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봄, 꽃 축제가 한창일 때였다. 4월이 되어야 꽃망울을 터뜨리던 벚꽃이 올해는 보름이나 일찍 피어나 적잖이 당황케 하더니 하룻밤 요란하게 내린 비에 후드득 져버리고 말았다. 인생이 늘 축제일 수만 없듯 꽃이 언제나 인간이 정해 놓은 축제 기간에 맞춰 피어나 주는 건 아니었다. 한바탕 단꿈처럼 허망한 그 낙화의 여운은 ‘밤안개’를 부른, 열정 넘치던 가수의 돌연한 사망 소식과 함께 먹먹함을 안겼다. 그날, 다행스럽게도 신문을 보다가 다시 마음이 환해지는 기사를 만났다. ‘중요한 건, 꺾였는데도 그냥 하는 축제’, 대전의 어느...
2023.11.09 12:43주말부부 그리고 지리산 자락에 안긴지 2년이 되어간다. 12년의 서울생활을 잠시 접고 전남 구례로 내려온 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두 번의 11월을 맞았다. 입사 후 처음으로 가족과 떨어져 교육원에 근무하면서 동료, 교육생들과 울고 웃으며 보낸 모든 시간이 소중하지만 가장 큰 소득은 농촌 그리고 자연의 위대함을 느꼈다는 점이다. 출근길이나 근무 중 느끼는 청량한 바람과 장엄한 지리산은 지금까지 결코 겪어보지 못한 경험이었고 매일 바라보는 농촌 들녘은 내 몸이 정화되는 기분이었다. 아빠·남편 없이 생활하는 사춘기 아들 둘과 와이프에게 ...
2023.11.09 12:39비트코인이 탄생한지 14년. 지금도 비트코인의 가치에 대한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실체가 없는 대표적인 위험자산으로 바라보는 시각과 앞으로 중앙화폐를 대체할 가장 강력하고 간편한 통화라는 예찬론자의 시각도 공존하고 있다. 대표적인 비트코인 예찬론자인 마이크로스트레티지 설립자 마이클 세일러는 비트코인만큼 안정적이고 인플레이션에서 자유로운 자산은 없다고 단언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세계 기준통화인 달러의 경우 지난 100년의 역사를 보면 인플레이션에 의해서 그 가치가 99% 하락했고 달러 이외의 다른 국가들의 통화는 더 말할 것도...
2023.11.09 10:25내가 근무하는 청해진 완도는 매력이 있다. 사람이 여유롭고 특히 풍광이 좋다. 밤새 내린 비로 기분좋게 쌀쌀해진 아침, 걸어서 출근했다. 가을에는 살찌기 안성맞춤이다, 특히 해산물이 풍성한 완도에서는. 그래서 걸어야 한다. 완도초등학교 바로 뒤 관사에서 출발하여 중학교가 있는 서망산 언덕배기를 올라갔다. 30~40여 년 전 완도의 저잣거리였으나 지금은 바닷가를 간척하여 메운 신작로에게 자리를 내 준 동네를 가로질러 구불구불 골목길 따라 발걸음을 내딛는다. 콘크리트로 골목길을 깔끔하게 마무리하고, 대문 안 뜰을 정갈하게 가꾸어 놓은 ...
2023.11.08 16:22우리 경제 침체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국가경제가 어려운데 지역경제는 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대로 가다간 한국경제가 장기불황으로 일본의 잃어버린 30년 같은 현상이 나타날지 모른다는 불안이 생기고 있다. 지역총생산 비중이 낮은 호남권경제는 정부의 예산투자 감소, 대유위니아 그룹과 협력계열사 부도위기까지 더해 경제 적신호가 반짝 거리고 있다. 국가가 비상경제대책을 세워야 할 때이고 지방자치단체는 비상을 넘어 생존경제대책에 전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냄비 속 개구리’ 같다. 곧 끓는 물에 개구리를 넣으면 ...
