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시대까지 거슬러간 가짜뉴스의 방대한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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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반
로마시대까지 거슬러간 가짜뉴스의 방대한 기록
  • 입력 : 2020. 02.20(목) 15:21
  • 박상지 기자
가짜뉴스의 고고학

최은창 | 동아시아 | 2만2000원



'가짜뉴스'라는 용어가 친숙해진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아서, 우리는 '가짜뉴스 현상'을 최근에 일어난 일로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뉴스에서 팩트를 확인하는 팩트체킹이 시작되고 전문적인 팩트체커가 등장한 것은 1923년이다. '타임(TIME)' 매거진 창립자의 비서였던 낸시 포드는 뉴욕시 공공도서관에서 기사와 관련된 자료를 찾아 팩트체킹을 했다. 그때도 수많은 가짜뉴스가 쏟아져서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는 말이다.

가짜뉴스는 예전에 활개를 치기 더 쉬웠다. 요새는 실시간으로 정보가 전파되고 검색을 통해 손쉽게 정보에 접근할 수 있지만, 예전에는 거짓 정보가 퍼져도 그걸 확인하거나 바로 잡기 어려웠다. 로마 시대 옥타비아누스는 경쟁자인 안토니우스에게 나쁜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가짜뉴스를 퍼뜨렸다. 안토니우스가 클레오파트라에 빠져 로마를 배신할 것이라고 소문을 낸 것이다. 요새로 치면 트럼프가 상대 후보를 비난하는 트윗을 올린 것과 같다. 이런 과정을 통해 옥타비아누스는 안토니우스와의 권력투쟁에서 승리했고, 로마 최초의 황제가 된다.

벤저민 프랭클린이나 에드거 앨런 포 같은 우리가 존경하는 인물도 작정하고 가짜뉴스를 퍼뜨렸다. 벤저민 프랭클린은 미국 독립전쟁에서 여론을 몰아가기 위해, 에드거 앨런 포는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 날조한 기사를 작성했다.

역사의 현장 곳곳에서 가짜뉴스를 볼 수 있는데, 특히나 새로운 매체가 등장했을 때 가짜뉴스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모습이 포착된다. 인쇄술이 발명되었을 때, 라디오가 처음 등장했을 때도 새로운 형식의 가짜뉴스가 기승을 부렸다. 현재 페이스북이나 유튜브 같은 소셜 미디어 플랫폼이 가짜뉴스의 온상으로 지적되는 것과 유사하다. 그러니까 이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우리는 새로운 방식으로 전파되는 가짜뉴스에 충격을 받고 호들갑을 떨지만, 가짜뉴스는 정보생태계의 구성원으로서 인류의 역사와 함께했다.

이 책에서는 '허위정보(disinformation)'와 '가짜뉴스(fake news)'를 구별한다. 가짜뉴스는 뉴스의 형태를 띄고 정치적·경제적으로 수용자를 기만하는 정보이며, 허위정보는 악소문, 프로파간다, 가짜뉴스, 오도성 정보(misinformation)를 포함하는 더 넓은 범위의 개념이다. 이 책은 뉴스의 형태를 띈 가짜뉴스뿐 아니라 소문, 프로파간다 등 다양한 형태의 허위정보가 역사 속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추적하고 있다. 가짜뉴스의 역사를 발굴하고 그 사이에서 인류의 생활과 문화, 행동 양식을 탐구하며 나아가 가짜뉴스의 대응책을 고민한다. 그래서 '가짜뉴스의 고고학'이다.

박상지 기자 sangji.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