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의 큐레이터 노트 제7화>권위를 벗어던진 창조의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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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의 큐레이터 노트
이선의 큐레이터 노트 제7화>권위를 벗어던진 창조의 예술
“나의 모든 작업은 고정관념을 허무는 데 있다. 그 고정관념에서 해방된 자유야 말로 내 작업의 주제다.”
  • 입력 : 2020. 06.09(화) 13:17
  • 편집에디터

[사진1. Christo_1935-2020, The Floating Piers작품과 함께(Photo. Wolfgang Volz)]

[사진1. Christo_1935-2020, The Floating Piers 작품과 함께]

얼마 전, 5월 31일 환경예술가 이자 대지미술가 크리스토 자바체프가 향년 85세의 나이로 뉴욕에서 생을 마감하였다. 그는 죽기 전까지 완성하지 못한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자신은 죽고 없지만 평생을 이행해왔던 사회 연결된 환경이 예술과 끊임없이 협업하여 사람들에게 메시지로 전달되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그리고 숨지기 전 작업해온 '포장된 개선문'(l'Arc de Triomphe, Wrapped)은 730평의 개선문을 24,200㎡의 직물 포장하는 계획으로 1962년에 처음 착안된 프로젝트이다. 고인의 마지막 뜻에 따라 마무리 짓고 올 가을에 선보일 예정이었으나 전 세계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내년 2021년 9월 대중에게 공개할 예정이라고 한다.

" 예술가 크리스토는 불가능해 보이는 것을 꿈꾸는 데 그치지 않고 실현하면서 삶을 있는 힘껏 살았다. 크리스토와 아내 장 클로드의 공동 작품은 전 세계의 공유된 경험으로 사람들을 모이게 했고, 그들의 작품은 우리의 마음과 기억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 라고 작가측은 밝혔다.

[사진2. 크리스토(왼)와 장 클로드(오) 생전 모습]

[사진2. 크리스토(왼)와 아내 장 클로드(오)의 생전 모습]

크리스토 블라디미로프 자바체프(Christo Vladimirov Javacheff)는 1937년 불가리아에서 태어나 1957년 유럽을 여행한 뒤 이듬해 파리에 정착했다. 그곳에서 예술적 파트너이자 아내, 장 클로드(Jeanne-Claud)와 만난다. 1960년대 중반 첫 번째 협업을 통해 예술의 지속적 소유 개념을 벗어나 새로운 창조의 길을 예술가의 확고하고 용기 있는 실천이 만들어낸 작업 방식으로 대지미술(Land Art)의 한 축을 남기게 되었다.

그들의 작업은 익숙한 건축물, 자연 공간을 낯설게 탈바꿈시켜 신선한 감동을 주는 설치 작업으로 알려져 있다. 프랑스 파리의 퐁네프 다리, 독일 베를린 국회의사당, 세계 각국의 자연(섬·호수·계곡 등)을 통째로 천으로 감싸거나 환경과 연관 된 독특한 설치 작업을 통해 국제적 주목을 받게 된다. 또한 많은 예술가들에게 기존 미술관이나 화랑의 공간을 벗어나 광활하고 거대한 자연의 시·공간으로 미술 표현 영역을 무한대 확장시키며 추상적 영감을 일깨워 주었다. 두 사람은 50년 넘게 뉴욕에 정착하며 2009년 아내 장 클로드가 작고한 후에도 공동 구상했던 작업들을 크리스토는 약속을 지킨다는 마음으로 실현해나갔다. 2016년 이탈리아 이세오 호수의 술사노 마을과 작은 섬 몬테 이솔라를 연결한 '부유하는 부두'(The Floating Piers) 작품을 제작하며 공공 예술적 퍼포먼스를 계속 수행했다. "거대한 섬 주변을 천으로 뒤덮으면 길이 생긴다. 사람들은 바다 위 일시적으로 생긴 길을 걸어간다. 그것은 영감을 받기 위한 모든 사람들의 행진이 될 것이다. 그 길 위에서 우리가 함께 자연의 빛·공기와 반응하며 시적으로 아름다운 풍경이 된다." 라고 작품을 설명하였다.

