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석대>가나안 땅의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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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가나안 땅의 비극
김성수 논설위원
  • 입력 : 2024. 04.16(화) 16:59
김성수 논설위원
시오니즘(Zionism)은 디아스포라로 세계 곳곳에 흩어져 살던 유대인이 조상들이 살았던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인 가나안으로 돌아가자는 운동이다. 시오니즘 운동은 1897년부터 본격화됐다고 한다. 성경에서 말하는 가나안은 현 이스라엘이자, 팔레스타인의 또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가나안에 최초로 이주한 유대인인 아브라함을 시작으로 아브라함의 손자인 야곱의 이집트(애굽) 이주, 모세와 여호수아에 이끌린 유대민족이 이집트 대탈출을 강행, 광야 40년 생활 끝에 ‘약속의 땅’ 가나안에 정착하기 까지 많은 우여곡절을 겪는다.

여호수아가 이끄는 유대 민족은 이미 정착해 살고 있는 가나안 7족속과 블레셋 족속을 차례대로 몰아내고 유대 국가를 이룬다. 다윗왕과 솔로몬왕 시절 번창했던 유대국가는 아수르(아시리아), 바벨론에 의해 멸망했고 BC 5~7세기 경부터 디아스포라가 됐다. 가나안은 AD610년 이슬람교를 만든 무함마드에 의해 점령당했고, 이후에도 이슬람교를 국교로 하는 오스만 제국의 영토였다. 1차 세계대전(1914년~1918년)에서 오스만 제국이 패전국이 되면서 가나안은 오스만 제국이지만 영국의 통치령이 됐다. 유대민족의 시오니즘 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됐던 시기다. 이후 1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이 가나안 땅을 두고 팔레스타인과 유대인에게 동시에 독립국가 건설을 약속했고, 1948년 5월 14일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UN의 중재로 이스라엘의 건국이 이뤄졌다. 문제는 가나안은 팔레스타인이 100%차지하고 있던 땅을 강대국의 힘에 의해 가나안 땅의 56%를 이스라엘에게 할당하고 나머지 44%(가자지구, 요르단 서안지구)에 팔레스타인을 살게 했다. 이같은 2중 분양이 지금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의 불씨가 됐다.

21세기 가나안 땅은 약속의 땅도 젖과 꿀이 흐르는 땅도 아니다. 전쟁이 끊이지 않으며 통곡과 피의 복수가 난무하는 아비규환이나 다름없다. 이미 4차례 중동전쟁이 발생했고, 지난 2023년 10월 7일 이스라엘과 하마스간에 시작된 전쟁은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최근엔 이란이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을 강행하면서 두 국가 사이에 전운까지 감돈다. 전쟁에 정당성은 없다. 이스라엘의 핍박에 침공을 감행한 하마스의 잔혹한 민간인 살상도 복수를 하겠다며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폭격으로 무고한 팔레스타인들이 사망했다. 복수는 또 다른 복수를, 폭력은 더한 폭력을 부를 뿐이다. 지금 필요한 건 대화에 나설 용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