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석대>현대판 파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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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현대판 파발마
김성수 논설위원
  • 입력 : 2024. 04.02(화) 16:28
김성수 논설위원
‘파발마(擺撥馬)’는 조선 후기 공무로 급히 가는 사람이 타던 말이다. 파발마를 타는 사람은 ‘파발꾼’이라고 한다. 또한 전마(戰馬)가 잠시 쉬어가는 곳을 역참(驛站)이라 부른다.

역참 간의 거리는 대략 30리(12㎞)다. 말이 쉬지 않고 달릴 수 있는 한계거리가 바로 30리다. 아무리 급한 일일지라도 말이 달리 수 있는 시간과 거리를 둬 역참을 만든 건 우리 선조들의 지혜가 담겨 있다.

도로, 철로 등이 없었던 조선시대에 파발마는 가장 빠른 교통수단이다. 21세기 가장 빠른 교통수단은 비행기지만 하늘이 아닌 육로에선 ‘고속철도(KTX)’일 것이다.

2024년 4월 1일은 우리나라에서 고속철도가 개통된 지 20주년이 되는 날이다. 한국은 세계에서 고속철도를 운영하는 4번째 국가다. 전국이 2시간대 생활권으로 연결됐고, 무엇보다 고속철도 개통을 계기로 한국의 철도기술과 운영 수준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우리나라에 철도가 처음 개통된 시기는 1898년이다. 평균 시속은 21.5㎞다. 개통당시 독립신문엔 “나는 새도 미처 따르지 못하더라”며 빠른 속도를 극찬했다. 100년 후 고속철도가 시속 300㎞를 달리는 걸 감안하면 100년 동안 14배 이상 빨라진 셈이다.

우리나라가 고속철도 도입 시기 고속철도 기술을 자체 보유한 나라는 일본과 프랑스, 독일 등 3곳뿐이다. 우리나라는 경쟁 입찰을 통해 철차륜식을 조건으로 내건 프랑스 TGV를 선정했다. 입찰 당시 프랑스 정부가 병인양요 때 가져 간 외규장각 도서를 국내 반환으로 입찰에 성공했다는 말이 떠돌았지만 사실과 달랐다.

한국고속철도는 TGV 기반의 KTX에서 출발해 KTX-산천, KTX-이음 등으로 발전했다. 한국철도공사는 올해 고속철도 도입 20주년을 맞아 신형 KTX를 선보인다. 공사는 오는 5월부터 경부선과 호남선에 KTX-청룡을 투입한다. 이동 시간이 최대 30분 단축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KTX-청룡은 국산화율 100%를 달성해 의미가 남다르다. 20년 전 고속철도 도입 당시 프랑스 연구진의 한국 고속열차 국산화는 불가능할 것이란 예측을 뛰어넘은 것이다.

불과 20년 만에 고속철도 100%국산화를 이룬 대한민국 기술력이 자랑스럽다. 조선시대 ‘파발마’라는 교통혁신을 보여준 선조들의 후예답다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