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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민한의 동시대 미술 수첩>동시대미술의 눈으로 전통 회화의 위기에 대해 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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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민한의 동시대 미술 수첩>동시대미술의 눈으로 전통 회화의 위기에 대해 논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 회화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전(2019.10.21 ~ 2020.2.28.)
<손장섭–역사가 된 풍경>전(2019.11.1 ~ 2020. 2. 2)

게재 2020-02-04 15:37:26
현재 조선대학교 김보현미술관에서는 전(2019.10.21 ~ 2020.2.28.)이 진행되고 있다. 장민한 제공
현재 조선대학교 김보현미술관에서는 전(2019.10.21 ~ 2020.2.28.)이 진행되고 있다. 장민한 제공

현재 조선대학교 김보현미술관에서는 전(2019.10.21 ~ 2020.2.28.)이 진행되고 있고, 광주시립미술관에서는 지난 일요일에 <손장섭–역사가 된 풍경>전(2019.11.1 ~ 2020. 2. 2)이 끝났다. 이 두 개의 회화 전시를 통해 회화 장르가 4차 산업혁명시대에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회화는 전통적으로 모든 응용 미술의 기초이면서 동시에 미술의 꽃으로 평가받고 있었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이미지 복제와 합성이 자유롭고, 누구나 성능이 좋은 스마트폰 카메라로 자신이 원하는 장면을 즉각적으로 찍을 수 있는 시대에 전통 회화가 예술로서 여전히 우리에게 의미 있는 장르가 될 수 있는지 생각해보려고 한다.

서양 미술의 역사를 보면 회화의 발전은 항상 위기에서 비롯되었다. 회화는 더 이상 필요가 없다는 주장에 맞서서 자신의 존재 의의를 새로운 형식으로 보여줘 왔다. 한 마디로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이 회화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19세기 중엽 사진기가 발명되면서 세계를 정확하게 모방하는 일이 예술로서 의미가 없어지면서 회화는 다른 과업을 찾기 시작했다. 그것이 모더니즘의 역사이다. 작가의 감정 표현이나 이미지의 미적 구성 등의 명분을 내세워서 회화의 위기를 극복해왔다. 회화는 새롭게 변화된 세계에 대응하는 또 다른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실현하면서 회화의 역사를 새롭게 만들어왔다. 그렇다면 4차 산업혁명시대에도 회화는 예전처럼 위기를 극복하고 회화의 존재 의의를 확보할 수 있을까?

