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 민주화운동이 벌어졌던 1980년 5월, 시민들이 계엄군들과 대치하고 있다. 당시 시위현장에서 촬영된 것으로 보이는 이 영상은 정확한 시간과 장소는 확인하기 어렵지만, 급박했던 광주의 상황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5·18 기록관 제공=연합뉴스 |
광주지검은 6일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9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기소된 이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 “5·18은 폭동”, “헬기 사격은 조작” 등의 글을 반복 게시하며 왜곡을 퍼뜨린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들의 주장으로 5·18 희생자와 유가족에게 2차 피해가 발생했다”며 “앞으로도 엄정 대응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인천지법도 지난해 7월, 블로그에 “5·18이 전국으로 확산해 제2의 6·25 전쟁이 됐다”는 허위글을 올린 60대 남성에게 벌금 100만 원을 선고했다. 해당 남성은 “내 글은 진실”이라며 항소했으나, 재판부는 “객관적 근거 없는 주장으로 역사적 사실과 배치된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특별법 적용에 따라 실제 유죄가 선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광주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해 12월, 메타버스 플랫폼 ‘로블록스’에 5·18 시민군을 북한군으로 묘사한 게임 ‘그날의 광주’를 제작·공유한 고교생 2명을 검찰에 송치했다. 이 사건 역시 5·18 특별법 위반으로 처벌 절차가 진행 중이다.
5·18 특별법은 원래 1995년 제정돼 헌정질서 파괴 범죄에 대한 시효 중단 등을 규정했지만, 왜곡·폄훼 행위를 처벌하는 조항은 없었다. 허위 사실이 유포돼 5·18이 ‘폭동’으로 호도되는 등 왜곡이 장기간 이어지자, 2021년 더불어민주당 이형석 의원이 개정안을 발의해 역사 부정 행위를 형사처벌 대상으로 명문화했다. 이에 따라 악의적 허위사실 유포자는 최대 5년 징역 또는 5천만원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번 기소와 선고가 실질적 경고로 작용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광주지검 관계자는 “온라인에서 가볍게 올린 글이라 해도 허위 사실이면 명백한 범죄”라며 “역사적 진실을 왜곡하는 행위는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5·18 기념재단도 “처벌 조항이 생긴 지 4년 만에 본격적인 법 집행이 이뤄졌다”며 “이제라도 역사를 부정하거나 왜곡하려는 시도가 사라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재단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진실을 지키려는 광주 시민들의 염원과 노력의 성과”라며 “더이상 유족과 피해자가 상처받지 않도록 허위주장에 대한 경각심이 사회 전반에 퍼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법적 처벌만으로 왜곡이 근절되기는 어렵다”며 교육·기록 사업이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역사학자 박현주 박사는 “5·18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세대에게 거짓 정보가 퍼지고 있다”며 “학교교육과 지역사회의 꾸준한 진실 알리기 운동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온라인 플랫폼의 자율규제와 정부의 모니터링 체계 구축이 병행돼야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고 제언한다. 광주시 관계자는 “특별법에 따른 기소·선고는 시작에 불과하다”며 “허위 콘텐츠 차단, 시민교육, 신고 체계 등 종합 대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정유철 기자 yoocheol.jeo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