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지난 4월10일,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끝났다. 전남일보는 오래된 전통에 따라 바로 다음주인 15일에 당선자 교례회를 실시했다. 교례회에 모인 당선자들의 표정은 다양했다. 어떤 이에게 이번 선거는 치열한 전투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어떤이는 감당하기 버거운 행운 같은 것이어서 대부분은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미소의 의미는 달랐다. 그러나 이들에게도 더불어민주당이라는 점 말고도 공통점이 하나 더 있었다. 정갈한 분위기, 흐트러짐 없는 행사 속에서 당선자들은 한결 같이 ‘이번 총선이 결코 ‘민주당의 승리가 아니라는 것’을 ...
2024.04.24 15:55‘절대 굴복하지 않는다!(Never Surrender!)’라는 문구와 눈을 부릅뜨고 불만 가득한 얼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23년 8월 24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검찰에 출두, 수감 전에 찍은 머그샷(mugshot·범죄자 인상착의 기록 사진)의 모습이다. 역대 미국 대통령 가운데 머그샷을 찍은 것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일하다. 미국은 어떤 범죄건 피의자가 되면 머그샷을 찍고 공개한다. 전직 대통령을 비롯해 마이클 잭슨, 빌 게이츠, 타이거 우즈 등의 유명인사 역시 머그샷이 공개됐다. 머그샷은 ...
2024.04.23 16:37주당 8달러 짜리 작은 집에 세 들어 사는 지독하게 가난한 부부가 있었다. 부부는 크리스마스가 다가오자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선물을 준비한다. 남편 짐은 아내를 위해 부모에게 받은 줄이 없는 시계를 팔아 예쁘고 멋진 머리빗을 마련한다. 아내 델라는 곱고 탐스럽게 기른 머리카락을 잘라 판 돈으로 남편에게 선물할 시곗줄을 산다. 크리스마스 날, 선물을 주고받은 부부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하염없이 눈물만 흘린다. 오 헨리(O. Henry)의 단편소설 ‘크리스마스 선물’ 가운데 한 대목이다. 늦은 점심을 먹고 사무실...
2024.04.22 16:01약 50억년 전, 태양계 중심부에서는 수소와 헬륨 가스가 중력에 의해 수축하면서 우리의 낮을 밝혀주는 ‘태양’이 생겨났다. 태양 주변에서는 먼지와 가스 입자들이 중력에 의해 서로를 끌어당기면서 ‘원시 태양계 원반’을 형성했으며, 원반 안에서 다시 뭉쳐진 먼지와 가스 입자들은 작은 천체가 되어 태양계 곳곳에 자리했다. 뜨거운 마그마로 뒤덮여 있던 한 천체에서는 철과 니켈과 같은 무거운 금속들이 중심부로 모여 핵을 구성했고, 규소나 알루미늄 같은 가벼운 물질들이 표면을 형성했다. 마그마로 인한 내부 압력 변화로 10억년이 넘는 시간 ...
2024.04.21 18:01“대통령을 만나러 경무대로 가자.” 자유당 정권의 부정선거에 항의하던 대학생들의 시위가 절정으로 치닫던 1960년 4월 19일 오전 10시. 서울 남산 중턱 동국대 교정이 2000여 명의 학생들로 가득 찼다. 동국대에서 지금의 청와대인 경무대까지는 5㎞ 남짓. 거리로 뛰쳐나온 학생들을 중심으로 3000여 명까지 늘어난 시위대는 을지로와 시청을 지나 경무대 앞까지 진출했다. 그리고 마지막 바리케이트를 넘는 순간 경찰이 발포하면서 수십명의 학생이 쓰러졌다. 선두에 섰던 한 청년도 총탄이 가슴을 관통했다. 민주혁명에 첫 피를 뿌린 동국대...
2024.04.18 17:27뼈와 살이 바뀐다는 뜻의 환골탈태(換骨奪胎)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어떤 사물이나 인물이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변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원래는 도가(도교)의 전설에서 온 말이다. 도가에서는 수련에 의해 새로운 경지에 이르는 것을 환골탈태라고 했다. 이에 관해 중국 송나라 시인 황정견이 자신의 독자적인 시가 창작법을 환골법과 탈태법이라고 표현했다. 황정견은 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시의 뜻은 무궁하지만 사람의 재능에는 한계가 있다. 한계가 있는 재능으로 수많은 뜻을 좇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선배 시인의 작품...
2024.04.17 16:25시오니즘(Zionism)은 디아스포라로 세계 곳곳에 흩어져 살던 유대인이 조상들이 살았던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인 가나안으로 돌아가자는 운동이다. 시오니즘 운동은 1897년부터 본격화됐다고 한다. 성경에서 말하는 가나안은 현 이스라엘이자, 팔레스타인의 또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가나안에 최초로 이주한 유대인인 아브라함을 시작으로 아브라함의 손자인 야곱의 이집트(애굽) 이주, 모세와 여호수아에 이끌린 유대민족이 이집트 대탈출을 강행, 광야 40년 생활 끝에 ‘약속의 땅’ 가나안에 정착하기 까지 많은 우여곡절을 겪는다. 여호수아가...
2024.04.16 16:59‘팔랑개비’ 혹은 ‘도르라기’라는 또다른 이름을 지닌 바람개비. 관개시설이 부족했던 옛날에는 비가 농사의 풍흉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이었다. 선현들은 바람이 비를 가져다 준다고 여겨 지붕 위에 바람개비를 매달아 풍년을 기원했고, 배에는 바람의 속도와 방향을 알기 위해 바람개비를 달았다. 아이들은 주위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바람개비를 만들어 놀았다. ‘세조실록(世祖實錄)’에는 “우리나라에서는 오래 전부터 정월대보름을 앞두고 새해 풍작을 기원해 벼, 기장, 조, 보리, 콩 등 오곡의 이삭을 볏짚 주저리와 함께 긴 ...
