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수 논설위원 |
수백 만 명이 모여 사는 도시의 강물을 깨끗하게 회복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한강은 기적을 이뤄낸다. 1988년 서울올림픽은 한강을 대변화시키는 계기가 됐다. 정부는 한강 개발사업(1982~1986)을 통해 한강에 자연스럽게 흐르던 물을 댐 형태로 만들어 수위를 조절했다. 한강 고수부지 일대를 시민 공원으로 조성하고 88 올림픽대로를 착공해 김포공항~잠실 주경기장까지 빠르게 이동할 수 있도록 했다. 이후에도 국가주도의 환경 개선 프로젝트를 통해 한강 상류를 그린벨트로 개발을 제한하고 오염 유입도 차단했다. 시민들도 환경파수꾼을 자처해 환경보호에 앞장섰다. 그 결과 한강은 수질이 개선돼 오늘날 다양한 생물들이 서식하는 깨끗한 강으로 거듭났다.
프랑스가 2024 파리 올림픽 개막을 목전에 두고 고심에 빠졌다. 수도 파리를 가로지르는 센 강의 수질 때문이다. 이번 파리 올림픽 개회식과 철인 3종 수영 종목, 오픈 워터 스위밍 등을 센 강에서 치를 계획이다. 문제는 수질인데 센 강은 지난 100년간 수질악화로 입수가 금지돼 있다. 프랑스 당국은 대한민국처럼 올림픽을 계기로 센 강의 수질을 개선하겠다며 14억 유로를 들여 정화 작업에 들어갔지만 수질은 쉽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센 강은 이미 쓰레기와 오물, 박테리아와 대장균으로 오염된 상황에서 입수 가능한 수준으로 수질을 정화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프랑스가 대한민국의 한강을 본보기로 삼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프랑스는 무언가 착각한 듯하다. 100년 넘게 더렵혀진 센 강을 불과 1~2년 새에 입수가 가능한 수질로 개선한다는 발상은 무모해 보인다.
대한민국의 경제발전은 일제 강점기와 6·25 전쟁을 극복해 만든 기적이며, 한강의 수질도 반세기 동안 이어진 정부와 시민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렇게 써내려 간 역사가 바로 ‘한강의 기적’이다. 기적은 수많은 노력과 인고의 시간이 빚어낸 드라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