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환 논설실장 |
1953년부터 이어져 온 한반도 정전 상태를 넘어 실질적인 종전을 선언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당장 1조 군사적 적대관계 종식으로 시작된 평양공동선언은 2조에서 교류와 협력 증대를 담았고 3조에서는 이산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인도적 협력 강화로 이어져 세계인을 놀라게 했다. 다양한 분야의 협력과 교류를 추진키로 한 4조와 한반도를 핵무기와 핵 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어가겠다는 5조도 국민들에게 통일이 꿈이 아닌 현실임을 각인시켰다. 마지막 6조에는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을 명시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엄청난 진전’이라며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한반도가 평화로 가는 길은 멀고 험했다. 가장 큰 걸림돌은 단계적 비핵화를 통해 대북제재 완화를 얻으려는 북한과 완전한 비핵화까지 대북제재 완화는 안되다는 북·미간 의견차였다. 그러다 보니 남·북 경제협력과 외국인투자의 시작인 개성공단 재개와 금강산 관광은 시작부터 막혔다. 남한과 북한의 정치적 상황으로 종전선언 등 대부분의 약속도 지켜지지 않았다. 여기에 윤석열 정권이 출범하면서 남북 간 적대 행위를 금지하는 9·19 군사합의마저 효력을 정지시키면서 남·북 간 군사적 대치는 그야말로 살얼음판이다.
‘9·19평양공동선언’ 6주년을 맞은 19~20일 광주와 전남에서 평양공동선언을 기념하는 행사가 잇따라 열린다. UN의 대북 제재와 북·미 대화의 한계, 국내·외 정치적 여건 등으로 빛을 보지는 못했지만 미래지향적 한반도를 꿈꿨던 평양공동선언의 의미는 크다. 신뢰를 바탕으로 남과 북이 변화의 계기를 만들었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성과다. ‘한반도에서 전쟁위험을 제거하고 적대관계를 해소하겠다’는 그날의 합의는 정녕 돌이킬 수 없는 것일까. ‘엄청난 진전’이라던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평가가 아직도 귀에 쟁쟁한데, 그 엄청났던 진전을 불과 6년만에 ‘엄청난 퇴보’로 전락시켜 버린 한반도의 현실이 착잡하다. 이용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