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이슈 34-4> 미얀마와 함께 저항하고 연대하는 5·18

■'평화 손' 만들기 워크숍
광주가 미얀마에 전하는 '평화 손'
'저항과 연대'의 5·18정신 공유

'인형엄마'로 알려진 엄정애 작가가 함께하는 '평화 손' 만들기 워크숍이 지난 14일 청소년삶디자인센터에서 진행되고 있다. 도선인 기자
'인형엄마'로 알려진 엄정애 작가가 함께하는 '평화 손' 만들기 워크숍이 지난 14일 청소년삶디자인센터에서 진행되고 있다. 도선인 기자

신문지를 조각내 곧게 펼친 세 손가락의 모양을 빚어낸다. '미얀마 군부독재 저항' '군부 반대' '복종하지 않겠다'는 의미의 세 손가락이다. 미얀마 군부에 대한 저항의 의미이기도 하다. '5·18 광주'가 미얀마에 전하는 '연대'의 마음이고, 광장에서 미얀마의 민주주의를 지지하며 번쩍 들어올릴 '평화 손'이다.

현재 광주에서 진행 중인 '미얀마 시민과 연대하며 함께 평화 손 만들기' 워크숍이다.

지난달 27일부터 청소년삶디자인센터에서 21일까지 진행 중이다. '인형엄마'로 알려진 엄정애 작가가 함께하는,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손가락 만들기다.

"80년 5월 서울에 있었는데요. 같은 날 광주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몰랐죠. 깜깜이였어요. 5·18민주화운동 피해자를 만나면서 그날의 죄책감이 뚜렷해졌습니다. 미얀마를 생각하며 조금이라도 연대의 손길을 보태는 이유죠." 엄 작가가 평화 손 만들기 워크숍에 참여한 이유다.

5·18민주화운동도 그에겐 같은 의미다. 엄 작가는 지난해 오월 어머니, 지역 작가, 광주시민과 함께 희생자 인형을 만들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인형은 항쟁의 중심이었던 금남로에서 시민들과 만났다. 엄 작가는 "80년 5월 당시 광주가 고립돼 그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전혀 알지 못했다. 머지않아 외국에서 들어오는 사람들이 광주 소식을 알려줬는데, 같은 시민으로서 아무것도 할 수 없음에 죄스러웠다"고 했다.

워크숍에 참여한 시민들의 마음 또한 다르지 않다. 김보라(39)씨는 "잔인한 군사정권에 의해 많은 미얀마 시민들이 희생되고 있지만, 지금의 광주처럼 반드시 민주주의가 승리할 것이라 믿는다"며 "내가 만든 세손가락이 힘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워크숍에 참여한 30여 명의 손에서 만들어진 대형 세손가락은 재한 미얀마인들의 집회에 등장해 사용된다. 시민사회단체의 도움을 받아 광주 집회 현장뿐 아니라 미얀마인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안산에도 전해질 예정이다.

저항과 연대의 마음으로 함께 빚는 평화 손은 오월정신의 또다른 공유인 셈이다. '평화 손' 만들기 워크샵을 제안한 박흥순 다문화평화교육 연구소장도 '연대의 의미'를 강조했다.

박 소장은 "오월정신은 국가폭력을 비롯한 모든 폭력에 대한 저항과 연대"라며 "41년전 광주처럼 미얀마가 고립되지 않도록 연대의 손길을 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군사정권의 무차별 폭력에 시민들이 맨손으로 저항했다는 점, 고립되었다는 점, 시민들이 서로 격려하고 연대했다는 점은 광주와 미얀마가 비슷하다"며 "광주시민들이 가장 먼저 성명을 발표해 연대한 이유"라고 했다.

'인형엄마'로 알려진 엄정애 작가가 함께하는 '평화 손' 만들기 워크숍에서 참여자가 세손가락 조형물에 미얀마를 응원하는 글귀를 적고 있다. 도선인 기자
'인형엄마'로 알려진 엄정애 작가가 함께하는 '평화 손' 만들기 워크숍에서 참여자가 세손가락 조형물에 미얀마를 응원하는 글귀를 적고 있다. 도선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