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감각으로 관객 깨우는 독립영화 ‘오래된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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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반
낯선 감각으로 관객 깨우는 독립영화 ‘오래된 미래’
●광주독립영화관, 12~14일 개관 6주년 기념 `12편 상영
청춘물 ‘고양이를 부탁해’ 등
단편모음·감독 씨네토크 다채
  • 입력 : 2024. 04.02(화) 17:18
  •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
광주독립영화관이 개관 6주년을 맞아 기념비적인 한국의 독립영화 12편을 상영하는 기획전 ‘오래된 미래’을 연다. 오는 12일부터 14일까지 사흘간 낯선 감각으로 관객들을 마주했던, 이제는 한국영화를 상징하는 아이콘이 된 독립영화를 다시 감상해본다. 상영 후 감독과의 씨네토크 등 다채로운 행사도 준비돼 있다.

12일 첫날은 방황하는 청춘의 발자취를 그린 영화 3편이 준비돼 있다.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는 자유롭게 세상을 날고 싶은 엉뚱한 몽상가 태희. 사회로 첫발을 먼저 내디딘 현실주의자 혜주. 생계를 위해 꿈은 잠시 뒤로 미뤄둔 꿈많은 모험가 지영. 친구들의 든든한 버팀목 쌍둥이 비류와 온조. 각자 다른 네 갈래 길의 스무 살을 만난 이들은 갑자기 나타난 고양이 한 마리로 인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독립영화에서 굵직한 필모를 쌓은 정재은 감독의 데뷔작으로 배우 이두나, 이요원 등의 풋풋한 데뷔 초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이외 패싸움 전문 공고 졸업생의 전쟁 같은 삶을 그린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정우성을 스타덤에 올린 1990년대 대표 청춘물 영화 ‘비트’를 상영한다. 이 영화들은 2003년 독립예술영화관 지원사업이 시작될 수 있었던 배경이 된 2000년대 초반 작가주의 영화들로, 멀티플렉스 스크린 독점 하에 극장에 설 자리를 잃은 영화들의 공동체 상영을 요구하는 관객운동의 흐름이 나타나기 시작했던 시기의 작품이기도 하다.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
13일 현대사회의 단면을 그린 단편영화 4편 △기념촬영 △호모 비디오쿠스 △비명도시 △우중산책을 연달아 상영하는 ‘단편모음’ 섹션과 함께 4인조 밴드의 고된 살아남기를 그린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를 상영한다. 특히 상영이 끝나면, ‘와이키키 브라더스’와 ‘우중산책’을 연출한 임순례 감독의 데뷔 30주년 마스터클래스를 진행한다.

‘아이키키 브라더스’는 나이트클럽에서 연주하는 남성 4인조 밴드 와이키키 브라더스가 불경기로 인해 한곳에 정착하지 못한 채 출장 밴드를 전전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순수했던 친구들은 어느새 생활에 찌든 생활인으로 변했다. 고단한 현실에서 어린 시절의 꿈을 맞닥뜨린 이들에게 이제 어떤 선택이 남았을까. 한국여성감독 거장 임순례 감독의 초기작이다. 임순례 감독은 지난해 개봉한 고예산 한국 상업영화 35편을 연출한 감독 중 유일한 여성 감독이다.

14일에도 단편모음을 상영한다. 자신만의 색채를 드러내며 주목받은 △숲 △남매의 집 △세상의 끝, 에 이어 오컬트 영화의 한 획을 그은 ‘검은사제들’의 단편 원작 ‘12번째 보조사제’를 상영한다. ‘12번째 보조사제’를 연출한 장제현 감독의 초대 씨네토크(주제: ‘장재현’이라는 장르의 탄생)도 준비돼 있다. 장재현 감독은 최근 1000만 관객을 돌파한 ‘파묘’ 개봉 후 처음으로 광주를 방문해 관객들을 만난다.

‘12번째 보조사제’는 최부제와 김신부가 식물인간 상태에 빠진 영신의 집을 방문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그들은 그녀의 몸을 숙주 삼아 똬리를 튼 악마를 내쫓기 위해 고군분투 한다. 하지만 악마의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 김신부와 최부제 노력에도 영신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이곳이 처음인 최부제의 약한 마음을 공략해 힘을 키워만 간다. 영신은 입시지옥의 압박을 견디다 못해 자살을 시도한 것으로 보이며 최부제는 군대에서 폭행당한 아픈 기억을 여전히 떨치지 못한 상태다. 악마는 인간이 품고 있는 두려움을 공략해 그 힘을 키워 가는데 영화는 그 고리에서 한국사회의 병폐를 본다. 훗날 장편으로 개봉한 영화 ‘검은사제들’과 비교해본다.

광주독립영화관 관계자는 “독립영화 실존과 생존이 시대의 과제가 된 지금 광주독립영화관은 ‘지역’의 ‘독립영화관’으로 살아남아 개관 6주년을 맞았다”며 “독립영화의 위기 속에서 한국영화계에서 독립영화의 위치와 중요성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12편의 영화를 준비했다. 한국영화의 오래된 미래는 독립영화에 있다. 많은 관심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기획전은 유료상영으로 1인 8000원이다. 예매는 현재 디트릭스 > 영화관 > 광주독립영화관에서 가능하다. 자세한 영화 정보는 광주독립영화관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광주독립영화관 기획전 ‘오래된 미래’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