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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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벚꽃 단상
최도철 미디어국장
  • 입력 : 2024. 04.01(월) 15:49
최도철 국장
 “천지간에 꽃입니다 눈 가고 마음 가고 발길 닿는 곳마다 꽃입니다/ 생각지도 않는 곳에서 지금 꽃이 피고, 못 견디겠어요/ 눈을 감습니다 아, 눈감은 데까지 따라오며 꽃은 핍니다/ 피할 수 없는 이 화사한 아픔, 잡히지 않는 이 아련한 그리움, 참을 수 없이 떨리는 이 까닭없는 분노/ 아 아, 생살에 떨어지는 이 뜨거운 꽃잎들.” (김용택 ‘이 꽃잎들’ 전문)

 봄바람에 꽃 본 나비처럼 몸이 다는 날, 구례에서 하동으로 이어지는 섬진강에 가노라면 어김없이 맴도는 시다. ‘섬진강의 주인장’인 김 시인은 천지간에 꽃이 피는 4월을 영락없는 꽃달이라 한다. 이런 날에는 시인도 텃밭에 흙 묻은 호미만 던져 두고 이쁜 처자 손목 잡고 섬진강 봄물따라 꽃 보러 간단다.

 세월은 강물보다 빨리 흐른다. 봄날만 기다리던 홍매, 백매, 산수유는 이미 다 이울었고, 그 자리에 진달래, 목련, 산철쭉, 복사꽃이 시절을 만났다.

 꿈같은 봄날, 남도땅 어디엔들 꽃바람이 불지 않을까마는 유홍준은 섬진강 꽃길을 ‘이 세상 둘이 있기 힘든 아름다운 길’이라 칭송했다.섬진강 마실길은 사계절 어느 때에 간다해도 다 좋기만 하다. 개중 낮에 나온 반달 아래 수줍게 핀 하동 만지 배꽃과 화개 벚꽃대궐이 짝꿍을 이루는 날의 나들이는 더할 나위 없는 판타스틱이다.

 팝콘처럼 터지는 벚꽃은 만개했을 때도 비길 데 없이 아름답지만, 송이눈처럼, 흰나비처럼 나풀거리며 떨어지는 춤사위도 황홀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꽃비 내리는 날의 영화가 너무 짧아 야속하다. 절정이라는 소식에 꽃보러 갈 날짜만 꼽고 있다가 지나쳐 버리기 일쑤다.

 예전에는 벚꽃을 두고 왜색이라 하여 부정적 시선으로 보는 이들도 더러 있었다. 일본인들이 정서적 국화로 여기는 사쿠라를 떠올렸기 때문이다.

 사쿠라는 ‘진짜처럼 가장한 가짜’를 이르는 속어로 한때 정치판에서도 쓰였다. 하지만 이 뜻의 용어는 벚꽃과 아무런 연관이 없다. ‘사쿠라니쿠’가 와전된 것이다. ‘사쿠라니쿠’는 벚꽃과 비슷한 연분홍색을 띠는 말고기를 가리키는 말로 ‘쇠고기인줄 알고 샀는데, 먹어보니 말고기’라는 이야기이다.

 300개의 금배지를 두고 선량들을 뽑는다고 온 나라가 소란하다. 선거를 일주일 앞뒀으니 그럴 만도 하겠다. 바라거니와 이번 총선에선 제발 ‘사쿠라니쿠’들이 뽑히지 않길…. 그래야 봄바람 부는 날이면 장삼이사들도 시름없이 꽃구경 한 번 다녀오는 세상이 올 게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