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창·정소녕>2020년 남은 6개월…수학교사의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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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의 창·정소녕>2020년 남은 6개월…수학교사의 고민
정소녕 -무등중학교 수학교사
  • 입력 : 2020. 06.28(일) 14:01
  • 편집에디터
정소녕 무등중 교사
사상 초유의 5차례 개학 연기, 온라인 개학, 순차적 등교 개학까지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상상 그 이상의 상황이다. 그동안 어느 학교나 물 흐르듯 새 학년 준비로 바빠야 할 5월까지의 기간이 훌쩍 지나가 버린 2020학년도 교육 현장은 하루하루가 너무 새롭고 준비와 계획, 대응의 연속이다. 내키지 않지만 피할 수 없는 온라인 개학이라는 숙명에 전국의 교사들이 초단기간에 ICT 역량이 강화되는 기적이 일어났다. 또한, e-학습터, EBS 온라인클래스, 구글 클래스룸과 네이버 밴드 등 각종 플랫폼과 구글 닥스, 네이버폼, 카카오톡 단톡방 등의 기능을 활용해 학급을 관리하며 비슷한 일이 또 있어서는 안 되겠지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여 형식적으로나마 등교 개학을 커버할 수 있는 역량을 길러냈다. 하지만 아무리 ICT 강국이고, 뛰어난 역량을 가진 교사들이라도 온라인으로 전달할 수 있는 내용과 영역은 한계가 있다. 화려한 영상편집과 열정이 조화를 이루어 이번 기회에 빛이 나는 숨은 보석 같은 선생님들도 많지만, 일방적으로 강의를 듣는 국, 영, 수 등의 교과는 물론 눈으로 보는 체육 수업, 영상으로 대체되는 미술과 음악 수업 등 아쉬움이 있다. 심지어 EBS 강의나 유튜브, 이용하는 플랫폼에 제공된 콘텐츠만을 이용하는 수업들도 있어 수업의 질과 더불어 교육의 격차는 지역마다, 아니 학교마다, 아니 교사마다 천차만별이다.

시대가 변하면서 수업의 패러다임이 교사 주도의 강의형 수업에서 학생 주도의 활동 주의 협력 수업으로 나아가 이제는 개별학습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수학교육 차원에서 보면 온라인 개학은 의도치 않게 전 세계적인 흐름인 학습자 맞춤형 개별학습 강화 및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개인별 맞춤형 수업(TEACH TO ONE MATH)을 제공하게 되었다. 온라인 학습을 통해 내용을 익히고 쪽지나 메일로 질문을 받아 답해주고 게시판에 과제물 업로드와 댓글 달기를 통해 이해가 될 때까지 반복하고 또 질문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가능했기에 하위권 학생들은 등교 개학보다 온라인 수업이 더 잘 이해가 간다고 한다. 등교 개학보다 수업의 질이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하며 하루빨리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어 교실 수업이 답이라 생각했던 것과 달리 부진 학생 지도 방법으로 온라인 학습이 대안이 될 수 있음을 알게 된 계기가 되었다.

실제 중학교 3학년 교실 수업을 하다 보면 40%에 가까운 학생들은 숫자 하나하나 옆에서 일대일로 알려주지 않으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심지어 아직 구구단을 외우지 못한 아이들도 한 명 정도씩은 있으니 적게는 20명 많게는 30명 이상의 아이들이 똑같이 수업을 따라오길 바라는 것은 이상일 뿐이다. 2019년도에 실시된 중3 학업성취도 평가의 교육부 발표 결과를 살펴보면 우수학력, 보통학력, 기초학력, 기초학력 미달의 4단계로 분류할 때 중학교 3학년 학생 100명 중 12명은 기초학력 미달 상태인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자)에 해당한다. 수준별 수업이 학생을 등급화하고 사교육을 조장하는 등 시대의 흐름에 맞지 않다면 현실적으로 하위권 학생들을 위해 보조강사의 지원이나 희망자가 아닌 부진 학생 위주의 방과후 일대일 멘토링 등의 제도적 변화를 요구한다.

하위권 학생들이 수학을 포기할 정도로 내용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반면 상위권 학생들에게도 수업시간은 배움으로 채워지기 어렵다. 광주광역시 빛고을 혁신학교는 배움의 공동체를 바탕으로 학생들의 참여와 소통을 통해 모둠별로 탐구하고 배려하며 다른 사람을 존중하고 경청하며 토론하는 등의 수업 혁신을 이루어 가고 있다. 이는 실제 아이들의 삶 속에서 배움이 잘 녹아 민주 시민의 기본 자질이 길러져 수업 이외의 생활 면에서도 이런 가치들이 발현되어 학교 폭력의 감소와 함께 학교의 공간 및 규칙, 교육과정 학교 운영 등에 학생 스스로 참여하고 고민하고 바꾸며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서로 도와주고 알려주며 공부하는 것도 한두 시간 한두 과목이지 모든 시간 모든 과목을 알려만 줘야 하는 상위권 학생들은 협력과 나눔의 공공적 가치와 관계와 소통, 협력을 위해 배움의 기쁨과 성취감보다는 봉사와 희생을 강요당하며 수업을 받아야 한다. 이는 상위권 학생과 학부모들이 혁신학교에 반감을 갖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러한 고민은 개인적 차원에서 머물지 않기에 교육부는 지난 5월 27일, 향후 5년간의 수학교육 로드맵으로 '과학․수학․정보․융합 교육 종합계획('20~'24)'을 발표하며 제3차 수학교육 종합계획을 내놓았다. 크게는 지능정보사회의 소양을 위해 인공지능(AI) 관련하여 수학과 정보를 융합하여 실생활 기반 과목을 개설하겠다는 것과 수포자가 많고 수학의 정의적 영역이 다른 과목에 비해 월등히 낮기에 재미 위주의 즐기는 수학교육을 하자는 것이다. 틀린 말이 없고 표현도 아름답지만, 한숨이 나온다. 대한민국 수학과 교육과정은 현재 진행 중인 2015 개정 교육과정을 포함해 지난 40년간 수업방법 개선과 학습자의 수업 부담 경감을 위해 수학 학습량을 지속적으로 감축해 왔다. 단원이 이동되거나 삭제되고 학년 간, 학교급 간 내용이 바뀌면서 부분적으로 교육과정을 줄이거나 선택교과로 만들어 학습량이 줄었다. 하지만 수포자의 비율은 해가 갈수록 늘고 있고 이를 근거로 교육과정을 더 축소하자는 주장이 제기된다.

제3차 수학교육 종합계획에서 요구하는 수학 핵심 인재 양성을 위해 어떤 변화가 필요한가? 자신감 향상을 위한 성공 경험을 위해 교육부에서 제시하고 있는 일회성의 캠프와 체험, 게임과 동영상 등은 결정적으로 학생이 부진에서 탈피하여 교육과정을 따라갈 수 있는 길을 제시하는가? 토론과 협력도 좋지만, 특히나 수학 교과는 개인이 실제 이론을 이해하고 적용하여 답을 내는 힘이 있어야 하는데 과목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토론과 활동 수업만 좋은 수업으로 평가되는 것은 바람직한가? 유・초등 단계의 기초학력 부진과 자유학년제로 인한 평가의 부재를 학습자 스스로 채워갈 수 있을까? 그 밖의 중등, 고등 과정에서 과정 중심 평가는 교사마다 이해하는 게 너무 다르지 않은가? 우리 수학교육 이대로 괜찮은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엉킨 실타래를 풀기 위해 존경하는 광주광역시 수학교사들과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과 해야 할 일을 찾아야 한다.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