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내린 첫 눈으로 무등산 설경이 장관이다. 매년 첫 눈이 내릴 때쯤이면, 광주 길거리는 샛노란 은행잎이 화려한 색을 지운 낙엽으로 바뀌면서 설경과 어우러진 풍광을 선사해왔다. 하지만 올해는 11월 초에 단풍이 절정일 것이라는 예측과 달리 무등산과 광주 곳곳의 은행나무들은 11월 말이 되어서야 단풍색을 내기 시작했다. 과거 노란 은행잎이 장관을 이루던 거리 곳곳에는 아직도 초록색 나뭇잎이 무성해 계절을 혼동하게 한다. 작년에 여행했던 스위스는 기후위기로 멋진 경관들이 사라져 아쉬움을 남겼다. 폭염으로 녹아내린 만년설은 낙...
2024.12.04 17:08윤석열 대통령이 기어코 제 발등을 찍고야 말았다. 2024년 12월 3일 밤 10시 30분, 도저히 납득할 수 없고, 상상조차 안 되는 비상계엄을 기습적으로 선포했다. 어처구니가 없다. 거의 비이성적인 자해 수준이다. 참으로 어설프고 무모했던 촌극은 겨우 2시간 37분 만에 종을 쳤다. 계엄이 선포된 뒤 곧바로 국회가 소집돼 계엄령을 해제한 것이다. 위헌적 비상계엄에 여권 의원까지 합쳐 모두 190명이 만장일치로 해제안건에 동의한 것이다. “민주주의·헌정질서 짓밟힌 새벽을 지켜본 우리의 인내 바닥나”, “스스로 민주주...
2024.12.04 16:27첫눈이 소담스럽게 내려 도심의 사람들도 잠시 마음이 환해졌다. 우크라이나 전쟁, 북한의 파병, 경기침체, 정치적 혼란 등으로 어수선하고 혼란스러웠던 한 해, 그 마지막 달이 되기 전에 눈을 보면서 잠시 동심에 빠져들었었다. 필자는 눈이 내리기 전에 해결해야 할 일이 하나 있었다. 그 일을 하고 난 후라 더욱 편안하게 내리는 눈을 바라볼 수 있었다. 지난달 21일 아침, 창문 위 모서리에 조그만 박쥐가 붙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매미보다 조금 큰 박쥐가 방충망에 걸려서 못 날아가는 것 같아 톡톡 털어줬으나 그대로 붙어 있었다. ...
2024.12.03 17:53전남도청이 광주에서 무안 남악신도시로 이전한 지 어느새 20여 년이 되어간다. 2005년 8000여 명이던 남악신도시 인구도 6만여 명을 넘어가고 있다. 중앙공원과 김대중 광장, 수변생태공원과 같은 주민을 위한 공간도 곳곳에 생겼다. 많은 이들이 이곳에서 삶의 여유를 찾고 공연 등 문화생활도 즐기고 있다. 하지만 도 청사 공간은 넓은 부지에도 불구하고 이용하는 주민이 그리 많지 않다. 행정업무 공간에 대한 출입이 통제되면서 도민들의 윤선도 홀(1층 로비) 체류시간은 현격히 증가했으나, 도민 편의시설 부족으로 말 그대로 ‘체류’...
2024.12.03 17:53지리적으로 인접한 한국과 일본은 삼국시대 이래 오랫동안 다양한 교류와 협력의 역사를 써오고 있다. 그런데,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인접한 국가들은 대체로 굴곡진 과거를 경험하고 있다. 인류의 역사는 ‘선린(善隣)’을 행동에 옮기기가 어렵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유럽의 경우, 프랑스와 독일, 독일과 폴란드, 그리고 폴란드와 러시아 등 인접 국가들은 공통적으로 전쟁과 평화의 시대를 거쳤다. 이 중, 프랑스와 독일은 20세기 들어 두 차례나 세계대전의 소용돌이 속에서 처절하게 무력 충돌한 아픈 과거를 간직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도 예외가 ...
2024.12.03 17:53과거 초점 잃은 시선으로 멍하니 텔레비전(TV)만 쳐다보는 아이를 볼 때 부모의 속은 얼마나 타 들어갈까? 부모들은 TV를 보는 아이들에게 “TV 보면 바보 된다”고 늘 잔소리를 해댔다. TV 볼 시간에 책 한 권, 공부를 하라는 말은 레퍼토리처럼 반복했다. 그런데 요즘 생각하면 TV는 약과다. 더욱 고약한 놈(?)이 나타나서다.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TV를 보는 아이들이 사라졌다. 인스타그램 릴스나 유튜브 숏츠 등 60초 안팎의 짧은 영상을 일컫는 숏폼(short form) 콘텐츠가 쏟아지면서 손바닥만한 스마트폰에 얼굴을...
