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창·심명자>부양료 청구소송을 해야 하는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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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의 창·심명자>부양료 청구소송을 해야 하는 현실
심명자 대한독서문화예술협회 대표
  • 입력 : 2020. 08.02(일) 14:21
  • 편집에디터
심명자 대한독서문화예술협회 대표
생각상자 갤러리에서 '13인의 어머니 이야기' 전시회를 하고 있다. 작가들이 저마다의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그림이나 유품 등으로 구현했다. 어머니가 헌신적으로 자식을 보살폈으나 자식은 제 살기 바빠 제대로 효도 한 번 못한 죄스러운 마음과 연민을 담아냈다. 필자는 '가족들의 복을 비는 어머니의 성경쓰기'라는 제목으로 합류했다. 어머니는 새댁 때는 어머니의 어머니께 배운 대로 윗목에 물 떠놓고 매일 가족을 위해 기도했다. 노환으로 먼 길 떠나신 시아버지의 유언 따라 교회에 나가면서부터는 하나님께 구원 기도를 했다. 어머니는 소천하시기 직전까지 매일 새벽과 저녁에 6시간씩 자식을 위해 기도하시며 성경쓰기를 했다. 살아생전 당신을 위한 시간은 없었다.

서울가정법원에서 60대 어머니가 성형외과 의사 아들을 상대로 부양료 청구 소송을 하고, 자식이 어머니에게 매달 50만원의 부양료를 지불할 것을 판결한 사건이 있다. 부모가 자식에게 청구소송을 해야 할 만큼 생활고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불 보듯 훤하다. 금전을 상대로 법정에 섰을 때 부모자식 관계는 이미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됐을 것이며, 비록 승소를 했더라도 어머니의 마음은 찢어질 듯 비참했을 것이다.

한때는 효의 나라였던 대한민국 노인의 현실은 어떠한가? 2016년 기준 한국의 65세 이상 노인 빈곤율이 45.7%나 된다. 36개 OECD국가의 노인 빈곤율이 12.6%인 것에 반해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로서 단연 1위이다. 평생을 본업에 충실하며 중산층으로 살다가 퇴직 후 자식들에게 경제적 지원을 하고, 자신들의 노후 생활자금이 바닥나서 빈곤층으로 전락한 사람도 비일비재하다. 뿐만 아니라 노인 4명 중 1명은 자녀의 학대에 시달리고 있다. 75세 이상 노인들은 10만 명 당 160명이 자살하고 있고, OECD 평균 8배가 넘는다. 한국의 자살률이 높은 것도 노인 자살이 많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회문제는 단기적으로 일어난 일은 결코 아니다. 박정희 정부가 산업화를 내세울 때 윤리, 도덕, 가치, 인성 등이 함께 성장해야 함을 교육에 구현하지 않았다. 오로지 성과를 최고의 덕목으로 두고 1등만을 지향했다. 산아제한 정책까지 합세해 두 자녀, 외동이, 무자녀의 현상으로 치달았다. 부모들은 자식들과의 서열에서 '을'의 위치를 기꺼이 수행했으며, 부모의 모든 일상은 자식이 공부를 잘해서 사회에서 인정받는 사람이 되는 것이 목표가 될 정도였다. 그러다보니 부모는 자식에게 모든 것을 내주는 사람이어야만 했다. 6070 세대까지만 해도 지금보다는 단순한 삶의 형태이고, 다가족공동체여서 부모님이 얼마나 고생하는지를 눈으로 보고 성장할 수 있었다. 부모는 많은 자녀들을 고루 키우기 위해 한 자녀에게만 집중할 수 없었고, 자식은 스스로 부모형제와 거리조절을 해가며 인성을 키울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부모님이 고생하시며 키운 것을 잘 아는 이 세대들은 대부분 부모님께 물질적 풍요는 안겨드리지 못하더라도 정신적 끈은 놓지 않는 편이다.

반면 부모에게 '갑'의 위치로 양육된 8090과 그 이후 세대는 부모의 고마움을 잘 모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모가 자식이 필요한 것은 뭐든 착착 준비해주다 보니 부족한 것, 소중한 것도 모르고 성장해버린다. 열정, 욕구, 신념, 열망 등을 삶에서 녹여볼 기회가 없이 세팅 된 것에 그냥 가기만 하면 된다. 어른이 돼서 스스로 뭐를 해보려 할 때 분석력이 약해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한 확신도 부족하다. 실례로 TV의 노인대상 프로그램에서 76세 어르신이 말한 소망은 '캥거루 딸이 제발 집에서 나가주는 것'이라고 했다.

셰익스피어는 '아비가 누더기를 걸치면 자식들은 부모를 모른 척 한다. 아비가 돈주머니를 차고 있으면 자식들은 모두 효자가 된다.', '돈 없는 젊은이는 되어도 돈 없는 늙은이는 되지 마라.'고 했다. 유전무죄와 맥을 같이하는 유孝무孝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필자가 학부모 및 성인 대상 그림책 인문학 강연을 할 때 학습자들에게 꿈이 뭐냐고 묻곤 한다. '가족이 행복하고, 자녀들이 잘 되는 것'이라고 답변하는 분들이 종종 있다. 사회활동을 하지 않는 전업주부들의 공통적인 성향이다. 이러한 바람은 자신의 꿈이라고 하기 보다는 가족들이 함께 이뤄나갈 덕목이다. 가족을 이루고 사는 모든 사람들의 소망이기도 하다. 하지만 자녀는 어른이 되면 자기 삶을 꾸리느라 바쁘다. 자신의 업무에도 충실해야 하고, 경제난도 헤쳐 나가야 하니 부모님을 돌아볼 겨를이 없게 살아갈 수밖에 없다. 더구나 철저히 개인주의인 세대들은 자기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 가장 중요한 가치가 된지 오래다.

자식들이 성인이 되면 부모는 초로의 길로 접어든다. 그 때 오는 무력감, 허탈감, 외로움을 일찍부터 대비해야 한다. 자녀가 미래를 위해 성장해갈 때 부모도 자신의 능력을 계발하고 함께 성장해가야만 한다. 나이 들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미리 마련하라는 말이다. 어린 자녀들이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는 기회를 많이 주며, 홀로서기를 익숙하게 해야 한다. 경제 교육도 안내해주는 것이 필수이다. 일정한 용돈을 주며 부모를 위해 쓰는 돈 · 저축하는 돈 · 지출할 돈 등을 알맞게 나눠 사용하도록 이끌어 줘야 한다. 1주일에 한 두 번이라도 가족을 위해 자신이 책임지고 해야 할 일도 정하고, 먹는 것도 부모랑 똑같이 분배해서 먹어야 한다. 부모가 자녀에게 평생 '을'이 되지 않으려면 어렸을 때부터 의식적으로 부모를 존중하게 하고, 그것이 점점 정서와 가치로 발전하면서 삶이 될 것이다.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