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석대>블랙 코미디(Black Come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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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블랙 코미디(Black Comedy)
곽지혜 취재1부 기자
  • 입력 : 2024. 03.31(일) 15:17
곽지혜 기자
내로라하는 희극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관객 혹은 시청자들을 웃기기 위해 만들어진 코미디 프로그램을 좋아하는 이들도, 싫어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자극적인 주제와 작위적인 상황 연출 등이 주를 이룬다고 생각하는 탓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편이지만, 오히려 이런 코미디 프로그램을 찾아보는 시기도 있다. 바로 선거철이다.

미국 NBC에서 40년간 방영하고 있는 ‘Saturday Night Live’의 포맷 라이센스를 받아 제작된 ‘SNL 코리아’에서는 다양한 장르의 콩트와 정치 풍자를 통해 고정 출연자인 ‘크루’들과 각 회차마다 중심이 되는 유명인인 ‘호스트’들이 망가지면서 웃음을 자아낸다.

특히 각 정당의 색깔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텔레토비를 국회의사당에 사는 정치인에 빗대 표현한 ‘여의도 텔레토비’라는 코너는 18대 대통령 선거 이슈와 맞물려 인기를 끌며 SNL을 대표적인 정치 풍자 프로그램으로 자리잡게 했다. 이후 10여년이 넘는 시간 동안 프로그램은 흥망성쇠를 겪고 폐지 수순을 밟기도 했지만, OTT 서비스를 통해 다시 부활하며 다가오는 4·10 총선과 관련해서도 정치적 풍자를 이어가고 있다.

쉴 새 없이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대통령을 흉내 내는 캐릭터부터, 여야 대표 정치인들의 모습으로 분장해 말투를 따라 하며 논란의 행보와 발언을 꼬집는 캐릭터들까지. 배우들의 연기력과 표현력에 웃음을 터뜨리다가도 이 모든 것이 사실에 기반한 것임을 다시 한번 인지하고 한숨을 내쉬기도 한다.

실제 정치인들이 출연하는 인터뷰 코너에서는 뉴스에서는 보기 어려운 직설적이고 짓궂은 질문에 당사자들이 재치 있게 답변하는 모습도 그려진다. 윤석열 대통령도 2022년 후보자 시절 당시 해당 프로그램에 출연해 자유로운 정치 풍자를 ‘프로그램의 권리’라고 표현했을 정도다.

물론 이러한 정치 풍자를 두고 일각에서는 과도한 희화화라는 지적도 있지만, 그럼에도 웃지 못할 현실에서 통쾌한 웃음을 선사하는 풍자를 예찬한다. 웃음에서 느껴지는 굵직한 뼈대는 분명 통쾌함과 문제의식을 동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끔은 직설적인 말보다 은유적인 표현과 웃음이 더 큰 힘을 갖듯, 사태를 줄줄이 늘어놓기보다 부조리를 응축해 날리는 묵직한 한 방이 효과적이다.

풍자는 주목도에서도 매우 뛰어나다. 정치에 관심 자체가 없는 세대에게는 뉴스나 신문이 제공하지 못한 흥미와 궁금증을 유발하는 효과가 있다. 나아가 함께 웃는 것에서 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있음을 확인하고, 이는 조용한 연대로 이어져 곧 사회의 불합리함을 도려내는 무기로 발전하기도 한다.

‘Black’과 ‘Comedy’. 명암의 양극단에 있는 단어들이 발휘하는 힘이 우리 사회를 보다 더 낫게 만들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