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바뀌지 않는 것들에 관해 대책없이 이야기하는 것은 무력함을 인정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계속된 지적, 반복된 관행, 원론적인 해명…. 따위를 받아 적는 일은 그저 무참함의 다른 이름이다. 지난 14일 광주 학동 철거건물 붕괴 참사에서 가장 어린 희생자 고교 2학년 학생의 발인이 엄수됐다. 갑작스러운 이별에 부친은 상복조차 갖춰 입지 않은 채 앳된 소년의 사진을 들었다. 그렇게 우리와 다를 것 없는 9명의 광주시민이 곁은 떠났다. 얇은 가림막 뒤에 가려진 재개발현장의 온갖 불법적인 행태는 철거건물 붕괴와 동시에 속속 드러나고 있다...
도선인 기자2021.06.16 14:01"좀 그렇게 크면 어때서요." 보호종료 청소년을 소재로 한 영화 '아이'에서 술집에서 일하는 영채가 '이렇게 키우는 게 아이에게 좋을까'라고 자책하자, 만 18세가 지나 양육시설에서 나온 '아영'이 이렇게 반문한다. 좀 그렇게 크면 어때서요. 세상에 나와 부모의 손길과 도움 없이 양육시설이나 위탁시설에서 자란 아이들에게 좀처럼 잔인한 말일 수도 있지만, 그 잔인함은 태어난 순간으로 충분하다. '아영'의 말처럼 좀 그렇게 크면 어떤가. 그 아이들도 잘 자라 사회구성원으로 꿈을 이루고, 삶을 꾸려나갈 권리와 자격이 있는 것은 다를 바가...
곽지혜 기자2021.06.14 12:54전 세계가 우주 열풍에 휩싸여 있다. 각국이 우주산업에 도전하고 있어서다. 우리나라도 세계 우주 강국 반열에 오르기 위한 도전장을 내밀었다. 국내 기술로 자체 개발한 한국형발사체 누리호 얘기다. 지난 1일 고흥 나로우주센터 제2발사대 인증시험장을 찾았다. 발사대 시험과 동시에 누리호의 첫 모습이 공개된 날이기도 하다. 조립동 문이 열리며 세상 밖으로 나온 누리호의 첫인상은 강렬했다. 발사대에 서서히 기립하는 장면은 설레임이었다. 현장에서 지켜보던 취재진들 역시 감탄사를 연발했다. 흡사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등장하는 유명 연예인 같았...
최원우 기자2021.06.09 13:56어릴 적 과학시간에 보여줬던 공상과학영화 속 기술들은 이제 우리 생활 깊숙이 파고들어 '편안하고 편리한 삶'의 일부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코로나19가 앞당긴 인공지능의 발전은 하루하루 시시각각으로 발전해 어쩔 때는 영화 '매트릭스'가 현실화되는 건 아닌지 불안감도 들게 만든다. 얼마 전 이런 인공지능을 활용한 돌봄 서비스 시연 현장을 찾았다. 80세를 훌쩍 넘긴 할머니는 AI(인공지능) 스피커를 꿀단지처럼 품에 쏙 안고 "이놈 없이는 이제 심심해서 못 산다"고 말했다. 할머니가 시연을 위해 뱉은 "나 죽겄다"라는 한마디에 AI ...
김은지 기자2021.06.08 15:20다시 5월이 지났다. 가해자는 여전히 묵묵부답이지만 41년 동안의 5월이 또다시 지나갔다. 1980년 5월18일. 광주는 고립됐고, 많은 광주 시민들은 다치거나 숨졌다. 아직도 그때의 상처를 안고 가는 수많은 사람이 존재한다. 그해 5월에 계엄군의 총칼에 이유 없이 희생당한 이들은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다양하다. 5·18 당시 계엄군의 무자비한 폭력에 분노한 한 소년이 있다. 광주 대동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전영진 열사다. 그는 귀가 중 계엄군의 군홧발에 짓밟혀 온몸이 만신창이가 됐다. 전 열사는 분노하고 억울한 마음에 '이게 사람 ...
