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흉물 된 5·18사적지 이대로 방치할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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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흉물 된 5·18사적지 이대로 방치할 건가
예산 탓 관리 부실 더 이상 안돼
  • 입력 : 2024. 03.27(수) 17:27
5·18민주화운동 주요 사적지가 장기간 흉물로 방치되고 있다. 광주시가 1년 전 5·18사적지에 대한 원형복원 및 재정비 사업을 추진키로 했지만 예산 부족으로 인해 사업이 지연되면서다. 장기간 방치로 사적지 곳곳이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권운동과 민주화에 평생을 바쳤던 고(故) 홍남순 변호사 가옥은 지난 2017년 5·18사적지 제29호로 지정된 곳이다. 광주시는 지난해 1월 홍 변호사의 가옥을 복원키로 한 약속을 1년 넘게 지키지 않고 있다. 장기간 방치된 변호사의 가옥은 문이 열려져 있는 채 내부는 폐가 수준으로 방치돼 있었다. 홍 변호사 가옥은 5·18민주화운동 당시 민주 인사들이 드나들며 수습 대책 회의를 해 ‘민주사랑방’으로 불렸던 장소로 역사적 의미가 커 보존이 시급하다.

다른 5·18사적지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 5·18 사적지 제 23호인 광주 서구 옛 국군광주병원도 건물 유리창이 깨져있고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있는 상태였다. 광주 지역 곳곳에 5·18 사적지가 29곳 있지만 대부분 보존·복원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노후화된 건물을 이용하기엔 위험도가 높고 복원이나 부지 활용 등으로 방안을 마련해도 사업비 확보에 제동이 걸려 정비 사업이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는 게 광주시의 입장이다. 전남 역시 5·18민주화운동 관련 장소는 70곳이 넘으며 그중 공식 사적지로 지정된 곳만 해도 29곳이나 된다. 5·18 당시 피해자 상당수가 전남지역 주민들임에도 홍보가 부족한 탓에 지역민들조차 사적지 위치를 알지 못했으며 사적지 주변에는 쓰레기가 쌓여 있다.

80년 5월 당시 민주화를 외쳤던 광주시민들의 숨결이 남아있는 5·18 사적지를 언제까지 방치할 텐가. 부족한 예산만 탓하며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관리당국의 소극 행정에 실망감이 크다. 5월 영령들을 기리고 민주화 정신을 계승 발전시키는 건 산 자들의 몫이다. 5·18 사적지 원형 복원 및 보존을 차일 피일 미룬다면 어찌 5월 영령들 앞에서 고개를 들 수 있겠는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