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최성주 글로벌 에세이>모차르트의 고향 '환상의 나라' 오스트리아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 오피니언

최성주 글로벌 에세이>모차르트의 고향 '환상의 나라' 오스트리아

최성주-고려대학교 특임교수·전 주 폴란드 대사
8)아름답고 푸른 도나우(다뉴브) 강

게재 2020-06-29 14:05:28
최성주 고려대학교 특임교수·전 주 폴란드 대사
최성주 고려대학교 특임교수·전 주 폴란드 대사

중유럽에 위치한 오스트리아는 영욕의 역사를 오롯이 간직하고 있다. 중세에서 근세에 이르는 수백 년 동안 유럽을 사실상 장악한 합스부르크 왕가의 중심 국가였고, 1867년부터 1918년까지는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으로 위세를 떨쳤다. 1789년 프랑스 대혁명에 이어 나폴레옹이 등장하자 합스부르크 왕가는 절대왕정 수호에 앞장선다. 프랑스 대혁명의 와중에 남편인 루이 16세와 함께 파리 콩코드 광장에서 단두대로 처형된 비운의 왕비 '마리 앙뜨와네뜨'는 정통 합스부르크 왕가의 마지막 통치자인 '마리아 테레사' 여제의 막내딸이다. 오스트리아는 나폴레옹 이후 유럽질서를 재편하기 위한 '비엔나 회의'를 1814년에 주최하는 등 유럽외교의 중심국으로 부상한다. 이 시절에는 비엔나가 명실 공히 유럽외교의 본산으로 인식되던 때다. 그 이후, 오스트리아는 1차 세계대전과 2차 세계대전에 연속적으로 휩쓸리며 큰 고통을 겪는다. 독일과 마찬가지로 게르만족으로 구성돼 있다. 2차 세계대전의 원흉인 아돌프 히틀러의 출생국은 오스트리아다. 젊은 시절 히틀러는 비엔나에서 미대에 진학하려 했으나 실패했단다.

필자가 비엔나에서 근무하던 시기는 1990년대 중후반으로 오스트리아가 냉전시대의 분위기를 떨쳐내고 번영의 길로 나아가던 때다. 필자는 80년대 중반 프랑스에서 연수했는데, 그때만 해도 오스트리아를 여행할 때는 신변안전에 유의해야 했다. 동서 진영의 스파이 대결장이던 비엔나에서는 북한 공작원들이 활개 치고 다녔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비엔나' 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은 왈츠다. 오스트리아 출신 작곡가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유명한 왈츠곡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An der schönen, blauen Donau)'을 듣고 있으면 지금도 비엔나 거리를 걷고 있는 것 같다. 필자는 화창한 봄날 오후 시내 카페 음악에 맞춰 거리에서 왈츠를 추던 오스트리아 사람들이 생각난다. 그들은 분명 삶의 멋을 알고 즐길 줄 아는 사람들이다. 필자의 비엔나 생활 중 후회스러운 일이 하나 있다면 왈츠를 배우지 못한 거다. 당시 알고 지내던 일본 대사관 동료들이 함께 왈츠를 배우러 가자고 필자에게 제안했던 기억도 난다. 흘러간 시간은 되돌릴 수 없기에 더욱 아쉽다. '음악의 신동'이자 최고의 작곡가로 불리는 모차르트(Mozart)도 빼놓을 수 없다. 그의 고향인 잘츠부르크는 위대한 작곡가의 발자취를 찾는 사람들로 항상 붐빈다. 잘츠부르크 지방은 고전이 된 명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잘츠부르크 인근 자그만 마을을 여행한 적이 있다. 들꽃이 만발한 봄날 아침, 호수에 물안개가 피어오르고 실개천이 졸졸졸 흐르며 새들이 지저귀는 진정 목가적인 곳이다.

독일어인 도나우는 영어로는 '다뉴브'다. 도나우강은 독일 남부지역에서 발원하여 흑해로 흘러가는데, 총길이가 2860㎞에 달하는 유럽에서 두 번째로 긴 강이다. 얼마 전 우리 관광객들을 태운 유람선 참사가 발생한 곳도 헝가리의 수도 부다페스트를 지나는 도나우강에서다. 독일, 오스트리아, 헝가리, 크로아티아, 불가리아, 우크라이나, 루마니아 등 10개국을 통과하는 대표적인 국제하천이다. 도나우강은 비엔나를 관통해 흐르는데, 한강처럼 강 중간에 조그만 섬이 몇 개 있다. 필자는 주말에 종종 도나우 강변을 산책하거나 강 옆길을 따라 드라이브를 즐기기도 했다. 도나우 강변에 있는 돼지갈비 전문식당은 항상 사람들로 북적인다. 관광객들의 필수 방문코스이기도 한 이 식당에서는 국적과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포크와 나이프가 아닌 맨손으로 돼지갈비를 즐긴다. 한국인들 사이에서는 '돈까스'로 통칭되는 '비너 슈니첼'도 대표적인 오스트리아 음식 중 하나다. 질 좋은 오스트리아 와인도 널리 애용된다. '비엔나 숲(Wienerwald)'은 시민들에게 휴식공간을 제공하고, 시내를 활기차게 돌아다니는 전차는 비엔나의 풍치를 높이는 데 기여한다.

필자는 지난해 8월말 오랜만에 비엔나를 다시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거리가 더 깨끗해지고 오래된 건물들이 새로 단장돼 근무 당시보다 도시 미관이 환해지고 아름다워진 걸 느꼈다. 오스트리아의 경제사정이 과거보다 좋아졌다는 얘기다. 미소 냉전기, 오스트리아는 헝가리와 체코 등 동유럽과 바로 인접해 '유럽의 동쪽 변방' 정도로 인식되던 처지였다. 즉, 동유럽으로 가는 관문이다 보니 서유럽보다 오히려 인접한 동유럽 공산체제의 음침한 분위기가 오스트리아에 영향을 주고 있던 거다. 냉전 이후 경제발전을 거듭한 결과 오늘날 비엔나는 전 세계의 외교관들이 가장 선호하는 근무지 중 하나이고 살기 편한 도시로 알려져 있다. 오스트리아의 괄목할만한 국가발전상을 지켜보면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가 인류의 번영과 행복에 크게 기여하는 핵심가치(value)임을 실감한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는 개인의 창의성과 기업의 생산성을 최대한 보장한다. 이를 잘 유지하고 발전시켜 후손들에게 물려줄 엄중한 책무가 오늘날 자유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주어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