김해나 기자2021.06.06 11:33군사정권이 남긴 악습의 뿌리가 아직도 사회 곳곳에 똬리를 틀고 있다. 군기를 잡는다는 핑계로 각종 사고가 뉴스를 도배하고 있어서다. '하늘 위 군기'로 불리던 항공사 승무원들의 상사 갑질 문제는 물론이고 입학시즌이면 어김없이 나오던 대학교 선배의 신입생들 '똥군기 잡기', 간호계의 '태움 문화'까지 조직과 규모를 가리지 않고 나타나고 있다. '군기'의 본래 의미는 하급자가 부동자세를 취하고 긴장감을 유지한 채 벌을 주는 행위가 아닌 자발적으로 자신의 역할을 다하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여전히 강압적, 폭력적 군기문화가 사라지지 않고...
조진용 기자2021.05.30 14:471조5000억원을 투자를 약속한 미래에셋 경도 해양관광단지 사업이 시작 전부터 잡음이 일고 있다. 미래에셋이 지난 20일 여수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선언하면서다. 미래에셋컨소시엄은 여수시 경호동 대경도에 1조5000억원 규모의 해양관광단지 조성사업을 추진 중이다. 전남도와 전남개발공사가 미래에셋 측에 경도 해양관광단지에 대한 소유권을 이전하고 국비 등 1천200억원을 투입해 연륙교 건설도 진행 중이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이날 "일부 언론과 시민단체 등에서 사실 확인 없이 관광시설은 설치하지 않고 숙박시설 건설...
김진영 기자2021.05.25 15:56"군인의 의무는 국민들의 안전을 지키는 것입니다. 제가 만약 80년 광주에 내려간 계엄군으로서 시민들을 향해 총을 쏘라고 명령받았다면 어땠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하지만 제 신념대로 부당한 명령을 거부하는 게 군인으로서의 명예를 지키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취재 현장에서 만난 고3 학생의 말이다. 장교를 꿈꾼다는 그 학생은 5·18 계기수업 때 본 영화 '화려한 휴가'에 꽤나 충격을 받은 듯 했다. 2007년에 만들어진 영화를 2021년이 돼서야 보게된 2003년생들은 "저게 실제 있었던 일이라고?" 같은 반응들을 보였다. 미래 세대...
양가람 기자2021.05.16 14:03혼자서 무언가를 하는 것이 어색하던 시절이 있었다. 혼자 식당에 들어가 "1인분이요" 주문을 할 때 괜히 주인과 다른 손님들의 눈치를 보고, 영화표 1장을 예매할 때 구석자리로 예매하던 때를 기억한다. 하지만 어느 순간 '혼자'는 새로운 트렌드로 떠올랐고, 식당, 영화관 심지어는 여행사에서도 '혼자'를 위한 새로운 마케팅을 내놓기도 했다. 그리고 우리의 일상을 송두리째 뒤바꾼 코로나19는 자영업자들마저 홀로서기에 나서게 했다. 27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직원 없이 나 홀로 사업체를 운영하는 광주지역 영세 자영업자는 10만8000...
김은지 기자2021.04.27 16:05불혹(不惑). 나이 40세를 나타내는 말로, 세상일에 정신을 빼앗겨 갈팡질팡하거나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게 됐음을 뜻한다. 지난 20일은 제40회 장애인의 날이었다. 해당 법정기념일을 맞아 광주 지역 장애인차별철폐연대(장차연)가 평등하게 살아갈 권리를 주장하며 장애인 정책 개선을 촉구했다. 이들은 UN이 정하고 세계 시민이 바란 '장애인의 완전한 참여와 평등'은 신기루처럼 멀리 떨어진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의 몇 가지 주장 중 가장 강조된 것은 '장애인 이동권'이다. 매년 '교통약자 이동권 보장' 등 같은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지...
