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 ‘강대강’ 의-정대치… 의료대란 파국으로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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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전남일보] ‘강대강’ 의-정대치… 의료대란 파국으로 가나
전남·조선대병원 비대위 돌입
‘사직 찬성’ 병원 교수 80%대
비대위 “증원 강행, 묵과 못해”
'경영난' 대학병원만 안절부절
의료계 "대안없어… 중재 절실"
  • 입력 : 2024. 03.24(일) 18:15
  • 정성현 기자 sunghyun.jung@jnilbo.com
오는 25일부터 전국 의과대학 전공의에 이어 교수들까지 집단 사직을 예고하며 의료 공백 사태가 우려되는 가운데 지난 18일 조선대 의과대학 2호관에서 한 의료 관계자가 히포크라테스 선서문 밑을 지나가고 있다. 나건호 기자
정부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해 현장을 떠난 전공의들의 의사면허 정지 절차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지역 상급병원 일선을 지켜온 의대교수들이 ‘더는 좌시하지 않겠다’며 집단행동을 예고했다. 확대되는 갈등 양상에 의료계는 “경영난·의사공백 등 초대형 의료대란이 우려된다”며 정부의 중재를 촉구했다.

24일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달 19일 사직서를 제출하고 20일부터 근무를 중단한 광주·전남 전공의들이 26일부터 면허정지 절차에 들어간다. 앞서 정부는 이달 5일부터 이탈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의사면허 정지 사전통지서(업무개시명령)를 등기우편으로 발송, 의견 제출 시한을 25일로 통보했다.

정당한 사유·의견이 없다면 이들은 정부 직권으로 1년 이하 면허 정지 및 징역 3년·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단 면허정지 처분에 불복해 행정심판과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정부의 양보 없는 강경 추진·대응이 지속되자 의과대학 교수들도 ‘25일부터 사직서를 제출하고 진료 시간을 줄이겠다’고 맞불을 놨다. 전공의 처벌 방침 철회·증원 규모 재고가 투쟁의 골자다.

지난 14일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꾸린 조선대병원은 최근 설문조사를 거쳐 ‘자발적인 사직서 제출’을 추진하기로 했다. 의대 교수 161명 중 응답자 129명(78%)이 사직서 제출에 동의했고 이 중 25일에 맞춰 내겠다는 의견이 55.8%에 달했다.

전남대병원 교수진도 집단행동에 참여한다. 이들은 지난 20일 비대위를 구성해 설문조사를 실시, 교수 257명 가운데 216명(84%)이 자발적 사직서 제출에 동의했다.

다만 의료공백 최소화를 위해 이들 모두 사직서 수리전까지 법정 근로시간인 주52 시간 단축 업무를 진행할 예정이다.

전남대 비대위는 24일 성명서를 통해 “의료개혁이라는 미명아래 자행된 의대 증원과 강제 배정은 필수 의료 확충·지방 의료 고사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아니다”며 “편향된 탁상행정으로 인해 의대생과 전공의들에 행정 탄압이 가해진다면 결코 묵과하지 않겠다. 정부는 비이성적 제재를 철회하고 신속히 대화의 장을 마련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부의 의과대학 증원 정책안에 반대한 전공의 집단 행동이 이어지는 4일 오전 광주 동구 전남대학교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교수들의 집단행동이 가시화되자 전남·조선대 의대는 학사 일정을 내달로 연기했다. 두 대학은 현재 상당수 의대생이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해 동맹 휴학 중이다.

대학병원 측도 점차 커지는 갈등 양상에 난감한 입장이다. 전공의 이탈 장기화에 진료과 통폐합, 수술실 단축 등 고육지책을 펼쳐 버티고 있으나 이젠 환자 수 감소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버티기 힘들 정도로 커졌기 때문이다.

전남대병원은 최근 신규 외래 진료를 받지 않고 응급환자 위주로 수술을 진행하는 등 축소 운영을 지속하고 있다. 이 달에는 수술·병상 가동률이 떨어지는 비뇨기과·성형외과·정형외과 병동을 폐쇄했다. 누적 적자는 2018년 개설한 마이너스 통장(200억 한도)으로 메꾸고 있는데 이마저도 잔고가 거의 바닥난 상태다.

평소 대비 입원환자가 40% 줄어든 조선대병원도 병상 가동률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운영난을 겪고 있다. 지난 20일에는 병동 14곳 중 4곳을 다른 병동과 통합했다. 100여 명의 잔여 간호인력은 과밀 병동이나 중환자실·수술실(전담간호사)로 배치됐다. 이곳 역시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마이너스 통장 개설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조선대병원 관계자는 “평균 병상 가동률 50%대에 머물고 있어 운영에 어려움이 많다. 모든 병원이 비상 경영 중”이라며 “교수들만은 현장을 떠나지 않길 바란다. 이들이 없다면 통폐합만으로 공백을 메울 수 없다. ‘개점휴업’이 현실화될 수 있다”고 걱정했다.

의료계는 전공의와 달리 진료 유지 명령을 내릴 수 없는 교수는 ‘집단행동 파급력이 다르다’며 정부의 중재를 촉구했다.

지역 공공의료 관계자는 “의대 교수는 대부분 정년이 보장되는 대학교원이다. 사직서 수리 시 정부가 진료를 강제할 명분이 없다”며 “의대 교수들은 의사 중 가장 정점에 있는 사람들이다. 군의관·공보의 투입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초대형 의료대란’이 생길 수 있다. 전국의대 교수들이 정부에 대화의 장을 요청한 만큼, 정부도 모든 것을 열고 의료계와 재논의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정성현 기자 sunghyun.ju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