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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연휴 시작 전이지만, 온 가족이 둘러앉아 한소리씩 보태는 잔소리에 벌써부터 배부르단 착각이 든다. 대학, 취업, 교제, 결혼까지 깜빡이 없이 훅 들어오는 잔소리는 청년들이 꼽은 불변의 명절 스트레스 1위다. 연봉은 얼마니(10만원), 결혼은 언제 할래(25만원), 애는 언제 낳을 거니(50만원). 웃어른들의 잔소리로 배부른 만큼 지갑도 빵빵해지겠다는 패기를 유머로 녹여낸 잔소리 메뉴판은 여러 네티즌들의 폭풍공감을 받기도 했다. 누군가는 쌓였던 근황들을 이야기하며 정겹고 풍요로운 한가위를 보내지만 또 다른 이는 피로와 상...
2023.09.26 17:30춘추전국시대 진(秦)나라 도공에게는 신하 사마위강이 있었다. 송나라는 정(鄭)나라 공격을 받자 도공에 긴급 구원을 요청했다. 도공은 노·제·조나라 등과 연합군을 구성한 뒤 정나라와 불가침조약을 체결했다. 이때 지휘관이 사마위강이었다. 이후 정나라는 초나라와 화친을 맺었지만 또다시 침공 당하는 등 피해를 입었다. 다행히 진 나라 화친 중재로 안정을 되찾은 정 나라는 도공에게 감사의 뜻으로 선물을 보냈다. 선물을 받은 도공은 지휘관 사마위강을 불러 그 선물을 하사하려고 했다. 그러자 사마위광은 “편안할 때 위기를 생각하면 대비가 ...
2023.09.25 15:07지난달 29일 발표된 내년 정부의 과학기술 연구개발(R&D) 예산은 올해보다 3조4000억원(13.9%) 줄어든 21조5000억원 편성됐다. 매년 증가해왔던 R&D 예산이 삭감된 것은 1991년 이후 무려 33년 만이다. 당초 정부는 R&D 예산을 올해보다 소폭 증액하는 안을 마련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6월 말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연구비 카르텔’을 지적하며 전면 재검토를 지시한 뒤 돌연 삭감이 이뤄졌다. R&D 예산은 국가 미래 성장 동력을 만드는데 필수적이라는 국민적 공감대 형성으로 국가 재정이 최악이었던 1998년 IM...
2023.09.24 17:282015년 5월, 한때 방송계를 휘잡았던 원로 코미디언 김병조가 책 한권을 펴냈다. 명심보감을 완역한 ‘김병조의 마음공부’.유·불·선의 핵심 가치가 담긴 명심보감을 통해 이 땅의 민초들에게 새로운 삶의 이정표를 제시하고 싶었다는 게 김병조의 이야기다. 김병조에게 명심보감 완역은 의미가 특별하다. 오랫동안 잘못 계승 돼 왔던 번역을 수정하고, 뒤엉킨 문맥을 바로 잡는 일은 지난하고 장대한 작업이었다. 더욱이 그는 당시 시신경을 잘라 한쪽 눈을 잃은 상태였다. 장성에서 태어난 김병조는 광산 김씨 종갓집 장손으로 어려서부터 한학자였...
2023.09.21 17:21지난 18일이었다. 광주 동구청 대회의실에서는 임택 동구청장과 주민들 앉아 있었고, 이윽고 강기정 광주시장도 자리했다. 이 자리는 ‘자치구 소통의 날’로 참석자 중 긴장한 표정이 역력한 사람들은 바로 정순기 충장1·2·3가 상인회장이었다. 그는 무척이나 할말이 많은 얼굴이었다고 한다. 마이크가 주어지자 정 회장은 “광주우체국을 중심으로 충장로1·2·3가가 과거의 명성을 잃어가고 있다. 공실률도 30%를 넘어가고 있다”며 “충장로는 과거 광주의 얼굴이라고도 불렸었는데, 그 명성을 잃은 지 오래다”고 호소했다. ...
