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통해 삶의 한줄 채워 넣는 순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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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시
독서 통해 삶의 한줄 채워 넣는 순천민들
독립서점 '서성이다', 도서 콘텐츠 '눈길'||조태양 책방지기 “책방은 마을교육 대안”
  • 입력 : 2020. 06.17(수) 14:33
  • 순천=박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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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양 책방지기.

"책은 물, 공기, 숲과 같아요. 항상 있는데 필요성을 못 느끼죠. 그런데 책은 '쓸모없음'의 쓸모가 모여 어느새 마을의 문화가 만들어지기도 해요."

지난 9일 화요일 오후, 책 읽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 순천의 대표 독립서점 '서성이다'는 코로나19로 미뤄왔던 독서모임을 재개했다. '서성이다'는 6월 시작으로 한달에 2번, 오전과 오후에 독서모임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날 함께 이야기를 나눈 책은 정혜윤PD의 '아무튼, 메모'라는 책이다. 저자가 살아오면서 접한 역사, 환경, 삶에 대해 틈틈이 해온 메모들. 이날 주민들은 저자의 메모를 통해 '좋은 메모'가 얼마나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 결론을 내리기도 했다.

독서모임에 참여하는 신동화씨는 "독서모임을 통해 사회, 정치, 문화 등 다양한 토픽에 대해 발언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며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느낄 수 없는 '소속감'도 느껴져 만족감이 크다"고 말했다.

국어교사인 남편과 책을 가까이했던 삶의 습관들, 책방지기 조태양씨가 '책이 있는 문화공간'에 대해 고민하는 일은 어느새 일상이 됐다. 독립서점을 운영한지는 1년 5개월 남짓, 그동안 서성이다가 위치한 순천 금곡길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작은 독립서점은 때에 따라, 지역 예술인들의 무대가 돼 작품 이야기들이 넘쳐났으며 마을 청소년들이 모여 떠드는 동아리방이 되기도 했다. 일상에서 그냥 흘러보낼 수 없는 이야기들은 소식지를 발간해 기록했다. 1년에 2번 소식지 '서성이다'를 통해 '순천'을 기록하고 청소년인문학잡지 '네끼'를 통해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조 씨는 "독립서점은 '마을교육'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대형서점과 차별된다"며 "코로나로 인해 학교에서의 대면 수업의 한계가 빨리 앞당겨진 상항에서 독립서점 중심으로 마을교육의 제도적 욕구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독립서점을 둘러싼 지원이 필수적이지만, 독립공간의 자립성을 해칠 수 있는 지자체 주도의 제도에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조 씨는 "문화라는 것이 인위적으로 만들어 낼 수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모이면 자연스레 생겨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순천시에서도 연간 도서를 자체적으로 선정해 청년 대상으로 도서 비용 절반을 지원하고 있다. 취지는 좋지만 관공서에서 베스트셀러 위주의 도서를 선별하는 발상은 다양성을 훼손하고 문화에 있어서 폭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성이다'는 지난해에 이어 한국서점조합연합회에서 주관하는 '심야책방' 운영지로 선정돼 문화행사를 앞두고 있다. 올해는 심야책방 프로그램으로 영업 시간을 오후 10시로 연장하고 시인을 초청해 토크콘서트 '시시한 모임'을 진행한다.

조 씨는 "우리 모두 '해석의 욕구'가 있는데, 책을 통해 그 본능을 해결하고 삶의 의미를 찾았으면 좋겠다"며 "책은 저자가 자신의 영혼을 담아낸 결과물이니, 기꺼이 그 비용을 지불하고자 하는 시민의식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사진=도선인 기자 순천=박기현 기자

지난 9일 진행된 순천 독립서점 '서성이다'의 6월 독서모임에 참가한 회원들이 메모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순천=박기현 기자 kh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