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민 분노에 파손된 '전두환 동상' 그대로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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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민 분노에 파손된 '전두환 동상' 그대로 둔다
최근 광주시 사용승인… 재판 선고까지 유지
  • 입력 : 2020. 06.16(화) 17:51
  • 오선우 기자
16일 찾은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는 분노한 광주시민의 뿅망치 세례로 인해 파손된 '전두환 치욕 동상'이 설치돼 있다.
5·18민주화운동 학살의 원흉 전두환씨의 만행을 기억하고 조속한 책임자 처벌과 진상규명을 염원하는 광주시민의 마음을 담아 만들어진 '전두환 치욕 동상'이 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5·18민주광장에 설치된다.

16일 시민단체 '오월을사랑하는사람들'에 따르면, 최근 광주시로부터 시설 사용승인을 받아 전두환 동상을 5·18광장에 남겨두기로 결정했다.

사용승인 기간은 오는 9월20일까지이나, 전씨의 형사재판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간을 연장해 설치를 유지할 예정이다.

경기도 파주의 정한봄(65)씨가 전씨의 만행을 알리기 위해 사비를 털어 만든 이 동상은 지난해 12·12사태에 맞춰 서울 광화문광장에 전시했다. 수형복을 입은 전씨가 목에 오랏줄을 두르고 쇠창살 안에 갇혀 무릎 꿇고 있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동상 옆에는 뿅망치를 같이 비치함으로써 전씨의 만행을 단죄하는 의미로 시민 누구나 동상을 가격할 수 있게 했다.

이에 국민의 뭇매를 맞은 동상이 설치 2주 만에 파손되면서 수리를 위해 작가에게 맡겨졌다가 전씨가 광주지법에 출석한 지난 4월27일 광주로 옮겨져 법원 앞에 설치됐다.

이후 동상은 5·18 최후항쟁지 옛 전남도청 앞 5·18광장에 설치됐으나, 불과 며칠 지나지 않아 광주시민의 분노가 쏟아지며 얼굴이 반 넘게 뜯어지는 등 두동강이 났다.

오사모는 "망가진 동상의 모습에서 광주시민의 분노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어 나름의 의미가 있다. 이를 널리 보여주기 위해 파손된 채 전시하기로 했다"고 했다.

다만 감옥 형태의 철제 구조물 안에 들어 있는 동상 옆에 온전한 상태였을 당시의 사진을 붙여놓음으로써 시민들이 비교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전씨는 5·18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를 자신의 자서전에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방했다가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돼 광주지법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오선우 기자 sunwoo.oh@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