대지미술(Land Art) 작업은 예술적 감수성과 끈기로 정교하고 철저한 계획아래 짧게는 3년 길게는 26년이라는 시·공간을 넘어 제작되었고 단, 2~3주의 전시기간 동안만 사람들에게 보여 지고 사라진다.

[사진3. Christo and Jeanne-Claude, 부유하는 부두(The Floating Piers), 2016.06.18.-07.03.(Photo. Wolfgang Volz)]

[사진3추가. Christo and Jeanne, 부유하는 부두(The Floating Piers)]

[사진3. Christo and Jeanne-Claude, 부유하는 부두(The Floating Piers), 2016.06.18.-07.03(Photo:Wolfgang Volz)]

1983년 '둘러싸인 섬'(Surround Isiands) (제작기간 1980-1983)은 1980년 당시 마이애미의 쓰레기들이 버려지는 비스케인 만(Biscayne Bay) 섬에 정부나 기관의 후원을 받지 않고, 사비를 들여 쓰레기 4만톤을 수거한 후 전체 길이 11.2km 핑크빛 천으로 물들인 대지미술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거대 자본 후원을 받지 않은 이유로 자신의 프로젝트를 추진함에 있어 권력이나 자본가가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며 작업에 대한 신념을 밝혔다. 1980년 당시 경제 침체와 높은 범죄율로 쇠락한 도시였던 마이애미는 프로젝트에 소외된 이주민과 노동자들이 함께 참여하며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었고 이에 따른 법적(노동법 등) 또는 도시 문제들이 시민들의 자발적 의식 속에 녹아들며 변화하게 되었다. 현재 이 섬은 지구 온난화 현상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물에 잠겨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고, 작품은 귀중한 역사적 기록으로 남았다.

[사진4. Christo and Jeanne-Claude, 둘러싸인 섬(Surround Isiands), Biscayne Bay, Greater Miami, Florida, 1980-83(Photo. Wolfgang Volz)]

[사진4. Christo and Jeanne-Claude, 둘러싸인 섬(Surround Isiands), Biscayne Bay, Greater Miami, Florida, 1980-83(Photo:Wolfgang Volz)]

[사진5. Christo, Surround Isiands drawing, Collage, 1983]

[사진5. Christo, Surround Isiands drawing, Collage, 1983]

"나의 모든 작업은 <예술은 소유할 수 있고, 영원히 존재한다.>는 고정 관념을 허무는데 있다. 그 고정 관념에서 해방된 자유야 말로 내 작업의 주제다."- 크리스토 자바체프

[사진6.Christo and Jeanne-Claude, Valley Curtain, Rifle, Coorado,1970-72 (Photo. Wolfgang Volz)]

[사진6.Christo and Jeanne-Claude, Valley Curtain, Rifle, Coorado,1970-72 (Photo:Wolfgang Volz)]

대지미술가들의 작품은 예술을 일상과 가까이 마주하며 당신의 존재와 환경 그리고 삶이 예술의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의미적 제안을 하고 있고, 수많은 사람들의 경험과 행동을 이끌어 냈다. 불가능을 가능의 영역으로 끌어올린 능력 밑바탕에는 예술에 대한 열정뿐만 아니라 확신과 절제 그리고 많은 타협과 용기가 함께 했을 것이다. 많은 예술가들이 '열정의 삶, 투혼의 예술'을 살다 작고 후에도 사후적 예술로써 공공 예술유산의 가치와 역할이 내제된 메세지로 남아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전달되고 있다.

이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우리의 삶과 동행하고 있다. 인간에게는 바이러스지만, 자연에게는 백신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코로나 이전의 인간 위주의 관점에서 코로나 이후 자연과 생태계의 관점에 대한 근본적 문제들을 바라보는 시점으로 돌아가자는 예술적 행동이 많은 예술가들 사이에서 이야기되어진다. 현재 우리가 밟고 서 있는 땅의 의미와 예술의 무·유(無遺)의미한 존재 가치, 그리고 먼저 예술의 길을 걸었던 선구적 예술가의 철학과 행위가 우리에게 전달하고자하는 인류 문화의 메시지는 무엇이며, 우리는 삶을 위해 무엇을 사색하며 실천해야 하는가? 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 참고사이트 http://www.christojeanneclaude.net/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