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하늘이 점지해야 눈에 보인다는 영물인 산삼(山蔘) 이야기다. 산삼은 ‘산에서 나는 삼’이라는 뜻으로 사람 손이 닿지 않는 깊은 산에서 백 년을 넘게 산다는 신령스러운 생물이다. 삼(蔘)은 생장 환경과 여건에 따라 여러 가지로 나뉜다. ‘천종산삼(天種山蔘)’, ‘지종산삼(地種山蔘)’, ‘인종산삼(人種山蔘)’이 그것이다. ‘천종산삼’은 인위적인 어떠한 간섭도 받지 않고 자연 상태에서 발아해 3대 이상 자생한 산삼이다. 심마니들은 50년 이상 묵은 산삼을 천종산삼이라 부른다. ‘지종산삼’은 산삼의 씨앗을 새나 동물이 먹고 배설한 곳에서 발아해 생장한 산삼이다. 이를 ‘새가 배 속어 넣어 퍼트린 산삼’이라는 뜻으로 ‘조복삼(鳥腹蔘)’이라고도 한다. 인종산삼은 인간의 손을 거쳐 생장한 산삼이다.
세상에 명약(名藥)으로 알려진 것 중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물건을 꼽자면 아마 산삼만 한 게 없을 듯싶다. 이중 ‘천종산삼’은 하늘이 키운 산삼으로 발견하기도, 만나기도 어렵기 때문에 구전하는 이야기도 많다. 각종 설화에 죽을병을 고치는 기이한 약재로서, 행운을 가져다주는 재화를 상징하는 산삼은 옛날부터 신비의 명약이라 불렸다.
천종산삼은 귀하다 보니 ‘부르는 게 값’이라고 한다. 작고한 현대그룹 창업주 정주영 회장과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이 산삼을 즐겨 먹기로 유명했다. 정 회장은 직접 심마니가 좋은 산삼을 발견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직접 달려가 현금을 주고 그 자리에서 산삼을 씹어 먹었다고 한다. 이 회장도 산삼 구입을 담당하는 직원을 뒀다고 한다. 이 회장의 어록 중에 ‘산삼밭에 가야 산삼을 캘 수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산삼은 종종 일반인들에게도 발견되지만 대부분은 심마니에 의해 발견된다. 심마니들은 산삼을 캐러 입산할때는 미리 길일을 정한다. 입산 전까지 개나 닭 등 살생을 금하며 네 다리 달린 짐승을 먹지도 않는다. 삼을 캘 때도 공을 들인다. 실오라기만 한 뿌리 1개라도 다치지 않게끔 캐야 한다. 다친 삼은 삼이 놀랐다고 해 ‘경삼(驚蔘)’이라고 부르며 그 가치가 절반으로 떨어진다.
천종산삼은 로또와 다름없다 보니 발견만 되면 전국적인 화젯거리다. 최근 건강을 위해 산을 자주 오르던 70대 남성이 순천시 모후산자락에서 천종산삼 13뿌리를 발견했다는 소식이 알려져 눈길을 끌었다. 감정가만 무려 7000만원 정도라고 한다. 인근인 지리산과 무등산 등에서도 종종 “심봤다~”가 울려 퍼지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