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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여름에 들어서니 새맑은 하늘 아래 여기저기 접시꽃이 많이 피었다. 출근길에 지나치는 봉산 작은 절집 담벼락에도, 수북학구당 길섶에도 자홍색, 흰색, 붉은색으로 치장한 접시꽃들이 소담하게 피어 고운 자태를 드러낸다. 접시꽃은 초가의 사립문 옆에나 장독대, 국민학교 교정, 완행열차가 쉬어가던 간이역에서 흔하게 볼 수 있었던 여름꽃이다. 키 크고 잘생긴 외형과 다르게 접시꽃은 여느 꽃들이 가진 황홀하고 진한 향기는 없다. 하지만 누가 보든 말든 철이 되면 늘 그 자리에서 피고 지며 집을 지키고 손님을 맞이한다. 그래서 더...
2025.06.09 16:55‘아이스 브레이킹’이란 ‘새로운 사람을 만났을 때, 어색하고 서먹서먹한 분위기를 깨뜨리는 일’을 의미한다. 시나리오를 쓴 감독은 이 의미를 인간의 내면으로 눈을 돌려 확장하고 심화시키고자 했다. 그래서 ‘브레이킹 아이스’라는 타이틀을 내세운 듯하다. 연길의 겨울은 동토의 도시다. 국경도시에 감도는 냉랭함이 더해져 이곳의 겨울은 매섭도록 차갑다. 두꺼운 얼음을 자르고 나르는 격한 오프닝으로 차가운 기운을 뿜기 시작한 영화는 계절보다 더 꽁꽁 얼어붙은 채 살아가는 청춘들을 등장시킨다. 연길에서 가이드 일을 하는 나나(배우 주동우), ...
2025.06.09 16:27삼국지 ‘순욱전(荀彧傳)’에 이런 고사가 있다. 동한 말기 당시만 해도 조조의 실력은 그다지 크지 않았다. 그러나 몇 차례 전투에서 승리한 후, 특히 산동성 연주 일대에서 여포를 격파한 후 그의 세력은 상당히 커졌다. 연주 근처의 서주는 그 지세가 험한 요충지인 데다가 각종 산물이 풍부해서 조조는 진작부터 이 지방을 손에 넣고 싶어 했다. 그러나 서주를 지키는 도겸이라는 인물이 워낙 인심을 얻고 있는지라 한 차례 전투를 벌여보았지만 여의치 않았다. 그 뒤 도겸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자 조조는 곧 서주를 공격하려고 했다. 이때 조...
2025.06.08 18:49인수과정도 없이 곧바로 열린 첫 국무회의에서 한 대통령의 발언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좀 어색하죠? 우리 웃으면서 합시다.” 나랏일을 위해 아군과 적군을 나누지 말고 국민을 위해 일하자고, 승자 갑질이 아니라 절체절명의 국정을 두고 즐겁게 진실로 머리 맞대자고 한 말이다. 직전 대통령과 달리 이재명 대통령의 언어 안에는 기대할 수 있는 몇 가지 희망적 요소가 있다. 그래서 다행이다. 그렇다고 명비어천가를 읊조리자는 말은 아니다.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우리의 미래가 있다. 첫째, 그는 전통적인 학벌 중심 사회에서 벗어난 인...
2025.06.08 18:05이재명 정부가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강조하면서 전남의 신성장 동력에 대한 관심이 높다. 전남은 전국 태양광과 풍력 설비의 20% 이상이 집중돼 있고 세계 최대 규모의 해상풍력 적지로 꼽히는 바다를 품고 있다. 이재명 정부의 출범이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전환 가속화와 함께 지역 발전의 전환점이 되길 기대한다.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에너지 비중을 친환경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오는 2040년까지 석탄화력발전을 폐쇄하고 농가 태양광 설치와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초고압직류송전망) 건설, 전기요금 지역별 차등 적용 등의 공약도 제시했다. 서남해안과 소멸 위기 농어촌을 중심으로 태양광·풍력 등을 키워 기후 위기에 대응하고 산업 구조를 개편하겠다는 게 이 대통령의 설명이었다. 광주·전남에 대해서도 신규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 허가 중단을 풀고 ...