2023.09.20 17:26“선운사 동백꽃은 너무 바빠 보러 가지 못하고/ 선운사 상사화는 보러 갔더니/ 사랑했던 그 여자가 앞질러가네/ 그 여자 한 번씩 뒤돌아볼 때마다/ 상사화가 따라가다 발걸음을 멈추고/ 나도 얼른 돌아서서 나를 숨겼네” -정호승, ‘선운사 상사화’ 불갑사에도, 용천사에도, 선운사에도…. 가을장마 그치고 하늘이 높아지면서 절집 들어가는 언덕배기나 마당에 상사화가 아름답게 피었다. 상사화는 이름부터 예사롭지 않다. 잎새와 꽃이 서로 애타게 그리워하지만 끝내 만날 수 없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꽃말도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2023.09.19 17:38어릴적 외할머니댁에 가면 아궁이로 불을 때던 방이 있었다. 아랫목에 깔린 두툼한 솜이불을 들추면 군데군데 새까맣게 그을린 장판 위로 뜨끈한 열기가 올라왔다. ‘광’이라고 불리던 창고 같은 방에는 온갖 잡동사니들과 함께 할머니가 사둔 사탕이나 젤리 상자가 있어 발이 시린 줄도 모르고 동생과 함께 저녁 내내 들락거리기 바빴다. 고작 30년도 채 되지 않은 기억이지만, 아마 나는 이런 시골 외할머니댁의 추억을 갖고 있는 마지막 세대이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어느 날 ‘촌캉스’라는 단어가 생겼다. 올여름에도 인스타그램에는 ...
2023.09.18 16:23중국에는 ‘차보즈’ 기술이라는 말이 있다. 차보즈는 목을 조른다는 의미로 외부의존이 심해 중국의 기술자립을 막는 핵심 기술을 일컫는다. 중국 과학원이 규정한 35개 차보즈 기술은 노광(Photolithography) 장비, 포토레지스트(감광재), 핵심 산업용 소프트웨어, 로봇 핵심 알고리즘, 항공기 설계 소프트웨어 등이다. 이런 핵심 분야에서 국가급 프로젝트를 따는 연구팀은 수백억원의 연구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최근 14억 중국 인구 중 가장 뛰어난 인재들이 이공계열로 몰려든다는 소식을 보면 중국이 인재육성에 얼마나 공...
2023.09.17 16:32우리 속담에 ‘고기도 먹어 본 사람이 많이 먹는다’는 말이 있다. 이는 고기는 늘 먹던 사람이 더 잘 먹고 많이 먹지 않던 사람은 속이 느끼하게 해서 못 먹는다는 말로, 무슨 일이든지 늘 하던 사람이 더 잘 하게 된다는 의미다. 이와 유사한 속담으로 ‘떡도 먹어 본 사람이 먹는다’, ‘관덕정(觀德亭) 설탕국도 먹어 본 놈이 먹는다’가 있다. 이들 속담은 모두 사람들의 일상생활 속에서 경험의 중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성취하는 경험은 인생을 살아가는데 매우 중요한 경험이다. 성취감을 통해 우리는 자신감과 개인의 능력에...
2023.09.14 16:44공자와 그의 제자들의 대화를 기록한 ‘논어’는 그 유명한 ‘學而時習之 不亦說乎(학이시습지 불역열호, 배우고 때때로 익히니 이 어찌 즐겁지 아니한가)’라는 구절로 시작한다. ‘배움을 통해 새로운 것을 깨달아가는 게 즐겁다(說, 마음 속에서 우러나는 기쁨)’는 뜻이다. 즉, 배움(學, 깨달음)은 익힘(習)과 함께 해야 하며 스승은 이를 돕는 역할을 하는 것임을 강조한다. 스승과 제자의 관계에 대한 내용은 고전 곳곳에 등장한다. ‘예기(禮記)’ 학기편(學記篇)에는 ‘교학상장(敎學相長)’이 나온다. ‘學然後知不足 敎然後知困(학연...