2023.11.08 16:212주전부터 주간보호센터에 다니시는 엄마가 하얀 편지봉투를 전해주었다. 열어보니 센터에서 보내는 알림장이었다. 웃음이 나왔다. 11월 한 달간 진행될 프로그램과 특이사항에 대한 안내가 적혀있었다. 누구보다 건강하게 지내시던 분이 뇌경색을 앓게 되고 몸도 마음도 급격하게 쇠약하게 되었다. 강한 정신력으로 열심히 운동하면 완전히 회복되리라 기대하셨지만 연세가 많다 보니 한계가 있었다. 심리적으로도 많이 위축되고 우울감이 오는데 혼자서 이겨내기에는 역부족인 것 같았다. 다행히 주간보호센터에 나가시면서 조금씩 적응하고 계셔서 감사할 따름이다...
2023.11.07 12:45헬렌 켈러(Helen Adams Keller, 1880-1968)는 ‘장애는 불편하다, 그렇지만 불행한 건 아니다’라면서 우리에게 위대한 희망을 가르쳤다. 그녀는 평생을 보고 듣고 말하지 못했어도 한 시대의 스승처럼, 모성처럼 기억되는 인물이다. 여기서 잠시 헬렌 켈러의 『사흘만 볼 수 있다면(Three days to see)』을 함께 공유해보자. “첫째 날, 나는 친절과 겸손과 우정으로 내 삶을 가치 있게 해 준 설리반 선생님을 찾아가, 이제껏 손끝으로만 보았던 그녀의 얼굴을 몇 시간이고 물끄러미 느껴보면서 그 모습을 마음속...
2023.11.06 13:41지난 해부터 길게 이어진 남부지방의 극심한 가뭄 이후, 올해 반가운 비소식으로 광주·전남지역의 가뭄도 이제 겨우 끝나나 싶더니 올해 7월부터 한반도 전역 곳곳에 내린 집중호우로 막대한 인명 및 재산 피해가 발생하였다. 문제는 유례없는 아프리카의 사이클론, 유럽의 폭염, 미대륙의 대규모 산불, 남부아시아 홍수 등 올해 전세계의 극단적인 이상기후는 시작에 불과하며, 앞으로 이러한 기후변화 위기가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것. 기후변화는 장마와 마찬가지로 태풍 발생 양상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과거 태풍은 7월 이후 9월...
2023.11.06 13:39약 20년간의 광주군공항 이전에 대한 논의를 마무리할 때가 됐다. 민선 8기 1년 동안에 광주시는 관련 법·제도와 지원 대책을 마련했다. 광주시민의 관심과 지지로 광주군공항이전특별법이 제정돼 국가 차원의 지원이 가능해졌다. 이와 더불어 군공항 유치지역에 약 1조원의 지역개발 지원금과 신도시 조성, 특별지원금 지급 등 광주시 지원방안을 제시했다. 최근 광주연구원이 두차례에 걸쳐 광주군공항 이전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전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는 지역주민의 찬성 의견도 증가 추세를 나타냈다. 이제 국방부의 군공항 예비후보...
2023.11.05 14:15전 세계에 부는 K푸드 열풍이 뜨겁다. 언론을 통해서도 알 수 있고, 실제 해외여행 경험을 통해서도 느낄 수 있다. 파리의 미슐랭 원스타 레스토랑에서 김칫국물을 가미한 스테이크가 현지인의 입맛을 사로잡는다는 설명에 여행프로그램 패널들이 그다지 놀라지도 않을 만큼 김치는 세계화가 됐다. 한식이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고 그 중심에는 역시 김치가 있다. 필자도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김치고, 유학 시절 지역축제에서 서툰 솜씨로 담가 팔았던 김치가 인기를 끌었던 경험이 생생하기 때문에 김치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깊다. 오는 ...