2025.06.08 17:26광주 시내버스 노조가 지난 5일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가 현충일 연휴 동안 시민 불편을 고려해 준법 투쟁으로 전환했다. 하지만 다시 9일부터 파업을 재개하겠다고 한다. 임금 8.2% 인상과 정년 65세 연장을 요구하는 노조와, 경영난을 이유로 임금 동결을 고수하는 사측 간 입장차는 여전히 좁혀지지 않고 있다. 시내버스는 민간영역에 있는 동시에 시민 일상과 직결된 공공서비스다. 파업이라는 수단이 시민의 이동권을 볼모로 삼는 방식이라면 그 어떤 명분도 정당성을 얻기 어렵다. 시내버스는 많은 시민들에게 ‘이동의 마지막 수단’이다. 특히 자가용이 없는 노년층, 청소년, 장애인, 저소득층에게는 대체 수단이 사실상 없다. 실제로 지난 5일 전면 운행 중단 당시 정류장에선 발을 동동 구르던 시민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지하철과 택시로 쏠린 수요는 과밀과 혼잡을 불렀고, 출근길 시민들은 불...
2025.06.08 17:26이재명 대통령이 ‘6·3 조기대선’에서 얻은 득표수는 1728만표로 ‘역대 최다 득표’다. 득표율 49.4%로 비록 근소한 차이로 과반을 넘지 못했지만, 2위 김문수 후보를 8.2 % 포인트, 289만 표 차이로 크게 이겼다. 3년 전 대선에서 패배했던 24만표 차이를, 12배 차이로 뒤집은 ‘압도적 정권교체’다. 이번 대선 결과 이 대통령은 1987년 민주화 이후 가장 강력한 권력의 대통령이 됐다. 행정부는 물론 입법부까지 완전히 장악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석수는 171석. 여기에 조국혁신당 12석 등 범여권을 모두 합치면 1...
2025.06.08 17:12대한민국 제 21대 이재명 대통령의 임기가 4일 오전 6시 21분 공식 시작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당선 확정 이후, 이 대통령은 국군 통수권을 비롯한 대통령의 모든 고유 권한을 이양받았고, 4일 오전 11시에는 국회에서 5부 요인과 정당대표, 국무위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취임 선서를 가졌다. ‘누구를 지지했든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다짐에 기대를 걸어본다. 이 대통령 앞에는 난제가 산적해 있다. 당장 정치 구조 개편과 권력 분산 등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지방분권 등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전략은 대한민국 미래를 위한 시급한 현안이다. 기후위기와 지방소멸이라는 구조적 위기를 극복하고 저출산에 대한 근본적 해법, 성별, 세대, 이념에 따른 사회적 갈등도 해결해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과 방위비 압박부터 미·중간 경쟁과 북핵문제, 한·일 과거사 등 복잡한 외교안보 현...
2025.06.04 17:43광주광역시 인구가 21년 만에 140만 명이 무너졌다는 소식이다. 인구 감소는 지방소멸로 가는 지름길이다. 특히 광주의 경우 20여 년 이어져온 ‘140만 도시’라는 상징적 지위가 사라지면 도시 경쟁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지역경제를 활성화시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려는 중앙정부와 자치단체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행정안전부가 최근 발표한 ‘2025년 5월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광주시 인구는 139만9880명으로 전달보다 947명 줄었다. 불과 한 달 사이에 1000명 가까운 순감소가 발생하며 지난 2004년 이후 지켜온 ‘140만 명’이 무너졌다. 광주시는 지난 2014년 147만5000명을 정점으로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여왔다. 지난해 1만815명이 빠졌고 올해는 5개월 만에 약 8500명이 줄었다. 감소 속도가 갈수록 가팔라지고 있는 것이다. 올해 1분기 기...
2025.06.04 17:43글씨 한 점이 210억원에 팔렸다는 뉴스에 귀를 의심했다. 중국 명나라 중기의 철학자이자 정치가로 알려진 왕양명의 시서(詩書) 작품이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경매 시장에서 1억 900위안에 낙찰되었다는 인터넷 보도를 보고 가짜뉴스나 오보라고 생각했다. 백운동 전시관에 있는 추사며 다산, 청명, 일중, 학정선생 등의 서예 대가들의 작품 값과 비교해 보자니 터무니 없는 가격에 놀라고 부러웠지만 믿기 어려워 기사 검색을 더 해보니 출처가 분명한 사실이었다. 정말로 궁금한 것은 따로 있다. 지귀연 판사가 룸살롱 접대를 받았다는 것이 사실일...