2024.12.03 17:27강진에서 H5형 조류인플루엔자(AI) 항원이 또 검출됐다. 영암에서 고병원성 H5형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한 지 1주일 만이다. 올 들어 전국에서 발생한 고병원성 AI는 10건, 저병원성 AI가 4931건에 이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려스러운 일이다. 민·관이 힘을 모아 철저한 방역에 나설 때다. 3일 전남도에 따르면 강진 군동면의 한 육용오리 농장에서 전날 H5형 AI 항원이 검출됐다. 해당 농장은 육용오리 2만 2000마리를 사육하고 있다. ‘오리 폐사가 늘고 있다’는 농장주 신고로 전남도 동물위생시험소가 정밀검사를 실시한 결과 H5형 AI로 확인됐다. 고병원성 여부는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 정밀검사 중이다. 전남도는 신고 접수 즉시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초동방역팀을 투입해 해당 농장 출입통제와 소독 등 방역 조치를 실시하고, 주변 환경조사와 발생 원인을 분석하고 있다. 고병원성...
2024.12.03 17:26광주 민간·군 공항 이전을 위한 범정부협의체 논의가 3년 여 만에 재개됐다. 범정부협의체는 국조실, 국방부, 국토교통부, 행정안전부, 광주시, 전남도, 무안군으로 구성됐지만 사실상 이전 주체인 무안군이 빠지면서 아쉬움이 남는다. 3일 광주시에 따르면 오는 13일 국무조종실 주관으로 광주 민·군 공항 이전 범정부협의체 논의를 진행하려 했지만 이전 후보 지역인 무안군이 참여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무안군이 최종 불참의사를 밝혔지만 협의체 실무논의는 진행할 계획이다. 국무1차장이 주관하고 광주시 행정부시장과 전남도 행정부지사, 국방부 군공항이전사업단장, 국토부 항공정책실장, 행안부 차관보 등이 참여한다. 협의회에서는 광주 군공항 이전사업을 조율하기 위한 방안 등이 모색된다. 정부 주도의 광주 민·군 공항 이전 논의는 지난 2021년 5월 21일 회의가 열린 이후 3년 6개월여만이...
2024.12.03 17:26제15회 광주비엔날레 ‘판소리, 모두의 울림’이 지난 1일 폐막했다. 올해는 86일의 전시 기간 70여만명이 방문했고, 종합 관람 만족도는 81.7%로 2000년대 이후 최고 만족도라고 한다. 그렇다고 모두가 만족한 비엔날레로 평가되진 않는다. 방문객 수가 시내 전역의 파빌리온 관람객까지 포함한 수치인데다 과거 대비 유료 관람객 수는 적었다는 주장이다. 특히 ‘30주년 전시’로는 완성도에 못미쳤다는 일부 예술계의 시각도 존재한다. 이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파빌리온의 분산 전시로 인한 낮은 몰입도·완성도, 광주정신·동양예술을 찾...
박찬 기자 chan.park@jnilbo.com2024.12.02 18:40‘인자무적(仁者無敵)’이란 사자성어가 있는데, 어진 사람은 적이 없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 사자성어는 주로 공자와 맹자와 같은 유교 사상가들의 가르침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자는 ‘논어’에서 “어진 사람은 남을 사랑하고, 남을 해치지 않으며, 따라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는 어진 마음을 가진 사람은 타인과의 갈등을 피하고 화합을 추구하며, 결국 적을 만들지 않는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이러한 철학은 당시 사회에서 큰 영향을 미쳤으며, 오늘날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인자무적’은 리더...
2024.12.02 17:34100점 만점에 26.4점. 2024년 한국의 기후위기 대응 성적표다. 67개국 가운데 63위, 꼴찌에서 5번째다. 자녀가 학교에서 이런 점수를 받았다고 상상해보자.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4위를 한 덴마크는 78.4점이다. 작년에 한국은 64위였고 덴마크는 4위였다. 한국보다 못한 국가는 러시아, 아랍에미레이트연합, 사우디아라비아, 이란으로 석유 팔아먹는데 혈안이 된 산유국들이다. 석유 한 방울 없는 나라가 산유국들 틈에 끼어 있다. 지금까지 성적표가 발표될 때마다 우리는 꼴찌그룹에서 맴돌고 있다. 지난달 20...