2023.11.02 15:41백사장을 맨발로 걷는 여인이 있다. 핸드폰에 조수 앱을 깔고서 매일 썰물 때를 맞춰 백사장을 찾곤 한다. 갯벌에 꽂힌 여인은 혼자서 대죽도 소죽도를 향해 걸었다. 맨발 걷기 하는 최적의 장소는 갯벌이다. 저 멀리 파도가 넘실대고 갈매기 나는 곳, 파도 치는 물거품 수만큼 음이온을 발생하므로 건강에 좋다. 어디를 걸어도 발바닥이 편안하다. 파도가 다져놓은 단단하고 다양한 무늬의 백사장은 발바닥 지압에 안성맞춤이다. 걷는 동안 지구와 하늘을 잇는 기분이다. 백사장에는 다양한 갯벌의 지문이 남아있다. 밀물 때 밀고 온 모래톱을 썰물...
2023.11.02 13:02비트코인이 1년여 만에 2배 정도 올랐다. 상승을 시작한 것인지에 대한 시장의 관심도 높다. 꿈틀대는 비트코인의 진실은 무엇일까. 사실 비트코인처럼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자산도 드물다. 투자의 대가 워런 버핏은 비트코인에 대해서 ‘쥐약을 제곱한 것’이라는 혹평을 내놨다. 빌 게이츠도 ‘완벽하게 바보 이론에 부합하는 자산’ 이라고 했다. 반면 일론 머스크는 ‘비트코인의 구조는 종이돈보다도 가치를 이전하기에 더 좋은 방법’이라고 했다. 과거 트위터 최고 경영자 잭 도시는 ‘비트코인은 10년내에 기축통화인 달러의 지위를 뺏을 것...
2023.11.02 09:20전라남도 목포에서 그 지역이 배출한 작가들과 평론가를 기리는 문학제가 열려 다녀 왔다. 가을이 되면서 전국적으로 백일장과 문학공모도 여러 곳에서 열리고 있다. 곳곳의 백일장에서는 응모작이 2배가 늘었다는 얘기도 들렸다. 필자도 문학상 심사를 하면서 예년보다 응모작이 2배 이상 많아서 심사를 위해 며칠을 집중했었다. 책을 읽는 사람이 줄어들고 특히 시를 즐기는 사람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구마다, 시마다, 단체마다 개최하는 백일장에 참여하고 문학상에 응모하는 사람들이 왜 이렇게 많은지 의문이 든다. 모든 행사마다 같은 사람들이 ...
2023.11.01 14:17백운동 원림에서 한복 패션쇼가 열렸다. 전남문화관광재단이 주관하고 목포대학교 학생들이 지은 옷이다. 울긋불긋한 한복의 오방색들이 고택을 단청하고 추녀에서 떨어지는 가을빛과 어우러져 단풍보다 더 고왔다. 돌담길에서, 쪽문에서, 대나무 숲에서 사뿐사뿐 걸어 다니는 모델들이 마치 나비 같고 잠자리 같아서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 많은 이들이 참석했는데 참석한 이들 중 뜻밖에 원림이 무언지, 정원과 무엇이 다른지 물어보는 사람이 많았다. 원림(園林)은 중국의 도교(道敎)와 묵가(墨家)들의 영향을 받았다. 인간이 지향하는 이상세계로 산...
2023.11.01 13:35공기업은 공공성과 수익성의 균형 있는 조화를 이뤄내야 하는 어려운 위치에 있다. 당연히 시민의 복리와 편익이 경영의 최우선 가치지만, 재정에 대해서도 큰 책임을 지니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공기업은 수익자 부담의 원칙에 맞춰, 서비스 비용의 일부를 이용자에게 요금으로 받아 충당하며 경영활동을 펼치고 있다. 도시철도 역시 마찬가지다. 도시철도를 이용하는 시민들은 각자에게 맞는 운임을 지불해야 한다. 도시철도 운임과 같은 공공요금은 가계에 주는 영향이 크다. 이 때문에 강기정 시장도 지난 해 취임 직후 ‘고유가...
2023.11.01 1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