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경남, 경계지 갈등…섬진강 재첩 분쟁 해법 본받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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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경남, 경계지 갈등…섬진강 재첩 분쟁 해법 본받아야
지리산 성삼재 고속버스 운행 허가에 구례군 반발||멸치잡이 해역 갈등 장기화…헌재 권한쟁의 심판||“광양·하동, 상생 해법 통한 분쟁 해소 교훈으로”
  • 입력 : 2020. 07.15(수) 18:37
  • 김성수 기자 sskim@jnilbo.com


전남과 경남의 산과 바다 경계지역에서 고속버스 운행과 해상조업구역을 둘러싼 갈등이 잇따르고 있다.

국립공원인 지리산 경계에서는 고속버스 운행을 놓고 경남과 구례군간 분쟁이 발생했고, 해상경계선에서는 어업권을 놓고 여수·남해어민들이 5년 넘게 법적 공방중이다.

자칫 영·호남 지역갈등으로 비화될 수 있는만큼, 오랜 기간 섬진강 재첩 채취 구역을 놓고 다툼을 벌이다 최근 '상생 해법'을 찾은 광양과 하동 사례를 본받아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사태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리산 고속버스 운행 갈등

15일 전남도와 구례군에 따르면 경남도는 지난달 10일 경남 함양군 버스운송업체인 함양지리산고속에 대해 '동서울버스터미널-구례 지리산 성삼재' 구간 고속버스 운행 정기 노선을 인가했다.

전남도와 구례군의 반대에도 경남도가 경남 버스업체에 서울과 지리산 성삼재를 오가는 정기 고속버스 노선을 승인하면서 양 지자체간 갈등이 불가피해졌다.

경남도가 승인한 서울-함양-인월-성삼재 노선은 오는 24일 첫 운행을 앞두고 있다. 이 버스는 동서울터미널에서 금·토요일 오후 11시 50분에 출발하고, 지리산 성삼재에서는 토·일요일 오후 5시10분 출발한다.

당초 경남도는 동서울~지리산 백무동 정류장까지 운행했던 구간을 동서울~지리산 성삼재까지 연장하는 건에 대해 전남도에 협의 요청을 해왔다.

하지만 전남도가 '환경오염'을 이유로 반대하자, 경남도는 국토교통부에 조정신청을 했고, 국토부는 지난 5월 조정위원회를 통해 사업계획변경 및 노선 연장을 통보했다.

구례군은 즉각 반발했다.

구례군은 이미 구례와 성삼재를 오가는 농어촌 좌석버스가 운행 중인 데다, 산악지역 특성과 기상 여건 등을 고려해 볼 때 버스 노선 신설은 부적합하다는 입장을 펴왔다.

군은 향후 지리산 대기오염 저감 대책으로 노고단 도로를 전면 통제할 구상까지 하고 있어 상황 악화가 우려된다. 전남도는 조만간 국토부를 상대로 이번 결정에 대한 조정 신청을 낼 방침이다.

● 전남·경남 해상경계 분쟁

바다에서도 10년 가까이 전남-경남ㄴ 해상경계선 분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 분쟁은 2011년 7월 경남 선적 멸치잡이 어선이 전남 여수 인근 해역으로 넘어가 조업하면서 비롯됐다. 당시 여수시·해경은 선주·선장 등 31명을 수산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선주·선장들은 벌금 100만~200만원을 선고받았다.

해당 해역은 멸치를 잡는 권현망 어업이 주로 이뤄지고, 서식 어종마저 다양해 '황금어장'으로 불리는 곳이다.

경남 선적 멸치잡이 17개 선단이 '바다 경계를 인정할 수 없다'며 낸 소송에서 대법원은 2015년 6월 "1973년 발행한 국토지리정보원의 국가기본도에 표시된 전남과 경남의 해상경계가 유효하다"고 판결을 확정했다.

그러나 불복한 경남도는 같은 해 12월 전남도·여수시를 상대로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제기했다. 경남도와 남해군은 여수 연도와 남해 세존도의 중간 지점 등을 새로운 경계로 주장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9일 전남·경남 해상경계 권한쟁의 심판 최종 공개변론을 마치고 연말까지 최종 결정을 내릴 방침이다. 양측 어민들간 생존권이 걸린 상황이라 헌재 결정이 나오더라도 '갈등 후유증'은 상당할 것이란 전망이다.

● 섬진강 재첩 채취 갈등 해소

섬진강 재첩 채취 구역을 놓고 오랜 갈등을 되풀이하던 광양과 경남 하동어민들은 최근 상생 해법을 마련했다.

광양과 하동어민들은 지난 1998년 구두 합의로 결정된 경계선을 기준으로 재첩을 채취해왔다. 섬진강을 사이에 두고 경계부표가 설치됐지만 국가하천의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는 데다 태풍이나 호우로 부표 위치가 늘 바뀌면서 분쟁이 잇따랐다.

흐르는 강물 위에 명확하게 경계를 지을 수 없는데다 최근 염해 피해로 재첩 채취량이 급감하면서 갈등은 더욱 심화됐다.

최근 양 지역 주민들은 재첩 채취를 둘러싼 다툼을 끝내기 위한 해법찾기에 나섰다.

광양시와 하동군은 준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경계 부표를 설치해 추가적인 주민 갈등을 방지하고, 섬진강 재첩 잡이를 '국가중요어업유산'에 공동 등재하며 화합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광양과 하동주민처럼 상생을 위한 노력이 경계지 곳곳에서 갈등을 빚고 있는 전남과 경남 양 지역에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전남도 법무담당관실 관계자는 "지리산 성삼재의 경우 경남과 구례군의 충분한 소통과정과 전남도의 적극적인 중재노력이 더해지면 합리적인 방안이 도출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법정 공방중인 해상경계도 헌재 결정의 승복과 함께 양 지역 어민간 상생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수 기자 sskim@jnilbo.com seongsu.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