양가람 기자2023.09.13 12:53가짜인데 뉴스다. 애매한 우리말과 영어의 합성어다. 가짜뉴스는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인 것처럼 꾸민 새소식(?)이다. 뉴스의 형식을 빌어 거짓을 퍼뜨리다 보니, 가짜와 뉴스가 충돌하듯 결합됐다. 일부 학자들은 사기성 뉴스, 기만성 뉴스, 허위날조 뉴스 등의 용어로 써야한다고 주장한다. 가짜뉴스는 정치와 연관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특정한 목적성을 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임 시절 ‘비판적’ 언론의 일부 보도를 가짜뉴스라고 주장하면서 세계적으로 ‘익숙한’ 용어가 됐다. 지난 2018년, 문재인 정부는 ‘가...
2023.09.12 12:59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이 성큼 다가왔다. 언제나 그래왔듯 명절 때면 고마운 이들과 선물을 주고받는 미풍양속이 전해오는데 시대가 변하면서 추석 선물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요즘엔 자신의 신념에 따라 소비하는 이른바 ‘가치소비’ 트렌드가 대세로 떠오르면서 올 추석 선물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한 대형 유통업체가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전국 20~60대 남녀 1500명 중 83.5%가 제품을 구입할 때 품질이나 디자인, 가격보다는 친환경, 저탄소, 동물복지 등을 고려한 ‘가치소비’를 해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가치소비’...
2023.09.11 15:12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진 원자폭탄으로 일본이 항복하면서 2차 세계대전은 막을 내린다. 인류역사상 가장 강력한 폭탄을 개발한 원자폭탄의 아버지(Father of the atomic bomb) 로버트 오펜하이머는 미국의 살아있는 영웅으로 떠올랐다. 그 후 해리 트루먼 미국 대통령은 오펜하이머를 크게 치하한다. 그는 자신의 공을 칭찬하는 트루먼 대통령에게 이렇게 말한다. “대통령님, 지금 제 손에 피가 묻은 느낌입니다.”라고. 인간에게 불을 선물하고 그 벌로 평생 독수리에게 간을 쪼이는 고통을 받는 프로메테우스처럼 오펜하이머도 그 후...
2023.09.10 16:35한국전쟁이 끝난 지 7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이념논쟁이 치열하다. 느닷없이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과 정율성 공원 조성을 놓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한 순간에 전국민을 혼란에 빠트리는 능력은 탁월한 듯하다. 해방 직후 정국도 이같이 흉흉했을까. 홍범도 장군 논란은 국방부가 육사 교정에 조성된 흉상을 이전시키겠다고 밝히면서 불거졌다. 그의 소련 공산당 가입후 활동한 전력을 문제삼고 있다. 국방부가 입장을 내놨지만 시원치가 않다. 레닌 공산당과 스탈린 공산당이 다르다는 걸 모르는 듯하다. 빨치산도 신빨치와 구빨치 역시 차이...
2023.09.07 09:41공정한 경쟁이 보장돼야 하는 스포츠 경기에서 심판의 판정은 매우 중요하다. 심판의 잘못된 판정 하나는 경기의 흐름을 바꾸고 승패를 뒤집을 수 있다. 판정 시비를 줄이고 공정성 확보를 위해 스포츠 종목에 보조 장치가 도입된 것도 이 때문이다. 축구·야구·배구 경기에 사용되는 비디오 보조심판(VAR)이 대표적이다. 올림픽 무대에선 유독 한국 선수를 상대로 한 편파 판정이 자주 나와 국민들을 분노케 했다. 2002년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 쇼트트랙에서 김동성 선수가 미국의 안톤 오노 선수를 제치고 앞서가다 실격 판정을 받았던 경기는 ...
2023.09.06 1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