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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마 할퀸 광산구 유림마을 …"그래도 희망 가져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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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마 할퀸 광산구 유림마을 …"그래도 희망 가져야죠"

사상 초유 물폭탄…마을주민들 예고된 인재 '분통'
지원나선 광산구 의용소방대 …"조금이나마 희망되길"

게재 2020-08-10 17:38:54
한바탕 수마가 휩쓸고 지나간 10일 광산구 의용소방대 대원들과 마을주민들이 수해 피해 복구를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한바탕 수마가 휩쓸고 지나간 10일 광산구 의용소방대 대원들과 마을주민들이 수해 피해 복구를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1년 농사가 모두 거름이 됐습니다. 마을 주민 대부분 남의 땅에 빚낸 돈으로 농사하고 있는 처지인데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그래도 가만히 주저앉아 있을 수 없어 다시 나왔습니다."

한바탕 수마가 휩쓸고 지나간 10일 광산구 유계동 유림마을 주민들이 물에 잠긴 논과 하우스를 찾았다. 광산구 의용소방대 대원 10여 명과 함께다.

힘없이 축 늘어진 싹을 들어 올리니 뿌리는 벌써 썩기 시작했고 하우스에서는 흙탕물을 잔뜩 뒤집어쓴 호박이며 고추, 방울토마토 등이 누렇게 죽어있다.

영산강 물이 범람했다는 소식에도 걱정이 현실이 될까 두려워 차마 경작지를 찾을 수 없었던 농민들이 고통스러운 한숨을 내쉰다.

마을 통장 김정오씨는 "어렵게 출하를 한다 해도 비바람 피해를 본 작물은 제 시세를 인정받기 힘들다"며 "너나할 것 없이 주민들 대부분 수해 피해를 보았다"고 했다.

8일 오전 9시께부터 불어난 물은 삽시간에 마을을 삼켰다. 허리춤까지 물이 차오르면서 호박, 고추, 방울토마토 등 대부분 작물이 그대로 고사했다.

의용소방대원들이 수해 피해 농가 지원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지만, 복구조차 불가능한 상황이어서 썩은 작물을 도려내고 모종을 정리하는 데 주력하고 있었다.

김 통장은 "마을 어르신들은 빚을 내 한해 장사를 하고 있는 처지"라며 "재해보험에도 가입하지 않은 어르신들은 보상받을 길도 막막하다"라고 한탄했다.

주민들이 더욱 분개하는 것은 이번 수해가 이미 예고된 재난이었다는 점이다.

이 마을은 영산강 직진화 공사로 60년대 말 폐천 부지가 조성됐고, 70년대 중반 한 공무원이 배수로 없이 이를 일괄 매각하면서 배수로 없는 환경이 조성됐다. 이에 집중호우마다 매년 배수 피해가 이어졌다.

마을주민들은 "수해 피해가 발생하기 불과 2주 전 배수로를 조성해 달라며 행정당국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예산 등을 이유로 반영되지 않았다"며 "이번 수해 피해는 천재가 아닌 인재"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결국 1년 농사가 완전히 물거품이 됐지만, 농민들은 아픈 마음을 딛고 다시 농지로 나왔다. 다시 비가 조금씩 쏟아지는 와중에도 묵묵히 죽은 작물들을 정리하고 흙탕물을 쓸어내렸다. 광산구 의용소방대원들도 함께했다.

마을주민들은 "너무나도 고통스럽지만 그대로 주저앉아 있을 수만은 없어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만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다시 하우스를 찾았다"고 했다.

이날 봉사활동에 나선 육미선 여성 의용소방대장은 "폭우로 침수피해를 본 농민들에게 조금이나마 희망을 전해 주고 싶어 지원을 나오게 됐다"며 "수해 피해 복구가 끝나는 그 날까지 대원들이 힘을 보탤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