"AI는 인류가 불이나 전기를 발견한 것보다 더 중요하고 큰 사건" 이라는 선다 피차이(Sundar Pichai) 구글 CEO의 말처럼 이전의 3차례 산업혁명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세상은 무섭게 변화되고 있다. 이제는 4차 산업혁명은 알파고, 자율주행자동차, 사물 인터넷 등으로 우리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단계로 접어들었고, 세상이 앞으로 어디까지 어떻게 변할지는 누구도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 세상의 모든 사물은 인터넷으로 연결될 것이고, 그 사물들이 제공하는 데이터는 AI가 이용할 수 있는 빅 데이터가 되어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우리 삶에 도움이 되는 유익한 정보를 제공할 수도 있고, 혹은 이제까지 겪어보지 못한 통제 장치로 악용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 삶의 방식이 어떻게 변화될지는 모르지만, 그 이전과는 전혀 다른 삶의 방식이 될 것이라는 점은 확실하다. 지금까지 예술은 앞으로 다가올 변화된 세계의 모습을 미리 알려주고, 그에 대한 성찰과 위안을 주었다. 지금까지 회화는 예술의 선봉에서 그 역할을 해왔다. 회화는 디지털 시대에도 그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까? 비엔날레 전시나 국립아시아문화 전당의 미술 전시를 보면 회화보다는 영상 설치 작품이나 인터렉티브 작품이 미술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회화 장르의 최대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 다양한 방식의 세계에 대한 모방은 컴퓨터가 여러 알고리즘을 이용하여 대체할 수 있게 되었다. 오늘날에는 AI 로봇이 인간보다 더 정확하게 데생을 할 수 있는 있고, 3D 프린트로 캔버스의 미세한 물감 흔적도 정확히 복제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시대에 2차원 평면에 이미지를 제작하는 작업이 어떠한 예술적 가치를 지닐 수 있는가? 4차 산업혁명시대에 회화는 우리 삶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전시와 <손장섭–역사가 된 풍경>전시는 모두 오늘날 회화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를 제공한다. 이 두 전시는 각각 추상과 구상 형식이라는 전혀 다른 회화양식을 보여주고 있으나, 50년 이상을 오로지 회화 작업에 매진한 작가들의 전시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전시는 미국에서 추상회화와 구상회화를 넘나들면서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한 김보현 작가의 예술 세계를 조명하고, 그의 작업이 후배 작가들의 작품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살펴보고자 하는 의도로 기획되었다. 김보현 작가가 뉴욕에서 자유와 이상향을 표출했던 60년대와 90년대 다른 형식의 추상작품 다섯 점을 포함하여 6명의 후배 예술가의 작품들로 구성된 전시이다. 김보현 작품으로는 감각적이고 강렬한 여러 색채를 즉흥적으로 캔버스 전체에 칠한 60년대 추상작품들과 인간 삶의 세계 전체에 대한 자신의 비전과 감정을 추상적인 형식으로 표현한 90년대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김보현의 추상작품이 오늘날에도 우리에게 의미 있는 이유는 이미지의 미적인 구성 때문이 아니라 그 이미지를 통해 작가 감정의 흐름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지의 붓질의 흔적을 통해 감상자들은 작가의 무의식의 흐름을 잡아낼 수 있다. 이것은 디지털 이미지는 불가능하고, 회화 이미지만이 가능한 특성이라고 할 수 있다. "제가 본래 뭘 그릴 때 이것을 그리고 싶다는 생각이 구체적으로 없어요. 그러니까 시작을 해도 자꾸 변하고, 그러니까 어떤 작품의 테마를 결정해놓고 내가 이런 것을 그리고 싶다고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그리는 동안에 화면에 나타나는 해프닝이라고 할까" 김 화백이 말하고 있듯이 그의 추상 회화는 그의 무의식의 흔적이라고 할 수 있다. 오늘날 디지털 기술이 발전했다고 해도 작가의 무의식의 흐름을 잡을 수 있는 매체는 추상회화가 유일하다고 말할 수 있다.

<손장섭 – 역사가 된 풍경>전시는 김보현 작업 형식과는 다른 구상형식이지만, 작가가 세상을 바라보는 고유한 시선 자체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공통된 특징을 지닌다고 말할 수 있다. 이번 <손장섭> 전시는 1960년대 작품부터 2019년 신작에 이르기까지 그의 60년 화업을 총 망라하는 회고전 성격으로 네 섹션으로 구성되었다. 첫 번째, '거대한 나무-신목' 섹션에서는 <울릉도 향나무>, <태백산 주목> 등 전국의 곳곳의 신목들을 그린 작품들이 전시되었다. 이 거대한 나무들은 우리 역사의 산 증인이며 우리 민족의 생명력을 상징한다. 두 번째, '민중의 소리-역사의 창' 섹션에서는 60년대 4.19혁명을 목격하고 그린 <사월의 함성>, 80년 오월을 그린 <오월의 함성> 등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작품들이 전시되었다. 세 번째, '자연 풍경' 섹션에서는 남도의 풍경을 담은 작품, 금강산, 독도 등 우리나라 대자연을 그린 작품들이 연출되었고, 네 번째 섹션은 수채화, 스케치 작품들과 사진, 팜플랫, 신문기사 등 손 작가의 아카이브 자료들이 전시되었다.

손장섭 작가의 작품에서 다른 미술 장르로는 표현할 수 없는 자신만의 독자적인 시선을 화폭에 담고 있다. 그는 60, 70년대 우리 사회의 모순들, 그리고 80년대 폭정에 대한 항거, 민족분단의 아픔을 화폭에 묘사하고 있다. 90년대 이후에는 한국의 자연 풍경에 우리의 역사적 질곡과 시대적 상황을 투사시켜서 그려내고 있다. 그는 디지털 이미지가 줄 수 없는 붓놀림과 색채를 통해 자신의 감정을 인물과 풍경에 투사하고 있다. 그의 작업은 디지털 이미지처럼 미리 기획된 것이 아니라, 작가가 포착하고자 하는 세계를 작가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붓놀림으로 리드미컬하게 그려내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미지 자체가 아니라 작가와 이미지의 관계이다. 오늘날에는 컴퓨터의 도움을 어떤 이미지도 기계적으로 정확하게 복제해낼 수 있다. 오늘날에도 전통 회화가 가치가 있는 이유는 이미지 자체의 아름다움 때문이 아니라 이미지의 즉흥적인 요소 때문이다. 이 요소가 작가가 무의식적으로 느끼는 세상의 또 다른 측면을 우리가 경험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손장섭 작가가 그린 거대한 나무 이미지를 통해 손 작가가 경험한 '큰 나무의 신기'를 우리 몸으로 체험할 기회를 갖게 된다.