김해나 기자2021.04.25 14:04좋은 소식을 전해준다는 길조 '까치'가 이젠 흉조로 전락했다. 도심 속 전봇대 위에 둥지를 틀어 정전피해를 입히고 있고 논밭 농작물을 쪼아먹거나 가축을 습격하는 등 막대한 피해를 끼치고 있어서다. 축사에 날아들어 소를 쪼는 등 습격하기도 한다. 강원도 횡성 한 축사에서는 소 등에 앉은 까치가 둥지를 만들기 위한 털을 뽑아가는 일도 벌어졌다. 피해사례가 증가하자 정부는 지난 2005년 2월 까치를 유해조류로 지정 했으며 급기야 수렵까지도 허가했다. 하지만 포획 및 수렵이 쉽지만은 않았다. 까치 지능이 3~5세 아이 수준으로 자신에게 위협을 가하는 사람을 기억해 피할 정도로 똑똑하기 때문이다. 도심지역 수렵은 중단 상태다. 유동인구가 많아 자칫 인명피해를 입힐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재는 한국전력공사 직원들이 까치집 철거에만 집중하고 있다. 다행히 지난해 2월 한전 강진지사가 까치...
조진용 기자2021.04.18 14:424·7재보궐선거가 남긴 후유증이 길다. 국민의힘의 약진보다 더불어민주당의 참패를 놓고 진단과 처방이 한창이다. 여당의 지지율 하락 원인은 조국 사태, 윤미향 후원금 횡령 의혹, 박원순·오거돈 성추행 파문 등 여러 원인이 꼽힌다. 여러 화근들이 불쏘시개가 됐고 LH사태는 촉발제가 됐다. 여러 원인 분석이 있지만 미국 대표 일간지는 한국 여당의 선거 패배를 'Naeronambul'이라고 분석했다. 굳이 Double standard(이중 잣대)라고 해석하지 않고 고유의 어감을 되살렸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광란 광주시의원의 음주운전...
최황지 기자2021.04.13 16:47"어른 기자의 눈으로 아이들의 일에 왜 관여를 하는 거죠?" 전남대학교 자치언론기구인 용봉교지 존폐 문제를 취재하던 중 한 '어른' 취재원으로부터 들은 말이다. 본격적인 질문을 던지기도 전에 나를 '철없는 어른 기자'로 만들어버린 그 분의 꾸짖음은 내게 많은 물음표를 남겼다. 대학 내부의 언론기구를 꾸려가는 학생들의 고민은 어른의 것보다 덜 성숙한 걸까? 언론의 역할을 거론하며 지원금을 축소·폐지하자는 학생회 역시 미성숙한 아이들의 (어른)역할극에 불과한 걸까? 용봉교지 존폐 논란을 취재하는 동안 내게 '언론의 자유와 역할'에 대한...
양가람 기자2021.04.11 13:47"이번 판결의 집행이 위법한 공권력에 의한 것이었음을 밝히며…." 미묘하게 떨리는 목소리로 판결문을 읽어 내려가던 재판장은 끝내 울먹였다. 지난해 1월 광주지검 순천지원에서 있었던 일이다. 이 날은 72년만에 여순사건의 무죄를 선고하는 역사적 재판의 현장이었다. 누군가가 일생을 시작했다 마감할 시간인 70여년만에 이뤄진 무죄 선고에도 박수도 환호도 없었던 당시 모습이 뚜렸히 기억에 남는다. 그것은 차라리 울분에 가까웠다. 유가족들은 지난 70여년의 세월 동안 어느곳에도 토로하지 못한 채 가슴 속 켜켜이 쌓인 깊은 한에 짓눌린 모습이...
김진영 기자2021.04.06 16:17'대한민국의 인민은 남녀 귀천 급 빈부의 계급이 무하고 일체 평등임.'(대한민국 임시헌장 제3조) '대한민국의 인민으로 공민 자격이 있는 자는 선거권 급 피선거권이 유함.'(대한민국 임시헌장 제5조) 한 나라의 국민이라면 응당 행사할 수 있어야 하는 권리, 국민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 바로 '참정권'이다. 아주 당연하게 인식되는 참정권의 보편적 평등이 보장된 지는 불과 한 세기도 지나지 않았다. 봉건 계급사회의 연속이었던 수천 년 한반도 역사 속에서 인간은 태어나기도 전부터 귀족과 천민, 양반과 상놈으로 구별돼 온갖 차별로...
오선우 기자2021.04.04 1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