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FC의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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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광주FC의 도전
  • 입력 : 2020. 09.23(수) 16:02
  • 이용환 기자

"웨스트햄 유나이티드는 내가 살아가는 이유야." 지난 2005년 개봉된 렉시 알렉산더 감독의 영화 '훌리건스'에서 주인공 피트가 한 말이다. 영국 프리미어리그 '웨스트햄'에 열광하는 청년 피트. 경기가 있는 날이면 매일 경기장을 찾는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팀을 위해서라면 폭력도 거침이 없다. 축구를 삶의 일부로 생각하고 열정 또한 뜨겁다. 자신이 좋아하는 팀을 지지하면 곧바로 친구가되지만 다른 팀을 지지하면 적이 되는 것도 여기서는 일상이다.

유럽인들의 축구 사랑은 유별나다. 훌리건스에 등장하는 일부 극성팬의 과격함이나 폭력성도 있지만 대부분의 팬들은 경기 자체를 즐기고 경기에 몰입된 채 자신이 좋아하는 팀을 응원한다. 상대 팀에게 박수를 보내고 결과에 승복하는 것도 자연스럽다. 경기가 끝난 뒤에는 내 팀, 네 팀 구분 없이 카페로 몰려가 맥주를 마시며 축구 이야기로 날을 지새기도 한다. 영국의 프리미어리그,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이탈리아 세리에 A, 독일 분데스리가 등의 인기도 하늘을 찌른다.

현대 사회에서 프로축구는 단순한 운동 경기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 사람들은 축구를 보면서 새로운 공간을 경험하고, 그 공간에서 일상의 고됨과 따분함을 조절한다. 결과를 예상하기 힘든 불확정성에서 오는 긴장과 흥분도 긍정적인 에너지다. 성취, 인내, 진취적 기상, 결단, 용기, 강인함 등 기본적인 인간의 속성을 보여주는 드라마로서의 역할과 함께 문화산업의 하나로 엄청난 부가가치도 만들어낸다. 특히 지역을 연고로 하는 팀은 지역의 상징이면서 자존심이다.

광주를 연고로 한 프로축구 광주FC가 창단 후 처음으로 '파이널A'에 진출했다. 지난 2010년 광주시민프로축구단으로 창단한 광주FC는 대부분 2부 리그에 머물렀고 1부 리그 최고 성적도 8위가 전부였다. 이번 시즌 파이널 A에 함께 오른 팀과의 경기에서도 한차례의 승리를 맛보지 못했다. 포항과는 창단 이후 단 한번도 이겨보지 못한 악연이 이어지고 있다. 강하고 인기있는 프로 팀은 강한 지역사회의 상징이다. 만년 꼴찌에서 벗어나 아시아의 정상까지 노릴 만큼 성장한 광주FC의 도전과 열정이 뿌듯하고 자랑스럽다. 문화체육부장

이용환 기자 yh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