 유물을 감지하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도굴꾼 아르투가 잃어버린 연인 베니아미나를 찾아 헤매는 기묘한 모험을 다룬 드라마다. “이 가슴 시린 사랑의 모험에 완전히 매료됐다”, “놀랄 만큼 탄력적으로 굽이친다” 등 극찬을 받았다.
영화 ‘라스트 썸머’ 포스터. |
광주극장 ‘다이쇼 료망 3부작’ |
화제의 개봉작 상영 이외에도 광주극장은 이번 시즌의 새로운 특집 상영을 선보인다. 광주극장은 ‘장르의 혁신가’라고 불리며 일본영화사에서 가장 독창적인 미학을 선보인 거장 스즈키 세이준을 조명하며, 그의 작품들 중 탐미주의적 미학이 정점에 달했다고 알려진 ‘다이쇼 로망 3부작’을 오는 28일부터 4월10일까지 상영한다.
‘어느 영화든 반드시 한두 장면은 깜짝 놀랄 명장면을 선사한다’라는 연출 철학 아래 영화를 제작해 온 파괴의 미학가 스즈키 세이준. 그는 1948년에 쇼치쿠(영화 배급사)에 입사해 조감독 생활을 하였고, 1956년에 닛카츠(영화 배급사)로 옮겨 근 10여 년간 40여 편에 달하는 B급 영화를 만들었다. 스즈키 세이준은 다량의 B급 영화를 제작하면서도 자신만의 파격적인 스타일을 선보이며, 닛카츠의 황금기를 이끌었다.
스즈키 세이준은 1956년 ‘항구의 건배, 승리를 나의 손에’로 데뷔 후, ‘관동 무숙’, ‘동경방랑자’, ‘살인의 낙인’ 등 60년대 혁신적인 야쿠자 영화 영화들을 선보이며 갱 영화, 뮤지컬, 코미디, 시대극을 가로지르며 장르의 관습성을 파괴했다. 스즈키 세이준은 아슬아슬하게 자신만의 미학을 시도했는데, ‘살인의 낙인’ 이후 당시 닛카츠는 이해할 수 없는 영화를 만들었다며 개봉을 중지시키고 스즈키 세이준을 해고하기에 이르렀다.
1967년 이후 연출을 맡을 수 없었던 스즈키 세이준은 10년이 훌쩍 지난 1980년이 되어서야 ‘지고이네르바이젠’을 시작으로 ‘아지랑이좌’, ‘유메지’까지 이어지는 ‘다이쇼 로망 3부작’을 완성한다. 낭만주의와 퇴폐적인 분위기가 절제된 성숙한 영상미가 빛나는 ‘다이쇼 로망 3부작’은 스즈키 세이준의 미학의 정점으로 평가받으며, 그를 일본을 대표하는 비주얼 리스트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이번에 광주극장이 디지털 리마스터링으로 준비한 작품이 바로 ‘다이쇼 로방 3부작’이다.
이 외 새로운 삶을 선물 받은 기이한 소녀의 이야기 ‘가여운 것들’, 남편의 추락사로 한 순간에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아내의 이야기 ‘추락의 해부’, 프랑스의 희비극 애니메이션 영화 ‘로봇 드림’, 세남녀의 아슬아슬한 균열 ‘메이 디셈버’ 등이 준비돼 있다. 영화제 상영작 시간표는 광주극장 카페(https://cafe.naver.com/cinemagwangju/16644)에서 확인 가능하다.
도선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