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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향기·김강>데자뷰, Moon화혁명과 黃위병
김강 호남대영어영문학과 교수
  • 입력 : 2020. 09.22(화) 14:06
  • 편집에디터
김강호남대 영어영문학과 교수
다구리. 요사이 뉴스를 보다가 맑은 날 번개 맞은 듯 머릿속에 떠오른 말이다. 혹시 일본말이 아닌지 궁금해 한글사전을 찾아보았다. 부랑배의 은어로 '패싸움'이나 '몰매'라는 우리말이다.

고등학교 시절, 지루한 학교생활을 달래주는 빅뉴스는 싸움에 관한 기별이 최고였다. 우리 반 누가 다른 반 누구랑 싸운다네, 아니면 우리 학교랑 다른 학교가 붙었다네 하는 식의 급전이었다.

첫반에서 꼴반까지 정전 후 전깃불 들어오듯 금시에 펴졌다. 수업 중 몰래 듣다 부지중에 환호한 광주상고와 일고의 야구 결승전처럼, 학년 전체가 덩달아 흥분한 적도 있었다. 오직 성적향상이라는 변치 않는 교시로 매일 야자와 대학입시에 내몰렸던 청춘들의 뜨거운 영혼을 이처럼 순식간에 요동치게 만든 스릴과 흥분이 그 어디에 있을까. 우리 편이 이기고 지는 것에 마음 졸이며 결투의 대미를 고대하고 응원했다.

문제는 다구리 싸움이다. 모두가 두려워하는 소수와 다수의 대결이다. 제 아무리 싸움에 능한 선수라도 혼자라면 '쪽수'에 매우 불리하다. 전세가 어두우면 잽싸게 치고 빠지는 게 상책이라고 교과서처럼 외웠지만 정작 겁에 질린 소수는 손자의 36계 줄행랑마저 힘들다. 다구리는 요샛말로 하자면 불공정의 공정화작업인 셈이다.

문화혁명. 중국의 마오쩌둥이 주도한 극좌 사회주의 이념으로 전근대적인 문화와 자본주의를 타파하고 사회주의를 실천하자는 운동을 일컫는다. 1966년에서 1976년까지 10여년에 걸쳐 진행됐다. 중국의 유교문화는 붕괴됐고, 계급투쟁을 강조하는 대중운동이 확산된 시기였다.

마오쩌둥은 1950년대 말 대약진운동의 실패로 정치적 위기에 몰린다. 그러자 공산당 내부의 정치적 입지를 회복하고 반대파를 제거하기 위한 방책을 궁리한다. 당시 농업국가인 중국에서 과도한 중공업 정책을 펼친 결과, 수천만 명이 기아에 허덕이는 사태가 발생했다. 마침내 국민경제가 좌초되는 실패를 가져왔고, 이에 마오쩌둥은 국가주석을 사임한다.

무너진 민생경제를 회복하기 위해 류사오치와 덩샤오핑 등 실용주의자들은 자본주의 정책의 일부를 채용한 정책으로 실효를 거두며 새로운 정권의 실세로 떠오른다. 권력의 위기를 느낀 마오쩌둥은 부르주아 세력 타파와 자본주의 타도를 외치면서 '청년'이 나서야한다고 주장한다. 중국 각지마다 청년으로 구성된 '홍위병'이 조직되었고, 마오쩌둥의 지시에 따라 전국을 휩쓸어 중국은 일시에 경직된 사회로 전락한다.

그들에게 반대하는 세력은 모두 실각하거나 숙청됐다. 소수의 정적을 두고 다수의 권력이 피와 공포의 사냥을 자행한 것이다. 마오쩌둥 사망 후 화궈평에 의해 마오쩌둥의 부인 강청을 비롯한 추종자 4인방 세력이 축출되고, 중국공산당은 1977년 8월 문화대혁명을 '극좌적 오류'로 공식 평가함으로써 혁명의 광기는 안개처럼 소멸한다.

데자뷰. 처음 해보는 일, 처음 보는 대상이나 장소가 전혀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 현상을 빗대는 표현이다. 최근 법무부장관 아들의 군 복무 중 휴가 미복귀 의혹과 관련하여 우리의 뇌가 일으킨 착란이다. 정당하다는 장관엄마의 서슬 퍼런 호통과는 생뚱맞게, 이상하리만치 다수의 여당의원들이 우후죽순처럼 나서서 변명질이다.

어디서 본 듯 낯익다. 멀찌감치 구경하던 '권익'위가 마지못해 나서 공익제보 당직사병을 보호한다지만, 누군가에 의해 실명이 공개된 것도 모자라 이제는 꼼짝없이 '단독범'이 되었고, 야당의 아들 대다수는 '병역미필자'로 몰렸으며, 안중근 의사는 느닷없이 여의도에 소환돼 카투사와 한몸이 됐다.

언론기사처럼 팩트와 민심 대신에 '정권사수'인가 '문심바라기'인가. 옳고 그름이라는 공정의 문제가 어느새 여야 진영의 이념싸움으로 변질된 것이다. '호부견자'와 이스타 제트는 별개로 치더라도, 휴가연장과 논산 고깃집은 또 다른 공정화 변신모드인가.

사실 정치인으로서 대통령과 팬덤은 썩 어울리는 조합이 아니다. 인기보다 국민을 섬기는 역할이 본분인 탓이다. 폭발적 상업가치로 빌보드에서 국익을 선양했기에 청와대 비서관이 방탄막이인양 내세운 BTS에게나 걸맞은 훈장이다. 범죄 프로파일러로 복귀한 표창원의 말처럼, 과연 누가 K-방역에 신나는 대한민국을 '정의와 공정의 상설 전투장'으로 만들었을까.

선과 악은 시대와 장소를 불문하고 늘 첨예하게 대결해왔다. 공정은 이념이 아니라 엄격한 실천이다. 혹 지금의 권력이 우격다짐으로 선이 된 것은 아닌지 대단히 우려된다.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