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총파업' 지역 진료공백 현실화… "하루빨리 해결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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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건강
'의료계 총파업' 지역 진료공백 현실화… "하루빨리 해결을"
전남대·조선대 병원 전공의 100% 파업 동참 ||약국도 영향… 조제 3000건서 2000건 줄어 ||동네 의원 6.2% 참여… “아직 큰 불편 없어”
  • 입력 : 2020. 08.26(수) 18:42
  • 조진용 기자

26일 의료 파업 첫날 전남대학교 병원 본관 1층 접수 창구가 다소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6일 의료 파업 첫날 전남대병원 전공의(1학년)가 시위를 하고 있다.

정부와 대한의사협회(의협)가 끝내 의료 총파업을 강행하면서 광주지역도 진료 공백 사태가 현실화되고 있다.

전남대와 조선대 병원의 경우 전공의가 100% 파업에 동참한 상황이다. 병원 측은 응급환자는 진료할 방침이라고 하지만, 상당수의 환자들은 "코로나19 사태가 갈수록 확산되고 있는데…"라며 우려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26일 광주시의사회와 광주지역 병원 등에 따르면 의료파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날 전공의·전임의·봉직의와 동네병원 개원의까지 동참하면서 일부 진료공백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 14일에 이어 두번째로 강행된 총파업은 오는 28일까지 진행되는데, 규모가 커짐에 따라 의료 현장 혼란은 불가피해 보인다.

이날 전남대병원(본원·빛고을·화순)은 314명 전공의(인턴·레지던트) 전원이 파업에 동참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남대학교 병원 전공의들은 병원 곳곳에서 △공공 의원 정비, 필수 의료 처우 개선 △항암제와 한약의 비용 지불 방식 문제 △건강보험료 지불 문제 △준비 안된 원격의료 처우 개선에 대해 해결 방안을 찾아줄 것 등이 적혀진 안내판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었다.

전남대병원 측은 "응급환자 진료는 계속 할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이날 성형외과·안과·신경외과·감염내과·외과·정형외과·내분비과 등의 일부 진료가 잠정 중단되거나 축소돼 방문 환자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병원을 찾은 환자 A(71)씨는 "의사가 부족하다고 해서 늘리겠다는데 왜들 이러는지 모르겠다"면서 "환자들의 고통을 빌미로 파업에 나서는 것은 매우 이기적인 일"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입원환자 B(36)씨도 "코로나19로 엄중한 상황인데…"라며 말끝을 흐리더니 "하루빨리 원만한 협의가 이뤄졌으면 한다"고 말을 아꼈다.

병원 앞 약국도 의료 총파업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평소라면 대학병원에서 처방 받은 약을 조제하기 위해 점심시간조차 단축해야 할 때도 있지만 이날 전남대병원 앞 약국 거리는 한산했다.

이곳에서 약국을 운영 중인 약사 C(41)씨는 "하루 평균 3000건 이상의 조제를 하는데 오늘은 2115건 수준"이라면서 "아직 의료파업을 더 지켜봐야겠지만 영향은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조선대병원의 경우도 142명 전공의 모두 파업에 참여했고 전임의를 포함하면 총 170여명 중 150여명이 휴진에 들어갔다.

전남대병원과 마찬가지로 내원객들로 붐벼야 할 병원 본관 안내접수 창구는 파업으로 인해 한산하기만 했다. 다만 전남대병원과는 달리 의료파업에 동참을 표현하는 전공의들의 피켓시위는 찾아볼 수 없었다.

조선대병원 전공의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진단검사의학과(4학년) 이호종 전공의는 "의료 예산 적자와 준비가 덜 된 원격진료를 도입할 때의 책임 소재 문제 개선이 시급하다"며 "검증 안된 한약은 국민 혈세로 쓰고 검증된 항암제는 환자 본인에게 부담금 500만원을 청구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이기에 의료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줄 것"을 주장했다.

이날 광주시에 따르면 오후 12시 기준 의료파업에 동참한 인원은 전남대병원, 조선대병원이 전체 참여했고 광주기독병원도 전체 46명 전원이 참여했으며, 광주 보훈병원만 27명 중 17명이 참여했다. 대부분이 파업에 동참한 대학병원과 달리 동네 병원은 그나마 소규모 인원만 파업에 동참해 의료 공백에 대한 불안감을 낮췄다.

파업 첫날 광주지역은 동네의원 947곳 중 10% 안팎(광주시청 잠정 집계 기준) 정도가 진료를 중단했다.

실제 이날 남구 미래아동병원 앞에는 휴진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병원 측은 "코로나19 상황에서 운영을 중단할 수는 없어 예약환자와 응급환자에 대해서는 진료를 보겠다"는 입장이었으나 복통을 호소한 어린이 환자와 보호자는 입구에 붙은 안내문을 보고 발걸음을 돌리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광주 동구 일대의 경우 동네 병원 중 문을 닫은 곳은 4곳 정도였지만 '여름휴가'로 휴진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을 뿐 '파업'에 동참한다는 안내문을 붙인 병원은 찾을 수 없었다.

조진용 기자 jinyong.ch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