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수기 광주시의원. |
그러나 이처럼 기대감이 부푼 상황에서 광주시로서 가장 아픈 대목은, 바로 김산 무안군수가 지적한 ‘행정의 신뢰’ 문제였다. 이 불신은 막연한 감정이 아니라 구체적인 경험에서 비롯됐고 생방송으로 지켜본 시민도 그 자리에 참석한 대통령도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광주시와 강기정 시장으로서는 뼈아픈 대목이다. 우리에게 깊은 성찰의 과제를 남겼다.
현장에서 김산 무안군수의 발언을 통해 복기해보면 2018년 당시 이용섭 광주시장과 김영록 전남도지사가 2021년까지 광주 민간 공항을 무안으로 이전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으나, 2020년, 그리고 강기정 시장이 다시 2023년 해당 약속을 일방적으로 파기한 채 군공항 이전만을 무리하게 강요해 왔다는 것. 1조 원에 달하는 이전 지역 지원도 그래서 믿지 않는다는 것이다.
행정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은 중요한 가치다. 그것을 뒤집을 설득력 있는 명분이 있다 하더라도 그간 치러왔던 갈등, 쏟아부은 시간과 노력까지 따져본다면 더욱더 그 가치는 중요해진다.
김 군수가 지적한 불신은 비단 공항 이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는 광주시정 전반에 걸친 고질적인 문제이며, 호남고속도로 확장 사업은 그 대표적인 사례다. 광주시는 이미 2015년, 한국도로공사와 확장 사업에 사업비의 50%를 부담하기로 협약했다. 10년의 세월이 지나는 동안 필요한 필수 소요 시간도 있었겠지만, 그보다는 이 약속을 뒤집으려는 듯한 연구와 시도가 없었다 할 수 있었나? 그렇게 해서 얻은 결과는 과연 어떤가? 착공조차 못 한 공사는 총사업비가 지난 10년을 지체하는 동안 자재비와 물가 인상 등으로 4배 이상 폭등했다. 전략적으로 국비 편성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말은 변명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10년 가까이 이어진 이 불신의 과정은 중앙정부 및 사업 상대와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지역의 숙원 사업을 장기 표류하게 만든 핵심 원인이 되었다.
시민의 삶과 직결된 내부 사업에서도 신뢰의 위기는 마찬가지다. 수년째 이어지는 도시철도 2호선 공사는 행정 불신의 바로미터가 된 지 오래다. 강기정 시장은 2026년 개통을 약속했지만, 1단계 구간 개통은 또다시 늦어질 전망이다. 공사 지연으로 인한 장기간의 교통 불편과 안전 위협, 지방채의 끝없는 확대 등 시민의 고통은 한계에 다다랐음에도 책임 있는 사과나 명쾌한 설명은 찾아보기 힘들다. 더욱이 이 사업의 여파로 광주시 채무는 2조 원을 돌파해 시민 1인당 147만 7천 원의 빚을 지게 됐고, 채무 비율은 전국 특·광역시 중 가장 높아 재정 위기 단체 지정이라는 경고등까지 켜졌다.
결국 모든 문제의 뿌리는 하나, ‘신뢰의 상실’로 귀결된다. 약속을 경시하는 행정, 일관성 없는 정책, 책임지지 않는 태도가 쌓여 외부 파트너와의 협력을 막고 내부 사업의 동력을 꺼뜨리고 있는 것이다. 국가가 직접 나서서 공항 이전의 물꼬를 튼 지금이야말로 광주시가 행정의 가장 큰 가치인 ‘신뢰’를 회복할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 뼈를 깎는 성찰을 통해, 일관성 있는 정책과 책임감 있는 실행으로 시민과 행정 파트너 앞에 다시 서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