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수 전남취재부 차장 |
신발장에 곱게 모셔둔 신발을 꺼내 신던 아이의 한마디. "아빠 신발이 작아요." 함께 있던 아이의 엄마가 "무슨 소리야! 올해 입학 때 산 신발이 작다니…." 그렇게 몇 번 신고 벗기를 반복했지만 아이의 말처럼 새 신발은 더 이상 쓸모가 없게 됐다. 결국 언니가 작아서 놔둔 때 묻은 운동화를 신고 부랴부랴 학교로 향했다.
8살의 셋째아이에게 사준 새 신발과의 인연은 지난 2월쯤으로 기억된다. 셋째아이의 손을 잡고 백화점 등을 돌며 샀던 새 학기 입학용품 중 하나가 새신발이다. 뭐 하나 빠짐없이 새 학기 준비를 마치고 '기대 반 설렘 반'으로 3월 입학에 대한 기대도 컸다.
하지만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중국에 이어 우리나라를 강타했다. 결국 기대했던 입학이 좌절됐다. 학교대신 가정에서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되면서 가격태그도 떼지 않았던 새 신발은 곧장 신발장으로 '격리'되고 말았다. 이후 5월쯤 굳게 닫혔던 교문이 열리자, 새 신발은 잠시 빛을 받았지만,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제대로 된 학교 등교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몇 번 신어보지도 못하는 신세가 됐다. 지난 6개월간 집에 갇혀있다시피 했던 아이는 몰라보게 컸지만 여전히 새것 같던 신발의 시간은 3월 입학과 함께 멈춰 있었던 것이다.
'잃어버린 시간'을 누가 보상해 주겠는가? 한낱 신발도 코로나19가 없었더라면 3월 입학 때 기대를 안고 등교를 할 아이와 함께 교문으로 향했을 것이고, 친구들과 맘껏 운동장을 뛰어다니며 해지고 때 묻기를 반복하며 '추억'도 쌓았을 것이다. 너무나도 야속하다. 6개월째 이어진 코로나19는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빼앗아갔다. 코로나19 종식도 기약이 없다.
코로나19로 애꿎은 작아진 신발은 몇 번 신어 보지도 못하고 의류재활용통에 버려진 채 그렇게 '용도폐기'됐다.
김성수 기자 sskim@jnilbo.com seongsu.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