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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박찬규>귀촌일기 – 농촌의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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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박찬규>귀촌일기 – 농촌의 여름

박찬규-진이찬방 식품연구센터 센터장

게재 2020-06-24 13:06:51
박찬규 센터장
박찬규 센터장

농촌의 여름은 모내기를 하면서부터 시작된다. 사방에 들꽃이 피기 시작하는 것 같더니 어느새 보리가 익어가고 논보리 타작이 끝나기 무섭게 모내기가 한창이다. 농번기는 봄과 여름사이에 있는데 이때가 농촌에서는 가장 바쁜 시기다. 겨울을 이겨내고 봄에 무럭무럭 자라난 마늘과 양파를 수확해야 하는 때이기도 하다. 특히 비가 오고난 뒤에는 손쉽게 뽑혀서 수확하기가 편하다. 식품 중에서 양념으로 으뜸인 마늘과 양파는 대부분의 농가에서 경작하기 때문에 수확기에는 집집마다 마당에서 마늘과 양파를 말리는 풍경이 연출된다. 햇볕에 말리는 모습만 보아도 풍요로움을 맛볼 수 있다. 모내기와 가장 겹치는 일이 하지감자를 수확하는 일이다. 하지감자는 어느 날 갑자기 풍성한 잎이 시들해지고 바로 수확해 달라는 신호를 보낸다. 주렁주렁 매달려 나오는 감자를 수확할 때의 기분이란 경작해보지 않은 사람은 그 손맛을 알 수가 없다.

농촌의 여름은 빨리도 찾아온다. 많은 일이 겹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하다. 매실의 경우 여물어 제때에 수확하지 않으면 금방 떨어져 버려서 일년 농사를 망치게 된다. 때를 맞추어 수확해야 손실을 줄일 수 있다. 농촌의 집집마다 앵두나무는 거의 한그루씩 있는 편이다. 앵두도 여름이 오는 길목에서 익기 때문에 바로 수확해야 한다. 또한 봄에 가장 많은 심혈을 기울어 심는 고추를 관리하는 일이 중요한 항목이다. 고추는 시간을 맞추어 물 관리를 하지 않으면 성장하는데 애를 먹는다. 비가 오고난 뒤에는 바로 탄저병을 막아주는 농약도 해야 한다. 필자의 경우 넘어지지 않게 줄로 묶는 작업 대신 올해는 그물망을 치기로 결정하고 나니 마음이 편하다. 그물망은 줄로 묶는 방법보다 비교적 쉽게 작업을 끝낼 수 있어서 수월하다.

농촌의 여름은 잡초와의 전쟁이다. 애초기로 논둑과 밭둑을 베고 돌아서면 또 풀이 이만큼 자라있다. 비가 오고난 후에는 왜 그리도 빨리 자라나는지 풀이 곡식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하기도 한다. 이양기로 모내기가 끝나도 군데군데 비어있는 자리에 가중을 해 주어야 한다. 기계로 아무리 잘 심는다 해도 가끔은 공간이 생겨 빈자리에 모를 채워 심어주는 일이 생각보다는 많은 시간을 차지 한다. 농촌의 과일나무는 지금 한창 열매가 영글어가는 계절이다. 대부분의 과일이 진딧물에 약해서 친환경 농약을 해 주어야 하는 편이다. 특히 감나무는 감꽃이 피고난 직후에 병충해 약을 해주어야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다. 필자가 살고 있는 해남은 고구마를 정말 많이 심는다. 올해는 봄이 지나는 시기에 비가 많이 와서 심어놓은 고구마 순이 잘 자라고 있다. 고구마는 가뭄에도 강한 식품이기는 하지만 올해는 적당히 비가 와서 작황이 작년보다 좋을 것 같다. 한 가지 걱정되는 것은 가을로 접어들 무렵 고구마가 밑이 들 때를 기다려 멧돼지가 출현할까 겁난다. 필자가 귀촌한 첫해에도 고구마를 심었는데 수확을 앞두고 멧돼지가 고구마 밭을 헤집어놔서 멍하니 하늘만 쳐다보고 탄식한 적이 있다. 올해는 고구마 밭에 멧돼지 출현이 없기를 바래본다.

모내기가 끝날 무렵이면 농촌의 농번기도 끝나가는 시기라서 조금은 여유로움이 생긴다. 모처럼 발 뻗고 잘 수 있는 여유도 생긴다. 요즘은 한여름 날씨라서 밭작물에 물주기를 게을리 하면 안 된다. 모내기가 끝난 논에도 물 관리를 잘해야 모가 쑥쑥 자란다. 지금은 옛날과 달리 농촌마을에 천수답이 거의 없다 전기가 논이고 밭에 까지 들어오기 때문에 물이 부족한 곳에서는 관정을 파서 지하수로 농사를 지을 수 있는 환경이다. 논은 대부분 저수지 물을 사용하지만 밭농사는 아직도 지하수에 의존하고 있는 곳이 많다. 도시생활이 어렵고 힘든 여정이라면 이제라도 귀촌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농촌은 부지런하고 성실한 생활을 영위하는 사람에게는 부러울 것이 없는 최고의 안식처다. 농촌을 대변하는 해남의 여름은 생동감으로 넘쳐난다. 귀촌이 행복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