양가람 기자2024.04.15 10:42국회의원을 흔히 ‘금(金)배지’라고 부른다. 일종의 별칭이다. 국회의원에 당선되면 “금배지를 달았다”며 축하해준다. 이 금배지를 달기 위해 4년마다 치열한 경쟁이 펼쳐진다. 금배지는 금빛이지만 도금이다. 10대 국회 때까지는 순금으로 제작됐다. 그러다 11대 국회부터는 99% 은(銀)으로 제작하고 미량의 금으로 도금하는 방식으로 만들었다. 사실은 ‘은배지’인 셈이다. 물론 순금 배지를 원한다면, 순금 제작도 가능하다고 한다. 지름은 1.6㎝, 무게는 약 6g이다. 배지의 개당 가격은 3만5000원이다. 값싼 배지에 불과하지만 아무나...
2024.04.14 14:271919년 4월 10일 오전 10시. 중국 상하이 프랑스 조계에 조선의 13도 대표단이 모였다. 참여 인사는 독립운동가로 활동하던 도산 안창호와 초대 대통령 이승만, 사상가 조소앙 등 모두 29명. 한 달여 전 3·1독립운동의 파장을 주시해 왔던 이들은 이 날 모임을 임시의정원으로 명명했고, 독립운동가 이동녕 선생을 의장에 선임했다. 그리고 다음 날인 11일 이동녕 의장은 국호를 대한민국으로 정하고, ‘민주공화제’ 등 10개 항의 임시헌장을 채택한 정부를 대 내외에 선포했다. 대한민국의 시작인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탄생이었다. ...
2024.04.11 17:054·10 총선이 막을 내렸다. 이번 총선은 사전투표부터 역대 최고 투표율을 기록하는 등 유권자의 높은 투표 참여 열기를 보여줬다. 하지만 이번 선거도 역대 총선 때와 다름없이 네거티브 분위기 속에서 진행돼 유권자들의 피로도를 높였다. 지역 곳곳에선 후보자 간 비방과 고소·고발, 흠집내기가 선거기간 내내 이어졌고, 중앙에선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등 거대 양당을 중심으로 망언과 흑색선전이 난무하면서 우리정치가 가야할 길이 아직 멀었음을 다시한번 실감케 했다. 이번 총선을 통해 광주·전남에선 대부분 현역 물갈이가 이뤄졌다. 당선...
2024.04.10 15:201947년 3월 1일. 제28주년 3·1절 기념 제주대회가 열렸다. 군중들이 가두시위에 나섰고 기마경찰 말발굽에 어린아이가 다쳤다. 그대로 두고 지나가는 기마경찰에 흥분한 군중들이 돌을 던지며 항의했다. 관덕정 부근에 있던 무장경찰들이 총을 난사했다. 주민 6명이 사망하는 등 제주4·3 도화선인 ‘3·1사건’은 그렇게 시작됐다. 미 군정은 제주도를 ‘붉은 섬’으로 지목했다. 극우청년단체인 서북청년회(서청)가 경찰, 행정기관, 교육기관 등을 장악하며 ‘빨갱이 사냥’을 구실로 테러를 일삼았다. 한라산 금족지역이 해제되던 1954년...
2024.04.08 13:364·10 총선이 이틀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지난 4, 5일 이틀간 진행된 사전투표에 전체 유권자 4428만11명 중 1384만9043명이 참여해 31.28%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4년 전 21대 총선(26.69%)보다 4.59%포인트(p) 높은 수치로 역대 총선 중 최고치다. 특히 호남의 높은 사전투표율이 관심을 끌었다. 사전투표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전남(41.19%)이며, 전북(38.46%), 광주(38.00%), 세종(36.80%) 등이 뒤를 이었다. 기록적인 사전투표율은 10일 본투표 당일 다중이 투표소에 몰릴 것을 피...
박성원 편집국장2024.04.07 14:13“유튜브는 기적이었다.”지난 2006년 8월, 뉴욕타임스가 무명의 한국인 기타리스트 임정현씨를 소개했다. 출중한 재능은커녕 열정마저 없었던 평범한 청년 임정현. 뉴질랜드 유학 중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겠다’며 귀국한 그는 22살이 되던 어느 날 제리 창의 캐논 변주곡을 기타로 연주하며 유튜브에 동영상을 올렸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그가 올린 동영상은 1000만 명이 넘는 조회 수를 기록했고, 뉴욕의 무대를 거치며 그는 세계적인 스타로 떠올랐다. ‘유튜브의 기적이 지금도 믿겨지지 않는다’는 게 임 씨의 회상이다. ...
2024.04.04 16:14아직 추위가 가시지 않았던 2월, 광주는 다른 지역과 달리 분노로 달궈지고 있었다. 5.18 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조사 활동을 종료한 지 석 달 가까이 지났지만 진상규명 결정 이유가 담긴 ‘개별조사보고서’를 공개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보고서 미공개만으로도 부글부글하던 차인데 한술 더떠 진상조사위는 뜬금없이 광주전남 시도민을 대상으로 의견 수렴에 나섰다. 오는 6월까지 ‘종합보고서’를 작성해 대통령과 국회에 보고할 예정이며, 여기에 담길 ‘권고사항’에 대해 의견을 내달라는 내용이었다. 기한은 3월10일이었다. 공개...
2024.04.03 1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