2025.06.04 15:27장미는 신비로운 꽃이다. 장미처럼 인류에게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꽃은 흔치 않다. 이에 얽힌 신화나 전설도 수없이 많다. 로마신화에선 불사(不死)의 꽃으로 불린다. 태양신 아폴로는 죽은 숲의 요정 ‘님프’에게 생명의 빛을 내려 장미로 되살렸다. 그 때 비너스 신은 미(美)를, 바커스 신은 향기를, 꽃의 여신 플로라는 붉은 빛깔을 내렸다. 님프를 무척 사랑한 플로라는 ‘차가움’을 암시하는 푸른 빛은 내리지 않았다. 순결의 백장미, 정열의 홍(紅)장미는 있어도, 푸른 장미는 없는 ‘이유’다. 장미는 사랑과 아름다움, 환희의 상징이다...
2025.06.04 14:28대한민국은 지금 헌정사 초유의 대통령 파면이라는 엄중한 상황을 지나 새로운 국가 지도자를 선출했다. 제21대 대통령은 당선과 동시에 대통령직을 수행해야 한다. 인수위도, 준비 기간도 없다. 곧바로 통치의 책무를 안고 전력질주해야 한다. 정치의 붕괴, 안보의 긴장, 경제의 위기, 국민의 분열 등 어느 것 하나 가벼운 과제가 없다. 먼저 통합의 정치가 절실하다. 탄핵 이후 정치권은 불신과 혐오로 뒤덮여 있다. 국정을 책임지게 된 새 여당은 정권교체의 의미를 통합과 개혁으로 이어가야 하며, 전임 여당은 실책에 대한 성찰과 정치적 재정비라는 과제를 마주하고 있다. 새 대통령은 당선의 기쁨보다 협치의 결단을 먼저 보여야 한다. 패자에게 손 내밀고, 반대파에게 자리를 내주며, 오직 국민만을 중심에 두는 정치가 필요하다. 여야정 협의체를 복원하고, 중도와 비판세력까지 포용하는 광폭행보가 ...
2025.06.03 21:32‘천하우락재선거(天下憂樂在選擧)’. 세상의 모든 걱정과 기쁨은 올바른 선택에 달렸다는 뜻이다. 조선 후기 실학자 최한기가 남긴 이 말은, 오늘 우리가 목격한 대통령 선거 결과를 되새기기에 더없이 적절한 문장이다. 유례없는 국정 공백 속에서 치러진 이번 조기 대선은 단지 권력 교체를 넘어, 공동체 전체가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겠다는 국민적 의지의 표현이었다. 오늘의 선택은 곧 대한민국이 위기 앞에서 내딛는 첫걸음이자, 역사에 남을 이정표가 됐다. 이번 대선은 그 자체로 여러 상징을 품었다. 정치에 대한 실망과 무관심, 갈라진 여...
2025.06.03 21:07지나고 보니, 한국의 아파트 시작과 성장은 가히 혁명적이다. 그러나 그 내막을 들여다보면, 아슬아슬했다. 공동주택을 ‘공동의 주택’으로 해석하면 법률 용어 해석으로 틀렸다. ‘공동주택’의 용어 정의를 살펴보면, 격세지감이다. 1972년 12월 30일 제정되고, 이듬해 1월 15일 시행된 주택건설촉진법에서 ‘공동주택’이라는 용어는 아예 보이지도 않는다. 아파트는 국민주택과 민영주택의 이름으로 지어지기 시작했다. 관리 부재와 촉진 우선 정책으로 강남 아파트 시대가 열렸다. 주택건설촉진법에서 ‘공동주택’ 용어가 출현한 것은 그로부터 한...
2025.06.03 13:486월로 접어들었다. 날씨는 점점 더워지고, 감기 바이러스가 여기저기 발발해 나이 들고 심신이 약해 진 자들을 공격하고 있다. 거기다가 우리나라 새로운 대통령이 새로운 대한민국을 잘 만들어가야 할 텐데 사뭇 걱정이 태산이다.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 나누다가 결론은 늘 우리나라 정치이다. 어이, 어디 이 나라가 제대로 살아남겠는가? 정말 힘들어 못 살겠네. 코로나 때가 차라리 더 나았어. 차라리 자네가 나가서 좀 잘해 보소~~ 아니, 무슨 소리 하는가? 정치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녀~~ 그 진흙탕에 들어가서 치...
2025.06.03 13: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