(장민한, 조선대 시각문화큐레이터 전공 교수)

현재 조선대학교 김보현미술관에서는 전(2019.10.21 ~ 2020.2.28.)이 진행되고 있다. 장민한 제공
현재 조선대학교 김보현미술관에서는 전(2019.10.21 ~ 2020.2.28.)이 진행되고 있다. 장민한 제공
현재 조선대학교 김보현미술관에서는 전(2019.10.21 ~ 2020.2.28.)이 진행되고 있다. 장민한 제공
현재 조선대학교 김보현미술관에서는 전(2019.10.21 ~ 2020.2.28.)이 진행되고 있다. 장민한 제공
현재 조선대학교 김보현미술관에서는 전(2019.10.21 ~ 2020.2.28.)이 진행되고 있다. 작품이미지 -무제.
현재 조선대학교 김보현미술관에서는 전(2019.10.21 ~ 2020.2.28.)이 진행되고 있다. 작품이미지 -무제.
현재 조선대학교 김보현미술관에서는 전(2019.10.21 ~ 2020.2.28.)이 진행되고 있다. 작품이미지 -무제.
현재 조선대학교 김보현미술관에서는 전(2019.10.21 ~ 2020.2.28.)이 진행되고 있다. 작품이미지 -무제.
현재 조선대학교 김보현미술관에서는 전(2019.10.21 ~ 2020.2.28.)이 진행되고 있다. 작품이미지 -무제.
현재 조선대학교 김보현미술관에서는 전(2019.10.21 ~ 2020.2.28.)이 진행되고 있다. 작품이미지 -무제.
현재 조선대학교 김보현미술관에서는 전(2019.10.21 ~ 2020.2.28.)이 진행되고 있다. 작품명 폭포.
현재 조선대학교 김보현미술관에서는 전(2019.10.21 ~ 2020.2.28.)이 진행되고 있다. 작품명 폭포.
손장섭전시 전경
손장섭전시 전경
손장섭전시 전경
손장섭전시 전경
손장섭전시 전경
손장섭전시 전경
손장섭 전시전경(거대한 나무-신목)
손장섭 전시전경(거대한 나무-신목)
손장섭 전시전경(역사의창)
손장섭 전시전경(역사의창)
손장섭-동도에서 서도를 보다, 2009, 캔버스에 아크릴릭, 서울시립미술관 소장
손장섭-동도에서 서도를 보다, 2009, 캔버스에 아크릴릭, 서울시립미술관 소장
손장섭-사월의 함성, 1960, 종이에 수채, 47x65cm, 개인소장
손장섭-사월의 함성, 1960, 종이에 수채, 47x65cm, 개인소장
손장섭 삼척 궁촌 음나무, 1994, 캔버스에 유채, 200x200cm, 샘터화랑 소장
손장섭 삼척 궁촌 음나무, 1994, 캔버스에 유채, 200x200cm, 샘터화랑 소장
손장섭-역사의 창, 2006-2009, 캔버스에 아크릴릭, 200x400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손장섭-역사의 창, 2006-2009, 캔버스에 아크릴릭, 200x400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손장섭-울릉도 향나무, 2012, 캔버스에 아크릴릭, 145x112cm
손장섭-울릉도 향나무, 2012, 캔버스에 아크릴릭, 145x112cm
손장섭-해남 땅끝, 2016, 캔버스에 아크릴릭, 112x162cm
손장섭-해남 땅끝, 2016, 캔버스에 아크릴릭, 112x162cm
손장섭-한국근현대사, 2019, 캔버스에 아크릴릭, 150x900cm
손장섭-한국근현대사, 2019, 캔버스에 아크릴릭, 150x900c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