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정길수>현수막, 불편한 진실과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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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정길수>현수막, 불편한 진실과 과제
정길수 전남도의원
  • 입력 : 2024. 05.06(월) 16:13
정길수 전남도의원
바야흐로 4월, 완연한 봄이자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의 계절을 맞아 거리 곳곳에 갖가지 구호를 내건 후보들의 현수막이 각양각색으로 장관을 이뤘다. 총선이 끝난 지금도 현수막 물결은 여전해 보인다. 선거 현수막을 뗀 자리에는 당선과 승복 인사 현수막이 달렸다. 그런데 전 세계가 기후변화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따라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지방자치단체에도 접목되고 있다. ESG란 친환경, 저탄소 활동, 사회 공헌, 지배구조 개선 등을 핵심으로 기업의 성과를 평가하는 지표를 뜻한다. 이러한 기후변화 속에서 지속가능한 발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와중에 홍보 목적이라는 수명을 다한 현수막은 어디로 가는 것인지 궁금해졌다.

현수막은 제작비용이 저렴하고 정책이나 정치적 현안을 단순하고 명료하게 주민들에게 잘 전달할 수 있어 소위 말하는 ‘가성비’가 좋아 각 후보나 정당의 홍보 수단으로 많이 쓰게 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현수막은 폴리에스터와 같은 플라스틱 합성수지로 만들어져 땅에 묻어도 썩지 않고 소각했을 땐 온실가스나 다이옥신과 같은 유해 물질이 배출되어 사람 건강과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재활용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한다.

각 지자체에서는 폐현수막 자원순환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주요 사례로 서울 중구는 수거한 1720장을 재활용해 ‘공유우산’ 430개를 제작한 후 관내 주민센터·복지관 등에 비치하고 무료로 우산을 대여해줬다. 서울 송파구는 매년 폐현수막을 재활용해 장바구니, 손가방, 앞치마 등 생활에 필요한 물건을 제작, 주민들에게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전남도는 지난해 10월 시민단체와 주민들이 직접 참여해 폐현수막으로 물고기 모양의 자루를 만들어 바닷가와 공원의 쓰레기를 수거 및 환경정비 활동을 하는 ‘푸른바다 큰물고기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이 프로젝트에는 전남도의 시민단체, 대학, 어린이집 등 65개 단체가 참여했으며 폐현수막을 재활용한 해양 쓰레기 수거용 자루 1090개를 제작해 47개 바닷가 등에서 환경정비 운동을 펼쳤다.

폐현수막을 건축자재로 재활용하려는 시도도 계속되고 있다. 헌 옷과 현수막 등 버려지는 폐섬유를 분해해 압축, 냉각, 가열하여 만든 ‘섬유패널’로 스타벅스 서울대병원점 천장 마감재와 서울 남산도서관의 야외 벤치와 탁자 등을 제작하는 데도 활용됐다

올해도 행정안전부는 각 지자체에서 수거한 현수막을 장바구니와 마대 등으로 재활용하거나 친환경 현수막 제작을 확대할 수 있도록 15억원을 지자체에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배출되는 현수막을 전부 재활용할 수 있을지는 솔직히 의문이 든다.

환경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20년 치러진 국회의원선거의 폐현수막 재활용률은 23.5%, 22년 대통령 선거의 재활용률은 24.5%, 같은해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는 약 260만장의 현수막이 수거됐지만, 재활용률은 24.8%에 그쳤다고 한다. 게다가 지난 1월 개정된 ‘옥외광고물법’이 시행돼 내걸 수 있는 정당 현수막의 개수를 읍·면·동별 2개 이내로 제한하고 있지만 교체하는 데에는 제한이 없어 사실상 무제한으로 내걸 수 있다. 각 자자체가 수거해야 하는 현수막은 여전히 많은 셈이다.

이제는 현수막에 대한 정책 전반을 고민해야 한다. 전 세계가 기후 위기와 에너지 리스크 등을 극복하기 위해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탄소중립 달성과 같은 환경을 보호하고 지속가능한 방향의 발전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쓰레기 발생을 줄이기 위해 최종적으로는 플라스틱 합성섬유로 된 현수막을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재활용이 좀 더 쉬운 옥수수, 감자, 사탕수수 등 천연 물질을 사용한 친환경 소재로 현수막을 만들 수 있도록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쓰레기 문제를 막고 현수막 난립을 방지하고자 개정한 ‘옥외광고물법’과 ‘공직선거법’의 취지를 살려 현수막의 규격과 매수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아 재개정해야 한다. 다음 세대에게 더욱 좋은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지구를 아끼고 물려주는 것이 기성세대인 우리의 의무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