2024.12.02 17:34광주·전남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2일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과 무안 삼향읍 전남도청 광장에서 ‘사랑의 온도탑 제막식’을 갖고 ‘희망2025나눔캠페인’을 시작했다. 3일에는 여수시청에서 동부권 제막식이 열린다. ‘기부로 나를 가치있게, 기부로 세상을 가치있게’라는 올해 올해 나눔 캠페인의 구호처럼 가치있는 세상을 위한 시·도민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가 필요한 때다. 이번 나눔캠페인은 오는 2025년 1월 31일까지 62일간 진행된다. 목표 모금액은 광주 51억2000만원, 전남 113억9만원으로 사랑의 온도탑은 1%마다 수은주가 1도씩 올라간다. 모금 첫날인 2일 광주에서는 기아자동차가 2억2900만원, 광주은행이 1억2000만원, 농협중앙회광주지역본부가 4016만원을 기부했고 지혜숲어린이집 원아들은 아나바다 장터 수익금을 전달하며 캠페인 출범에 힘을 실었다. 전남에서도 전남...
2024.12.02 17:17전국 최초로 노사민정 대 타협으로 탄생한 광주글로벌모터스(GGM)가 우여곡절을 딛고 안정화를 찾고 있는 모습이다. 최근 캐스퍼 전기차 양산이후 직원 이직률 감소와 수출호재까지 겹치면서 안정적인 직장으로 자리매김하는 분위기다. 1일 GGM에 따르면 올해 상시근로자 620명 가운데 11월 말까지 이직한 인원은 36명(5.8%)이다. 특히 전기차가 양산된 7월 이후 이직한 인원은 10명(1.6%)으로 극소수에 불과했다. 이는 대기업 이직률 10%에 대비해서도 절반 정도이며, 지난해 GGM 이직률 7.4%(46명)와 비교해서는 1.6%p가 감소했다. 이처럼 GGM의 이직률이 계속 줄어드는 것은 올해 7월부터 캐스퍼 전기차 양산을 시작, 지난해 3분기(7~9월) 대비 생산 대수가 14% 늘어나면서 근로시간이 증가해 직원들의 급여가 평균 18% 많아져 안정적인 직장으로 자리 잡아가기 때...
2024.12.02 17:16경제학에서 해묵은 논쟁 가운데 하나가 18세기 영국에서 벌어졌던 곡물법에 대한 것이다. 산업혁명을 겪으면서 농업사회에서 공업사회로 나아가던 영국은 당시 국회를 장악했던 지주들을 중심으로 값싼 외국 곡물 수입을 규제하는 곡물법을 제정했다. 수입개방으로 곡물가격이 하락하면 국내 농업에 타격을 주고, 농민은 물론 국가경제마저 불안정해진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산업혁명으로 한창 주가가 오르던 신흥 산업층은 경쟁력 있는 산업에 투자하는 것이 국가 전체로 이익이라는 비교우위론을 내놓고 곡물법의 폐지를 주장했다. 결국 어렵게 제정됐던 곡물법은 1...
2024.12.02 17:17지난 9월 7일 시작된 제15회 광주비엔날레가 86일의 대장정을 마치고 1일 막을 내렸다. ‘판소리: 모두의 울림’ 을 주제로 열린 올해 비엔날레는 북구 용봉동 비엔날레 전시관을 비롯해 남구 양림동으로 전시 공간을 넓혔고 다양한 국가의 동시대 미술을 접할 수 있는 파빌리온도 선보였다. ‘광주의 정신과 지역성을 살리지 못했다’는 비판도 있지만 시민과의 소통을 위한 노력 등은 돋보였다는 평가다. 이번 비엔날레는 30개국 작가 72명이 참여해 한국의 전통 음악 장르인 ‘판소리’라는 타이틀 아래 동시대 공간을 소리로 탐구했다. 특히 5개 전시실이 ‘소리’라는 테마로 연결돼 관람객들은 지속가능한 공간과 미래를 사유할 수 있었고 주제인 판소리가 우리의 정서와는 다른 결을 보여준 것은 ‘옥의 티’로 남는다. 반면 ‘공간’을 주제로 기후 변화와 경제 위기, 이주 문제 등 갈등을 시각화하고,...
2024.12.01 17: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